[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⓾ 강박성 성격장애
상태바
[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⓾ 강박성 성격장애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11.18 10:00
  • 수정 2023-11-16 1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신의학은 성격에도 장애가 있음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형성되어, 성인기에 성격으로 굳어진 행동과 마음 특성으로 인해 계속 삶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들을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라고 하지만, 어감 때문에 성격장애라고 바꿔 말한다. 다수의 성격장애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못 느끼지만 주위 사람들을 매우 괴롭게 하며, 대인관계나 생활에 문제가 생겨 우울·불안장애 등 여러 심각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격장애의 예방과 치료는 중요하며, 성격장애를 이해하는 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각 성격장애들의 특징과 주요 원인을 알리고자 총 10회에 걸친 시리즈를 연재한다.
본 시리즈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성격심리학, 이상·임상심리학, 심리검사 해석 및 성격장애 관련 연수, 정신의학 문헌 분석, DSM-5와 ICD-10, 성격장애 학술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 _편집국

 

고통을 주는 통제와 완벽추구의 대왕

“걸음마기의 아이에게 반듯이 자전거를 타라고 말하며 놀이를 과제로 바꾸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자녀에게 매일 공부할 분량을 정해주고 수시로 진행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해 잔소리하거나 야단을 친다. 아이는 그 부모를 보면 긴장해 눈을 깜빡거리고, 볼을 실룩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아이가 길에 쓰레기를 버리자 다시 돌아가서 주워오게 하고 한 시간 동안 훈계를 했다.” “아파트도 마련하고 경제적인 안정이 되어도 배우자에게 생활비 기록을 일주일 단위로 매일매일 쓰게 하면서, 배우자의 지출을 일일이 확인을 한다.” “주말에도 집에서 하루 종일 회사 업무를 하는데, 한 번 처리한 업무를 점검하는 일을 한다.” 모두 강박성 성격장애의 알려진 사례들이다.

DSM-5에 의하면, 가장 흔한 성격장애 중 하나인 강박성 성격장애의 대표적인 특징은 정리정돈 같은 질서나 완벽함, 마음이나 관계의 ‘통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이다. 알려진 임상 사례들을 보면, 이들의 통제가 자녀 양육에 관계될 때 고통을 겪는 아이들,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의 문제가 함께 발생한다. 강박성 성격장애는 질서와 규칙에 집착하며, 완벽을 추구하지만, 융통성 없이 세밀하게 세부적인 사항에 집착하여 효율을 잃고 전체적인 양상을 보기 어려워하며, 고집이 세고 완고하다.

‘강박성 성격장애’는 심하게 고통받고 일상생활에 지장 있을 정도로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장애’와 다르다. DSM-5 연구자들에 의하면, 강박장애가 있는 이들의 다수는 강박성 성격장애의 진단기준에 맞는 행동 양상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사려 깊음과 책임감일까?

강박성 성격장애가 있는 이들은 자신을 완벽주의적이나 경직된 사람이 아니라 ‘사려 깊고, 도덕적으로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졌다고 여긴다. 지나친 완벽추구, 고집스러운 집착으로 인해 득을 보는 때는 세밀한 주의나 정확성과 반복행위가 필수적인 전문직에서 큰 성취를 이룬 사례 등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과 주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아, 함께 살기 어려워 정신과를 방문하는 경우가 흔하다. 강박성 성격장애 치료 목적보다는 이차적으로 일어나는 불안장애나 대인관계 문제 등으로 주로 정신과에 온다.

이들은 심장질환 등의 건강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박성 성격장애의 많은 특징이 일과 경쟁을 위해 촉박한 마감 시간에 집착하는 A형 성격 특징과 겹치는데, 이러한 특징은 심근경색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서 나타난다.

 

마음의 뿌리를 만져야 한다

강박성 성격장애의 치료에는 인지치료와 집단치료 등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과정에서 누적된 정신역동 관점의 연구들을 보면, 이들의 생각 특징과 마음의 뿌리가 다음과 같다. 이들이 세밀한 부분에 빠져들어 현재 맡겨진 일의 주된 목적을 잃을 만큼 우유부단한 모습은 놀랍게도 ‘자기를 불신하는 감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또한 이들은 만사를 실수 없이 철저히 처리하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결단을 더 못 내리며 망설이게 된다. 이들의 내면에는 자신이 자주 인정받지 못하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여겨 일어나는 불쾌감과 분노가 있다고 한다. 인정받음이 결여되어 자기를 의심하며 고통당하는데, 이런 불확실성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무의식적인 신념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이론은 이들이 상사에게 복종하는 모습이 아첨하듯 보인다는 현상을 설명해 준다. 또한 이들이 일중독자가 되어간 과정에는 선택한 직업에서 큰 성취를 얻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사랑과 인정을 얻을 수 없다는 무의식적인 확신이 깔려있음을 발견했다.

강박성 성격장애의 치료에서는 이들이 감정의 표현을 억압하고 있기에 억압하고 있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이들이 어린 시절 부모의 엄격한 통제에 대해 오랫동안 느껴온 부정적 감정들 및 부정적인 감정이 표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 이러한 감정을 통제하려는 과도한 노력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 치료에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부적응적인 신념과 결과를 알아차리고 이해하도록 도와서, 행동이나 감정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더 유연하고 현실적인 신념으로 바뀌게 돕는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 사랑, 그리고 또 사랑

왜 통제와 완벽성을 추구하게 되었을까? 강박성 성격장애를 치료해 온 정신역동 기반의 임상 관점을 종합해 보면, 강박성 성격장애 안에는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어린아이가 있다. 이들을 관찰한 정신치료 전문가들은 그들의 은밀한 믿음을 이렇게 발견했다. 완벽함이란 초월 단계에 이르게 되면 마침내는 어렸을 때 상실한 부모의 인정과 존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부모에게 행동을 강압적으로 지나치게 통제받는 경험이 어린 시절부터 계속 지속되는 것이 강박성 성격장애를 초래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바람직한 행동에 긍정적인 보상을 주기보다는,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한 처벌을 주로 받는 것이 강박성 성격장애의 여러 특징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강박성 성격장애를 갖게 된 성인은 부모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해 애정에 대한 갈망과 의존 욕구가 심어져 있다는 관찰에 기반한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처벌받지 않고 인정받기 위해 철저히 자신을 통제해야 하며,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그러나 부모에 대한 분노와 거부에 대한 두려움도 있기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나치게 추구하면서, 친밀하고 따뜻한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성격으로 자라간다. 또한 좀처럼 만족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자신의 내면으로 만들어가서, 일에 몰두하는 성취지향을 추구하면서 도덕적으로 고지식한 엄격함을 갖게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어려운 인생은 사랑의 결핍에서 태어나는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