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난위험’ 방치된 장애인 ‘재난안전’엔 둔감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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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난위험’ 방치된 장애인 ‘재난안전’엔 둔감한 정부
  • 편집부
  • 승인 2023.11.02 09:00
  • 수정 2023-11-0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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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은 159명의 젊음이 스러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주기가 된 날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커녕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 하나 없고 무엇 하나 바뀐 게 없다. 무엇보다, 재난은 집 밖은 물론 집 안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정부는 간과하는 듯하다. 말로는 ‘약자복지’를 내세우지만,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화재사고 사망 비중이 4.7배나 높음에도 98만 중증장애인 중 96.1%에 달하는 ‘재가’장애인을 위한 정부의 재난안전사고 종합대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인가. 장애인거주시설 170개소에서 2만5323건의 응급호출에도, 119 연계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가 재난안전시스템 구축엔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국립재활원 자료에 따르면, 화재사고 사상자 중 사망자 비중이 비장애인은 12.1%인 반면 장애인은 57.4%로 4.7배나 높다. 재난사고 대응에 취약한 중증장애인의 경우, 전체 98만 명 중 ‘재가’장애인이 94만1천 명으로 96.1%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들이 집에서 화재 등 재난안전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정작 정부 대책은 없는 것. 지난해 ‘소방기본법’ 개정으로 소방안전교육과 훈련 대상에 장애인복지시설 거주 또는 이용 장애인은 포함됐지만 ‘재가’장애인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장애인 재난안전사고에 대한 범부처적 종합대책이 수립되지 않아 부처 간 연계는 물론 기본적인 장애인 재난안전 관련 통계조사조차 찾을 수 없다니 ‘약자복지’란 말이 무색하다.

게다가, 장애인개발원은 낙상, 무호흡 등 응급상황 대처를 위해 2020년부터 ‘사물 인터넷(IoT) 활용 디지털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장애인거주시설에 IoT 장비를 설치해 장애인의 안전보장을 하자는 취지의 디지털 뉴딜 사업이다. 그런데, 장애인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1차 시범사업 참여 85개 시설에서 8360건, 2차 시범사업 참여 85개 시설에서 1만6963건의 응급호출이 있었음에도 119 연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충주의 한 시설은 응급호출이 3375건이나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오작동도 아니고 이런 응급호출에 어떻게 119 연계가 전무한지 납득할 수 없다. 골든타임에 생사가 달린 위중한 응급호출에도 바로 119로 연계가 안 된다면 급박한 위중 환자는 어찌 될지 아찔하다.

2021년 화재로 죽거나 다친 장애인만 240명(사망 96명, 부상 144명)이었다. 지난해 8월 서울 은평구 다세대주택 화재로50대 장애여성이 숨졌다. 중증시각장애인으로 월 120시간, 하루 5시간 활동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활동지원이 끊긴 새벽에 혼자 있다 변을 당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활동지원 시간이 부족해 대다수 장애인이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별도 예산 책정 없이 턱없이 부족한 기존 활동지원 급여를 쪼개 쓰는 ‘개인예산제’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사업의 중도 포기자가 30%에 달한다니 이미 예견된 결과다. 이런 정부에 장애인 재난사고 안전관리 시스템이나 위기상황 대처 지원 시스템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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