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취임 1주년 맞은 황흥구 인천사서원 원장 “예산 삭감돼도 돌봄 사업은 확대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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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취임 1주년 맞은 황흥구 인천사서원 원장 “예산 삭감돼도 돌봄 사업은 확대할 겁니다”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11.16 09:34
  • 수정 2023-11-16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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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취재를 갈 때마다 자주 얼굴을 보는 이 가운데 한 사람이 황흥구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인천사서원) 원장이다. 편집국으로 날아드는 보도자료의 양과 질로도 인천사서원은 수위로 꼽힌다. 하는 일도 많고 홍보할 것도 많다는 방증이다. 작년 황흥구 원장이 취임할 때 인터뷰할 타이밍을 놓쳤다. 이제나저제나 하고 있는데, 정부가 사회서비스원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국비 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11월 황흥구 원장이 인천사서원 취임 1주년을 맞는 시기가 됐다. 한번은 만나야지 했던 터라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천 공무원으로만 42년, 이제는 공적 돌봄 제공기관의 장으로 있는 그는 정부의 방침을 어떻게 생각할지도 궁금했다. 인터뷰를 위해 그의 집무실을 찾았을 때 책상 위에 놓인 한 점의 캐리커처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1월 2일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대회의실, 왁자지껄 서프라이즈 파티가 열렸다. 케이크에 분홍 장미 다발, 여기에 직원들의 선물도 등장했다. 벽에 붙은 현수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황흥구 원장님, 취임 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기관장 취임 1주년 축하 행사를 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등장한 취임 축하 선물이 직원들의 롤링 페이퍼와 직원이 손수 그린 캐리커처라는 것은 ‘서프라이즈’하다. 이 조직의 ‘보스’가 그만큼 조직원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황흥구 인천사서원 원장이 취임 1년 만에 직원들의 사랑을 받게 된 데는 지난 1년간의 그의 노력이 숨어 있다.

▲ 취임 1주년 파티를 마치고 직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직원들이 선물한 롤링 페이퍼와 캐리커처가 눈에 띈다.

 

‘조직 안정화’를 위해 진력한 취임 1년

소통하고 존중하고 배우는 조직문화 만들어

 

“작년에 취임을 하고 보니 조직의 분위기가 영 말이 아니었습니다. 직원들 간에도 뭔가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대외적으로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무엇보다 조직 내부를 단단하게 안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런 생각에서 나온 취임 첫해의 경영 목표가 ‘조직의 안정화’였다. 이를 위해 황 원장은 ‘소통과 협력’ ‘역량 강화’ ‘인권 존중’을 경영 방침으로 내세웠다.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합니다. 조직 내에서 불협화음이 나는 것은 서로 소통이 부족해서이니까요. 그래서 직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많이 자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생각으로 그치지만 않았다. 취임 불과 한 달 뒤, 황 원장은 직원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소통을 위해서는 스킨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뿐만 아니라 소속 시설장들을 모두 불러모아 송년회도 하고, 본부 직원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2박3일 워크숍도 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직원들과 함께 가까운 산에 등산을 가기도 했다. 이렇게 스킨십 할 기회가 늘면서 다소 어색하던 조직 내 분위기가 서서히 풀어지고, 서로 돕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조직 내부의 역량을 다지는 일도 병행했다.

“취임을 하고 보니 사표를 내는 직원들이 심심치 않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붙잡고 물어봤습니다. 왜 회사를 그만두냐고? 그랬더니 일이 너무 어렵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찬찬히 살펴보니 회계, 인사, 노무 등등 전문적인 업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더군요.”

그래서 각 직급군별로 직원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은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하기도 하고, 황 원장이 직접 강단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1년간 실력을 갈고닦은 결과 인천사서원은 2023년 보건복지부 전국 사회서비스원 평가에서 A등급을, 2023년 인천시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나등급의 성적을 거두었다.

마지막으로 황흥구 원장이 ‘조직의 안정화’를 위해 힘쓴 것은 ‘인권 존중’이었다.

“인권이란 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본권입니다. 상하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죠. 특히 직장에서 상사의 갑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굳건한 생각이었습니다. 내 인격뿐만 아니라 상대방 인격도 존중해 주자는 거지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무실 내 호칭부터 하나하나 시작해 이제는 수평적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서서히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게 직원들의 평가다. 이렇듯 외부에 보이는 모습보다 내부 고객 만족을 위해 힘쓰는 황흥구 원장의 노력이 직원들에게도 그대로 투영된 결과가 황흥구 원장의 취임 1주년 파티다.

▲ 올 여름 소속 장애인거주시설인 미추홀푸르내에서 직원들과 함께 직접 직접 장애인 생활 지원을 하기도 했다.

 

행사성 예산 줄이고 공모 사업에 적극 나설 터

학대피해장애아동 쉼터, 종합재가센터 확대 추진

 

인천사서원 원장은 3년 임기직이다. 그중 1년을 보낸 지금, 황흥구 원장은 내부 역량 다지기를 끝내고 외부 사업, 즉 사회서비스원의 존재 이유인 돌봄 강화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그런 그의 앞에 중앙정부의 기조 변화가 걸림돌로 놓여 있기도 하다.

지난 9월 중앙정부는 기존 사회서비스원의 공적 돌봄 역할은 축소하고, 대신 민간기관의 조력기관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놓았고, 보건복지부가 올린 2024년도 사회서비스원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대해 황흥구 원장은 “물론 무척 유감스러운 일이죠. 복지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인데, 국비 지원이 전혀 안 될 상황에 놓여 있으니…. 만약에 국회에서도 기획재정부안(사서원에 대한 국비지원 제로 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돌봄 사업에 지장이 초래될 거라는 건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그래서 전국의 16개 사서원이 TF단을 만들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의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전액 삭감이란 비극적인 사태를 막기 위해서요.”라며, 다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예산삭감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하고 있다.

“국비 지원이 끊어지면 무엇보다 직원들이 힘들어질 겁니다. 인천사서원 산하 시설들은 나름 자생력을 갖고 있지만 직영사업(인천사사서원은 종합재가센터 두 곳을 직영하고 있다.)이 아무래도 타격을 받겠죠. 그래서 우선은 직원들이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결의했습니다. 작게는 회의할 때 준비하는 다과부터 줄이는 등 자린고비 작전을 펴자는 것이지요. 이렇게 행사성 예산을 물 샐 틈 없이 막고, 다음은 중앙정부 등의 각종 공모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신청할 작정입니다. 우리 예산이 모자라면 공모를 따서 그 예산으로 사업을 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비록 국비 지원이 끊긴다 하나 돌봄 사업을 절대 포기 않겠다는 황흥구 원장의 단단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그의 의지는 2024년도 인천사서원의 사업계획에도 명백히 반영돼 있다. 멀리 내년까지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올 12월 정원 8명의 인천시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위한 쉼터를 신규 개소할 예정이다. 현재 인천사서원은 인천학대피해장애인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다. 내년 하반기에는 직영 시설인 종합재가센터를 한 곳 더 문 열 예정이다.

“현재는 부평과 강화에 종합재가센터가 있습니다. 새로 문을 열 곳은 미추홀구예요. 미추홀, 동구, 중구에 어르신 및 중증질환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많은데, 그간 제대로 대응을 못 했습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분들에게도 기본의 재가센터에서 제공했던 장애인활동지원, 지역사회 통합돌봄 특화 서비스 등을 꼭 제공해 드리겠다는 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약속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돌봄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황흥구 원장은 평소부터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그의 평소의 신조는 지난 여름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여름에 우리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인 미추홀푸르내에 남성 장애인을 돌보는 생활재활교사 인력이 부족해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인력이 채워질 때까지 우리 직원들과 함께 야간에 현장에 가서 장애인들을 돌봤습니다. 사실 쉽지는 않았지만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고, 그래서 더욱 우리들의 사명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는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복지와 문화예술통으로 살아온 공직 42년

모두가 함께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꾼다

 

적지 않은 나이에 젊은 직원들과 함께 직접 봉사에 나설 수 있는 것도 건강하기 때문이다. 1952년생, 고희를 넘긴 나이지만 지금도 웬만한 산을 거뜬하게 오른다는 황흥구 원장은 요즘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주변 공원을 걷는다. 이 같은 성실함은 그가 걸어온 42년 공직생활의 결과이기도 하다. 눈앞의 이익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온 공직 42년을 돌아보면, 나름 뿌듯한 일도 많았다.

“저기 보이죠?(그가 가리킨 곳은 사무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수봉도서관이다.) 저기가 옛날에는 AID아파트였어요. 2001년 이 아파트를 철거할 때 (마침 내가 인천시 문화예술과장으로 있었던 터라) 그곳에 공공도서관을 짓자고 발의했죠. 그때 지어진 도서관이 저 수봉도서관입니다. 여기 이렇게 앉아서 저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공직 인생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합니다.”

수봉도서관만이 아니다. 일찍이 18세에 공직에 들어선 그는 1989년 사무관이 되기 전에는 민원현장에서 복지업무를, 사무관이 된 후로는 인천시청에서 문화복지계장, 종합문화예술관장, 문화예술과장을 거쳐 인천시 최고의 ‘문화예술통’으로 불리기도 했다. 공직에서 물러나서는 인천시의원을 지내기도 했다.(그때도 역시 문화복지위원회에 속해 있었다.)

그 세월 동안 참 많은 일이 그를 스쳐 지나갔지만 특히 생각나는 일은 6급 시절 모 장애인시설 감사를 단행해 비리를 캐낸 일(이를 계기로 장애인시설 운영이 보다 투명해질 수 있었다.), 문화예술과장으로 근무하며 인천아트플랫폼과 이민사박물관을 조성했던 일 등이다. 특히 1980년대 일선 실무 공무원으로 복지 현장을 누볐던 경험은 지금 인천사서원을 경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황흥구 원장은 말한다.

긴 세월 쉽지 않은 공직생활을 꿋꿋하게 걸어올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황흥구 원장은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답했다.

“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을 믿습니다.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어나가죠, 즉, 세상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거예요. 공직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극복했죠. 절대 흔들리지 않는 믿음, 그것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앞으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게 제 목표입니다.”

아직은 은퇴를 생각할 나이가 아니라는 황흥구 원장은 낮은 자세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낮은 곳에서 외롭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황흥구 원장은 인터뷰 마무리에 요즘 좋아하는 시라며 시 한 수를 들려주었다.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고은의 <그 꽃>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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