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⓽ 의존성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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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⓽ 의존성 성격장애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11.04 12:20
  • 수정 2023-11-16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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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은 성격에도 장애가 있음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형성되어, 성인기에 성격으로 굳어진 행동과 마음 특성으로 인해 계속 삶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들을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라고 하지만, 어감 때문에 성격장애라고 바꿔 말한다. 다수의 성격장애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못 느끼지만 주위 사람들을 매우 괴롭게 하며, 대인관계나 생활에 문제가 생겨 우울·불안장애 등 여러 심각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격장애의 예방과 치료는 중요하며, 성격장애를 이해하는 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각 성격장애들의 특징과 주요 원인을 알리고자 총 10회에 걸친 시리즈를 연재한다.
본 시리즈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성격심리학, 이상·임상심리학, 심리검사 해석 및 성격장애 관련 연수, 정신의학 문헌 분석, DSM-5와 ICD-10, 성격장애 학술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_ 편집국

‘자율’이 건강한 마음

‘내 말을 너무 잘 따르고, 내게 굉장히 헌신적이며, 만나면 헤어지려 하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이 내 옆에 있다면? 그러길 바란다면? 이 기사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 청소년이 자기가 입는 옷과 사귈 사람들과 쉬는 시간에 할 일을 부모가 결정하게 하고, 진학할 학교 결정도 그저 부모가 정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직장에서 점심식사를 정할 때도 남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고, 심지어 장염에 걸렸어도 동료들이 매운 것을 먹자 할 때 동의해 왔다면, ‘자율’의 의미를 잠시 되돌아 보자.

이런 모습들은 의존성 성격장애의 주요 사례들에서 보인 것인데,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의존성 성격장애 치료목표를 ‘독립’보다 ‘자율’에 둔다. 전문용어로서 자율이란 ‘남에게 독립적으로 행동하면서도 동시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의존성의 모습은 성격장애에 따라 다르다

경계성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에도 의존성의 특징이 있지만, 의존성의 결, 모습이 다르다. 의존성 성격장애는 다른 성격장애와 달리, 더 두드러지게 매달리고 더 복종하고, 돌봄과 지지를 받으려 즉각 다른 관계를 찾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유순한 경향도 있다.

DSM-5에 의하면, 의존성 성격장애 핵심특징은 보살핌 받고 싶은 지나친 욕구로 인해 순종하며 매달리는 행동을 하며, 자신과 정서적으로 애착되어 있는 사람에게 관심과 보살핌, 지지를 받지 못할까 봐 지나치게 두려워한다. 또한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도 갑작스레 강하게 애착을 형성한다. 병적인 상태의 의존심은 마음의 고통과 관련된 여러 부적응적인 행동 특성이 담긴 ‘아픈 상태’이다.

 

‘자기보호부터 공격성까지’ 의존의 다양한 속마음이 놀랍다

정신역동 관점에서는 의존이 과거 외상경험의 재현을 피하는 자기보호 방법일 수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과거에 경험했던 분리에 대한 기억과 그 영향을 치료자와 함께 살펴봄도 치료의 과정이 된다. 인지치료 연구자들에 의하면, 의존성 성격장애는 인생을 ‘완전한 의존’ 아니면 ‘완전한 독립’으로 보는 흑백논리 경향이 있어서, 혼자 사는 것이 두려워 극단적인 의존을 택한다. 자기 능력도 흑백논리로 평가해, 매우 잘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잘못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도 있다. 이로 인해 자신을 무능하고 무력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신념은 남에게 의존하며 돌봄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무의식적인 동기가 된다.

‘의존성’이 깊어진 과정에는 자기를 도와주는 사람과의 관계가 깨질 것을 두려워함 때문에, 자기 권리나 주장을 포기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지 못한 발달 과정이 있다. 이처럼 자기주장을 못 하기에 상대가 착취적이면 일방적으로 이용당하며 학대받기 쉽다. 그래서 치료과정에서는 자신이 잘할 수 있다고 믿게 돕고, 생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의사결정 기술과 자기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의 훈련도 포함한다.

정신역동이론에서는 의존하는 행동 너머에는 공격성이 숨겨진 경우도 있다고 본다. 상대방에게 적개심을 표현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일종의 ‘타협’으로써 의존한다는 것이다. 정신역동 연구자 가바드는 부모가 자녀를 과잉보호함이 무의식적인 적개심이나 죄책감에서 나올 수도 있으며, 자녀도 공격성과 적개심을 드러내지 않으려 겉으로는 부모를 의존하고 복종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복종하고 의존하는 행동으로 상대에게 부담이나 죄책감을 일으켜, 자신에게 상대를 묶어두려 하는 의도가 담겨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의존하면서 사람을 왜 잃어갈까?

의존성 성격장애에서는 용서나 자신을 의심하는 것, 공격적 느낌을 표현하는 것에 두려움을 보인다. 열등감을 보이기도 하고, 인내심이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상대방은 불편감을 느껴 이들을 피하기 쉽다. 또한 의존성 성격장애가 있는 이들이 매달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바에 의하면, 의존성 성격장애가 있는 이들의 행동이나 요구가 적대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관계 맺기를 잃어가며 이들은 더 상처를 받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 자녀를 도울 때 건강한 선 지킴이 필요

구강기 때부터 욕구충족을 즉각 해주어 의존성이 발달했다는 가설도 있고, 이와 달리 욕구충족을 충분하게 해주지 않아 의존성을 갈구하게 되었다는 가설도 있다. 의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이들의 아동청소년기 특징, 가족 특징 연구자들은 ‘부모가 계속 어린아이 취급하거나, 일관성 없이 과잉보호하는 과정’에서 의존성 성격이 형성된다고 본다. 부모에게 의존하면 보상을 받고, 자녀가 독립하려는 것을 부모가 거부하는 경험이 쌓여 자녀는 남을 의존하는 반응을 키워가게 된다. 부모-자녀 관계의 불안정한 애착을 주요 원인으로 본다.

정신역동이론 연구들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부모에게 의존하게 하도록 강화한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어 왔다. 의존성 성격장애를 진단받은 이들은 아동청소년기에 지나치게 순종적이었던 경우나, 어린 시절에 만성적인 신체질환이나 분리 불안장애를 겪은 사례도 많다고 알려졌다. 몸이 허약해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음으로써, 성장해서도 남에게 과도한 보호 받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의존성’이란 말에는 의존하는 이에게 버림받음이 불안함을 지속해 느끼는 고통이 있다. 마음 깊은 곳의 불안 때문에 누군가 자신을 돌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 의존성 성격장애를 가진 이에게 치료자는 이렇게 묻는다. “독립을 할 때 두려운 것이 과연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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