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기는커녕 오히려 느는 ‘장애인학대’ 손 놓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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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줄기는커녕 오히려 느는 ‘장애인학대’ 손 놓은 정부
  • 편집부
  • 승인 2023.10.19 09:00
  • 수정 2023-10-18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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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체적 학대는 물론 경제적 착취까지 자행된 장애인학대 사건이 인천 한복판에서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것도 부평의 한 종교시설 목사가 불법적으로 운영해온 미신고시설에서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더욱 허탈감이 컸다. 피해장애인 10명은 구출 당시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손발이 묶여있거나 구타 흔적마저 드러났다. 가해 목사는 기초생활수급권자 장애인들의 수급비까지 관리했다니, 이런 일이 자행될 때까지 관계 당국은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장애인학대의 심각성을 아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장애인학대가 하루에 3건꼴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는 등 줄기는커녕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이젠, 정부의 대책 마련을 바라는 것조차 무의미할 지경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 장애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신고 4958건 가운데 학대 판정을 받은 사례는 1186건으로, 2021년 1124건보다 5.5% 증가했다. 2018년 피해 사례가 889건이더니 2019년 945건, 2020년 1008건으로 늘었다. 학대 유형을 보면, 신체적 학대가 34.3%(538건)로 가장 많았고, 정서적 학대 25.6%(401건), 경제적 착취도 17.4%(273건)에 이르고, 성적 학대가 14.0%(219건)나 됐다. 주목되는 점은, 학대 가해자는 가족과 친인척이 36.4%(432건), 사회복지시설과 유관기관 종사자가 36.1%(429건)였다는 것. 가해자 10명 가운데 7명은 가족이나 장애 관련 복지기관 종사자였다니,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할 이유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대책을 내놓지만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그때뿐. 행정조치도 미온적이다. 지난 4월에도 대구시 달성군의 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장애인학대가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수년간 지속되고 있음에도 관련 지자체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장애인단체가 ‘해당 시설의 즉각 폐쇄’를 촉구하고 나섰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나서서 2021년 중증장애인을 휠체어에 태워 묶어 방치해 질식사한 학대 1건, 2022년 의료지원 부적정과 음식물 관리 부적정 학대 판정 2건, 시설 서비스 최저기준 미달 5건 등에 대해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행정처분을 요청했지만, 해당 지자체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조치로 책임을 회피했다. 이러니 학대 사건이 줄겠는가.


 보건복지부는, 2018년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현황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따른 연차별 이행계획에 따라 ‘장애인학대 대응체계 강화 및 학대피해자 종합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12월 말까지 ‘장애인학대 예방 및 대응체계 개선 방안’ 연구를 통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기능 및 역할 재정립, 시설 입소장애인에 대한 학대예방 대책 마련 등을 검토 중이란다. 그런데, 정부는 기존 ‘장애인학대피해쉼터’조차도 파행적 운영으로 인해 정작 학대피해쉼터를 이용해야 할 장애인들이 단기보호시설, 거주시설을 전전하고 있는 마당에 내년에 인천, 울산까지 4곳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니 믿음이 가겠는가. 정부는 여전히 돌봄 국가책임제 등 학대 사전 예방을 위한 사회 구조적 근본문제 해결엔 눈을 감겠다는 속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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