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특집] ‘제25회 전국 초·중·고등학생 백일장’ 수상작들...장애-비장애인 모두가 ‘어울림으로 만드는 우리 학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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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특집] ‘제25회 전국 초·중·고등학생 백일장’ 수상작들...장애-비장애인 모두가 ‘어울림으로 만드는 우리 학교’ 담아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3.10.19 09:50
  • 수정 2023-10-19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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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계의 이슈 중 하나는 ‘특수학급’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학급은 특수교육 대상자의 통합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일반학교에 설치된 학급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2년 교육부, ‘6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 내에 유치원 특수학급을 400개 이상 늘리고, 모든 대학에 장애학생 지원 부서를 운영하는 내용을 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는 ‘통합’의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그 이유야 많지만,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장애인식 개선’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등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하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장애에 대해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생활신문’이 소개할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주관 ‘제25회 전국 초·중·고등학생 백일장’ 수상작들은 ‘어울림으로 만드는 우리 학교’라는 주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소중한 친구로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삶을 담았다.
순수한 학생들의 눈으로 바라본 장애인과 함께하는 세상을 감상해 보며,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진정한 의미의 ‘통합’에 대해 생각해 보자.

 

초등학생 시부문 대상

한 발 짝

강릉 율곡초등학교 6-2 김규리

 

한 발짝만 다가가도

장애인 친구와 가까워질 수 있다.

 

“같이 놀래?”

 

한 발짝.

 

“안녕, 같이 가자”

 

또 한 발짝.

 

“네가 있어 즐거워!”

 

같은 한 발짝.

 

혼자서만 다가가는 게 아니다.

같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초등학생 산문부문 대상

가장 빛나던 나의 8년

고양 지도초등학교 6-4 박푸름

 

여기서 차이고 저기서 차이고 어디 고백을 한 것도 아닌데 오늘도 어김없이 차이기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온 식당의 한 구석진 테이블. 나와 나의 소녀가 함께 가는 곳이라면 마치 연예인이라도 본 듯 시선들은 우리에게 쏠린다. 하지만 그런 시선 따윈 신경 쓸 틈이 없다. 나는 나의 소녀만을 위한 안내견이니까…그것이 나의 한평생의 일이자 행복이기도 하다.

나의 소녀는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난다. 나는 부스럭 이불 소리에 항상 깜짝 놀라고는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단잠에 취해버린다. 소녀가 출근하는 8시 20분, 상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의 소녀와 오늘도 일심동체가 되어 밖을 나선다. 나의 소녀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검정색 가방을 메고 다닌다. 그 참으로 신기한 가방 안에는 나에게 줄 사랑이자 간식이 매일 우르르 줄지어 쏟아 내린다. 그때면 나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먹으라는 말 한마디만 기다린다. 유난히도 푸드덕 새들의 날갯짓 소리에 무서워하는 나의 소녀를 위해 나는 오늘도 새 앞에서는 더욱더 사뿐사뿐 걷는다. 또 나의 소녀의 회사가 늦었을 때면 때때로 우리는 모험을 하기도 했다. 더 빠른 지름길을 찾아 나서며 말이다.

재미있고 신나고 기대되고 가끔은 힘들었던 여정이 반복되는 동안 나는 그새 늙어 있었다. 장애물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순식간에 피해서 나의 소녀를 지켜야 하는데 나의 눈에는 점점 어둠이 찾아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나의 소녀를 안내해야 하는데 나의 다리도 점점 언제 꺾일지 모르는 얇디얇은 나뭇가지가 되어 간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나의 소녀의 눈과 지팡이가 될 수 없다.

내일이면 나는 나의 소녀의 곁을 떠나 나를 따뜻하게 돌봐줄 가족들의 품으로, 나의 소녀는 더 씩씩한 안내견의 도움을 받아 더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겠지? 걱정과 안타까움, 후회… 부정적인 감정들이 자꾸만 내 머릿속 한번 내 가슴속 한번을 스쳐 지나간다. 나는 나의 소녀를 가장 잘 알았다. 그래서 더 걱정이 치밀어 오른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이 소녀를 잘 알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들이 자꾸만 나를 소녀 곁에 붙잡아 두려 한다.

나의 소녀 곁에서 새롭게 눈과 지팡이가 되어줄 너에게 할 부탁을 밤새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딱 네 가지 부탁 좀 들어 줄래? 그 소녀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오른쪽에 붙어 오른쪽 손잡이를 잡는 것을 좋아해. 그리고 그 소녀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조금 빠르게 달리듯 건너야 더 안정감을 느끼고, 갑자기 위치를 바꾸면 깜짝 놀라니 위치를 바꾸기 전 꼭 신호를 주고 바꿔야 해. 마지막으로 나의 소녀는 앞은 보지 못해도 밝은 것이 가장 좋대. 네가 나의 소녀의 빛이 되어 주겠니?


중학생 시부문 대상

할머니가 품은 바다

충주북여자중학교 3-4 노아윤

 

앞을 보지 못해서

할머니가 보는 세상은 어둠뿐일 거라지만

 

끝없이 펼쳐진

아름답고도 푸른 바다

한 번도 본 적 없어도

마음의 눈으로 다 느낄 수 있습니다.

 

철썩이는 거품 파도

여름의 향기를 전하는 바닷바람

햇살에 반짝거리는 금빛 모래사장까지

우리 할머니 볼 수 없지만

매일 매일 바다로 향합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온몸을 바다의 소리에 집중하며

두 팔로 껴안고 싶은 바다를

할머니는 가슴속에서 빛나는 눈으로

다 품고 있었나 봅니다.

 

할머니가 그린

푸르른 바다를 함께하고 싶어

꽉 끌어안으니

바닷소리가 잔잔히 들려옵니다.

 

한참 동안 바다를 느껴봅니다.

너무나 찬란하게 빛나는 바다라서

깊은 곳에서 숨 쉬는 할머니가 있어서

벅차오를 만큼 행복한 바다입니다.

 


고등학생 산문부문 대상

 

기울어진 운동장

서울 둔촌고등학교 1-7 오채호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한쪽이 유리한 지점에서 경기를 치르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축구를 할 때 골을 넣기 힘든 팀에게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 말이다. 이 말은 FC바르셀로나와 매번 싸워서 패배하던 다른 팀 선수들이 농담 삼아 만든 말이라고 한다.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이런 말이 생겼는지 궁금하면서도 능력의 차이로 우승하지 못한 선수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그런데 기울어진 운동장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정하지 못한 상황이 바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장애인은 다양한 기회에 도전하기 어렵다. 비장애인에게는 허락된 기회이지만 장애인에게는 기회조차 없다.

지난해부터 장애인과 관련된 소식으로 자주 나오는 뉴스가 있다. 전국장애인연합의 지하철 시위 소식이다. 나는 장애인의 시위 장소를 지나가다 차에 타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장애인들이 주장하는 ‘이동권’에 대해 공감할 수 없었다. 왜냐 하면 버스에도 지하철에도 장애인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내려가기 힘든 지하철 계단을 배려하는 승강기도 있고 리프트도 있다. 그런데 장애인은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둔 18일의 신문기사를 보고 장애인이 애타게 외치던 ‘이동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급한 일로 기차 예매를 했다. 열차마다 휠체어 전용 자리가 있어서 예매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장애인은 열차에 탑승하지 못했다. 왜냐 하면 장애인보다 뒤늦게 표를 구입한 비장애인 입석 승객들 때문이었다.

표를 구입할 때 우리는 선착순의 기준을 적용한다. 먼저 표를 구매한 사람이 나중에 표를 구입하는 사람보다 먼저 탑승하게 되는 아주 단순한 원리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런 기준은 장애인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먼저 표를 구매해도 탑승 조건 중 가장 까다로운 기준인 장애 여부 조건에 걸린 것이다.

인터뷰를 보며 알게 된 사실 중 놀라운 사실이 또 하나 있었다. 장애인의 탑승 순서였다. 장애인은 승차와 하차의 구분 없이 언제나 ‘마지막’이었다. 불편한 몸 때문에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 장애인이 마지막으로 타고,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바라는 ‘이동권’은 더 특별한 배려와 혜택이 아닐 것이다. 먼저 예매한 열차에 탈 수 있는 권리와 도착한 순서대로 타고 내리는 당연한 권리이다. 그런데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의 당연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잠깐의 불편함 때문에 장애인의 시위할 수 있는 권리까지 빼앗으려 한다. 나도 그랬다. 어쩌다 한 번 시간 맞춰 타지 못한 지하철 때문에 목소리 높이던 장애인들의 외침을 외면한 것이다.

입석 비장애인 탑승객 때문에 열차에 타지 못한 장애인은 자연히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장애인의 약속은 비장애인의 약속처럼 중요한 것인데 두세 시간 미뤄진 열차 시간 때문에 큰 손해를 볼 것이라 걱정해 주지 않는다.

우리는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면 분노한다. 우리가 사는 곳은 누구나 차별 없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나라에 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비장애인에게만 적용되면 그것은 ‘차별’이 된다. 지금 장애인들은 매일 당연한 권리가 장애인에게도 보장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기 어려운 승리 앞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탓만 하지 않도록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보살핌과 배려로 장애인을 도울 필요는 없다. 장애인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는 원래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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