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칼럼]장애인은 버스를 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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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칼럼]장애인은 버스를 탈 수 있을까?
  • 편집부
  • 승인 2023.10.10 13:50
  • 수정 2023-10-10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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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백/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지난 5월과 6월에 걸쳐 인천 시내에서 운행하고 있는 저상버스 90대를 탈 수 있는지, 휠체어 이용인이 타더라도 안전하게 안내하는지 여부, 그리고 승·하차장은 저상버스를 타기 얼마나 편리한지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였다. 참고로 같은 조사를 지속해 진행해 오고 있음을 밝힌다.

이처럼 저상버스 모니터링을 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인천 시내버스 중에서 휠체어 이용인이 탈 수 있는 저상버스가 있지만 과연 탈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번 모니터링 결과 약 10%(90대 중 10대)는 저상버스를 탈 수 없었다. 이는 과거 모니터링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버스를 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충격적이게도 운전기사의 승차 거부다. 10대 중 2대는 버스기사가 휠체어 이용 승객을 승차 거부하였다. 모니터링을 하였던 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분명 버스기사는 휠체어 이용 승객을 보았고, 승차를 요청하였지만 거부하였다.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다. 또 나머지 8대는 휠체어 이용인이 저상버스를 탈 수 있도록 하는 발판(리프트)이 고장났거나, 작동 미숙으로 타지 못하였다. 2021년 현재 인천에서 운행 중인 버스는 2,310대다. 이 중 저상버스는 340여 대로 14.7%에 불과하다. 이는 7대 특광역시 기준 가장 낮은 비율이다. 그나마 운행하는 저상버스 10% 정도는 탈 수 없다는 것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이동권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둘째, 저상버스 실태를 알기 위함이다. 저상버스 운행 매뉴얼에는 휠체어 이용인이 탑승하면 리프트 작동 및 휠체어석 안내, 안전벨트 고정 등 운전자 인력지원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저상버스에 탑승했던 80대 중에서 52대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휠체어 이용인이 버스를 타다가 넘어지면 장애인 승객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함께 다칠 수 있기에 안전벨트 고정 등 인력지원은 중요하다. 또 이런 안전장치 고정 확인 후 버스가 출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8대 버스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저상버스와 관련한 매뉴얼이 시내버스 회사별로 있다고 밝혔지만, 저상버스는 이런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셋째,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서울지하철 탑승 퍼포먼스로 많은 분이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장애인콜택시는 중증의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동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언제 오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중요한 일정을 맞춰야 하는 시기에는 효과적이지 않다. 그리고 지하철이 가장 편리한 이동 수단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곳은 다니지 않는다. 장애인콜택시와 지하철 등의 사각지대는 버스가 채우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버스의 상당수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탈 수 없도록 설계되었거나, 그나마 있는 것도 타기 쉽지 않은 환경임을 인식하고 개선되었으면 한다.

영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되었다. 우리나라처럼 중증의 장애인분들이 계단 버스를 점거하고, 도로를 점거하면서 장애인 이동권 문제해결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터 저상버스 도입을 서두른 결과 2005년 33% 도입률이 2020년이 되어서 100%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저상버스 도입을 하기 시작하였지만, 2020년대 현재 28%에 불과하다. 영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는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본다. 울펜스버거(Wolfensberger)는 그의 저서 ‘사회서비스와 정상화 이론’에서 “예산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념이 빈곤한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과연 장애인 이동권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는 있는 것일까?

이동의 문제는 정말 기본권 중에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동하여야 학교도, 직장도, 사람도 만날 수 있다. 사람이 살고, 활동하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의 전제는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 전제가 없다면 정부에서 말하는 장애인과 관련한 대부분 정책과 서비스는 공염불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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