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소개]만화로 엮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가을의 시집 『오래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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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소개]만화로 엮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가을의 시집 『오래 보고 싶었다』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10.12 16:55
  • 수정 2023-10-12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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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나태주
그린이: 다홍
펴낸날: 2023년 10월 5일
펴낸곳: 도서출판 더블북

가을이 깊어간다. 눈을 들면 산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이다. 시인 영랑은 가을이 맞으며 ‘오매, 단풍 들것네’라고 그 기쁨과 정감을 노래했지만, 정작 시는 그리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장르는 아니다. 촌철살인의 시적 파격이 그렇고, 그 속에 담아낸 시인의 감성을 알아채는 일은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시는 지적장애를 동반한 발달장애인들에겐 더더욱 범접하기 힘든 문학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가을, 비장애-장애를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시의 세상에 빠져들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이름하여 ‘만화시집’이다. 우리 시대 가장 따스한 시인으로 불리는 풀꽃 시인 나태주의 시에, 네이버웹툰 <숲속의 담>으로 화제를 모은 다홍 작가의 감성 충만한 창작 스토리와 그림이 어우러진 『오래 보고 싶었다』다. 햇솜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모과차의 향기를 담은 듯한 나태주 시인의 시는 몽글몽글 구름처럼 포근하고 재기발랄한 감성이 뛰노는 다홍 웹툰 작가의 그림을 만나 한 편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나태주 시인의 시 52수를 중심으로 다홍 작가가 이야기를 입히고 그림을 그렸다. 이야기는 시인이 끔찍이 아끼는 손녀 아영과의 추억에서 시작한다.

서너 살이나 되었을까. 들판에서 오래 머문 탓에 꾀죄죄한 얼굴을 한 아영은 시인인 할아버지에게 풀꽃 반지를 만들어 선물한다. 풀꽃 반지로 열 손가락을 꽉 채운 시인은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르고, 아영은 목걸이까지 선물할 심산인지 풀꽃 엮기에 바쁘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시인이 손녀 아영을 보는 마음은 ‘풀꽃 1’에 담긴 마음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시작한 스토리는 아영의 성장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장면을 따라가며. 때로는 아프지만 다시 봄//그래도 시작하는 거야/다시 먼 길 떠나보는 거야//어떠한 경우에도 나는/네 편이란다.” 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때로는 “어떠한 경우라도 아이/너 자신을 사랑하고/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너 자신임을 잊지 말아라.”

시인의 시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감성적인 다홍 작가의 그림과 시인 할아버지와 깜찍하고 발랄한 손녀 아영이 엮어 나가는 잔잔한 이야기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처럼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살아 있는 순간의 아름다움, 가까이 있는 모든 것들의 소중함을 담은 나태주 시인과 다홍 웹툰 작가의 컬래버레이션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생일선물처럼 달콤하다. 이 가을 모두에게 전하는 진정한 위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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