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생활과학 톺아보기] 몸을 아프게 하는 마음 퇴출운동
상태바
[이창선 전문기자의 생활과학 톺아보기] 몸을 아프게 하는 마음 퇴출운동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11.02 09:05
  • 수정 2023-11-01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상태가 신체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와 완화, 재발에 영향을 주거나 부분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들이 알려져 왔다. ‘정신신체질환’이란 명칭은 통증이나 질환에서 신체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면 마음을 살펴야 함을 알려준다. 이는 ‘정신신체의학’ 발전을 통해 이뤄진 성과이다.

대표적인 정신신체질환은 무엇일까? 첫째, 심근경색이다. 우울증일 때 심근경색 위험이 두 배 증가하며, 만성불안이 있으면 심부정맥과 심장마비가 발생할 위험은 2~4배 증가한다고 알려졌다. 심근경색 후에 우울증이 발생하면 심근경색이 아닌 환자보다 퇴원 후 6개월 내에 사망할 확률이 5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는 우울증이 혈소판 수용체 변화나 교감신경계의 과잉 활동으로 유발된 심박동 변인 감소와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심근경색 후에 불안증에 걸릴 때 합병증의 증가가 보고되었다. 원인은 자율신경계 자극을 통해 불안이 심박동 변인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적개심도 심근경색 치료 후에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적개심이 혈중 카테콜아민과 지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사되어, 적개심은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 위험한 마음으로 확인되었다.

둘째, 불안이나 우울이 흔하게 함께 나타나는 과민대장증후군이다. 급성스트레스는 위나 소장의 운동은 감소시키고, 대장활동은 증가시킨다. 만성적으로 긴장된 상태나 비관적인 태도가 신체 요인 이외에 과민대장증후군의 발병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에는 과민대장증후군의 치료에 항우울제나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된다. 또한 궤양 회복을 느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스트레스, 불안, 우울이다. 따라서 약물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궤양 환자는 정신과적 평가와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혈관수축에 의한 질환들이다. 예로써, ‘긴장성 근막염 증후군’과 긴장성 두통이 있다. 긴장성 근막염 증후군은 무의식적인 갈등이나 마음 압박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혈관수축이 일어나 허혈이나 산소결핍으로 인해 유발된 요통이다. 긴장성 두통 발생 원인 중에는 불안, 우울로 인해 두부와 경부의 근육 수축이 계속되어 혈관이 눌리면서 허혈이 생긴 것도 있다. 긴장성 두통의 초기 치료 전략에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나 정신치료가 포함되는 이유이다. 이처럼 놀랍게도 마음은 혈액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넷째, 내분비계 질환이다. 마음에 큰 압박을 받는 상태에서는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천식이다. 주요 우울증, 공황발작이 있으면 천식이 심해지기에, 천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원을 환자가 파악할 필요가 있고, 천식치료에는 심리치료도 포함된다. 여섯째, 피부질환 발생 및 경과이다. 두려움, 분노와 긴장에 따라 자율신경계가 흥분해 손과 발바닥,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이 예이다. 감정에 따라 창백해지거나 안면홍조가 됨도 해당한다. 마음 압박을 계속 받아 과도한 땀 분비가 오래되면 발진, 수포, 감염의 이차적인 피부 변화가 나타난다.

정신신체장애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내과적 치료와 정신과적 치료가 통합되어야 최상의 치료가 된다는 점이다. 내과적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거나 만성적인 병이면 마음을 다루는 치료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 병과 관련된 스트레스 원인을 파악해서 해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신신체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동 증진과 건강 위험 요소를 제거함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생활습관의 변화가 꾸준히 격려받을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규칙적인 생활, 숙면과 휴식, 금연, 절주, 위험한 성행동의 지양이 중요하게 꼽혀 왔다. 더불어 성격특성의 관리가 병행되어야 함이 강조되고 있다.

이상에서 소개한 정신신체의학 조언을 보면, 우울, 불안, 마음의 압박감, 분노나 적개심을 사라지게 하는 능력이 사람을 살리는데 중대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와 같은 마음 상태가 몸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아직 과학은 다 밝혀내지 못했으나, 한가지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해롭다’는 점이다. 얼마나 해로우면 몸의 기능까지 떨어뜨리겠는가. 사회가 힘을 합쳐 운동을 한다면, 우울/불안/적개심의 퇴출을 목표로 함이 지혜일 것이다.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기보다, 공동의 적으로 규정하고, 이것들을 가져옴에 온 사회가 함께 역정을 내며 퇴출 운동을 하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