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상 기자의 흔들리는 시선] 법원, ‘장애인차별금지법’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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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상 기자의 흔들리는 시선] 법원, ‘장애인차별금지법’도 모르는가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3.11.01 17:59
  • 수정 2023-11-01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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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 열린 대구고법 등 비(非)수도권 법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대구지법이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고등학생의 소년부 송치 결정’과 관련 질타가 이어졌다.

A(범행 당시 16세) 군은 SNS를 통해 알게 된 지적장애 2급 여성 B(당시 22세) 씨를 공원 화장실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 군은 B 씨가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자 욕설을 퍼부으며 화를 냈고, 이에 겁을 먹은 B 씨는 A 군이 시키는 대로 행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사건 이후 수차례 자살을 시도해 한때 폐쇄병동에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고, 가족 모두가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검찰은 A 군에게 징역 장기 6년, 단기 4년을 구형했지만, 지난해 12월 대구지법은 A 군 사건을 대구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소년보호재판의 경우 형사처분과는 달리, 전과가 남지 않아 소년의 장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검찰은 소년부 송치 결정에 대해 항고했지만, 대구고법과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인용했다.

대구지법의 판결은 지적장애를 비롯해 피해자가 장애로 인해 항거불능 또는 항거 곤란의 상태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는 돼야 지적장애 피해자에 대한 성폭력이 유죄판결을 받는 판례의 태도와 연결된다 할지라도, 검사가 형량을 구형하는 결심공판에서 사건 담당 판사가 “지적장애인이니까 일반인처럼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피해자 가족도 힘들지만 피고인 가족도 힘들다,”고 합의를 강요한 것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처럼 법관의 품위 손상뿐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 할 것이다.

판사들은 눈을 가린 채 서 있는 법의 여신상을 한 번 더 보고,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한 번 더 공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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