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좀 더 기술을 배워서 더 좋은 ‘기술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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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좀 더 기술을 배워서 더 좋은 ‘기술자’가 되겠습니다.”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10.10 16:08
  • 수정 2023-10-1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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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CNC선반 금상 체카토 미셀

“금상이라뇨? 믿어지지 않아요. CNC선반을 배운 지 얼마 안 돼 대회 참가를 망설였어요. 그래도 내 실력을 한번 검증해 보자 싶어 참가했는데, 금상까지 받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래서 더 기쁘고요.”

외모만 보고 그와 우리말로 원활한 대화가 가능할까 했던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외모는 다소 이국적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 체카토 미셀(그의 아버지 나라 식으로 표기하면 미셀 체카토) 씨는 유창한 우리말로 대회 금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체카토 미셀 씨는 지난 9월 22일 경주에서 막을 내린 제40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CNC선반 직종에 인천 대표로 참가해 금상을 수상한 스물네 살의 청년이다.

그는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는 이탈리아인인, 시쳇말로 ‘다문화가정’의 청년이다. 그리고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두 가지 속성의 마이너리티성을 가진 미셀이 ‘한국인’으로서 당당히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까지에는 늘 ‘도전적’이며 ‘긍정적’인 그의 성격이 한몫했다.

미셀 씨가 현재 기술을 배우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일산직업능력개발원(원장 이재구)에서 그를 지도하고 있는 권순욱 교사는 그를 “항상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려 최선을 다하는 학생”, “수업 태도도 성실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과 자율학습을 통해 그때그때 해결하는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교사들의 평가는 비록 기계를 배운 기간은 짧지만 ‘대회에 참가할 볼 만하다’는 평가로 이어졌고, 결국 미셀 씨는 경주로 이끌었다.

“한국복지대학교(현 한경국립대학교)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3년제였는데, 3년제를 마치고 1년 심화과정까지 마쳤지요. 디자인을 하다 기계 만지는 일을 선택하니 주변 사람들이 많이 놀라기는 했지요. 하지만 저는 몸을 움직이는 게 좋아요. 기계를 만지는 데 호기심도 있었고요. 그래서 졸업 유예를 하고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 지원했죠.”

흥미 반, 호기심 반으로 택한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의 훈련은 “기쁘고 재미났다”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대회 참가를 권했을 때, 망설임이 없지는 않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생각으로 대회 참가를 결심했다.

평소에도 모르는 게 있으면 ‘나머지’ 공부를 불사하던 미셀 씨는 대회 참가를 결심한 순간부터 거의 매일 대회 준비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 땀의 결과가 ‘금색’ 메달로 돌아온 것이다.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싶어요. 이번 대회 수상이 그 발판이 되어줄 거라고 믿습니다. 다문화이든 아니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 더불어 잘 사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좀 더 기술을 배워서 더 좋은 ‘기술자’가 되겠습니다.”

미셀 씨는 추석 명절을 끼고 아버지의 나라인 이탈리아로 한 달간 여행을 떠났다. 할아버지 등 친가 친척들을 만나기 위한 행보다. 공항으로 떠나는 그에게 “이탈리아를 국적으로 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묻자 “전 여기서 태어났고 여기서 자란 한국인입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몇 년 후 그의 꿈대로 자동차 엔지니어나 기계설계자가 되어 있는 그를 다시 인터뷰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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