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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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 편집부
  • 승인 2023.10.10 13:46
  • 수정 2023-10-10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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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원장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은 2023년 3월에 창단되었지만 기존 시설로 옮기면서 그동안 진행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새로운 공간과 이 지역에 예술단을 알리기 위해 예술단원 보호자, 관계 공무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브런치 콘서트’를 진행하였고, 예술단 홍보용 리플릿 제작, 홈페이지, 후원자 모집을 위한 CMS 개설 등 시설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갖추었다. 공간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고 1년 반 정도 예술단이 운영되면서 그동안 제기되었던 문제들은 해결이 되었을까?

무슨 일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장소다. 그만큼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 예술단은 그 첫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보통 새로 설립되는 시설은 신규 건물에 입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시설이 사용하던 건물을 변경해서 들어오게 되면서 소송에 휘말려 1년 반 동안 법인 공간에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 예술단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시설이 나가면서 올 6월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고 예술단 건물에서 운영을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방음이 되는 합주실이 있는 것 빼고는 예술단에 필요한 개인 연습실 등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다. 또 오랫동안 공간이 방치되고 2층 증축 후 비가 오면 누수가 생겨 전기, 소방시설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시설 유지보수를 위한 예산이 계속 소요되고 있다.

특히 제일 큰 문제는 접근성의 문제다. 이사한 장소는 접근성이 떨어져 예술단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기가 어려워 출퇴근을 위한 셔틀을 돌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출근 시간이 빨라졌고 직원들도 출퇴근 시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개인 사정과 출퇴근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예술단원 한 명이 퇴사하였고 직원도 출퇴근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퇴사하기로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제도적인 문제다. 예술단은 예술 분야의 직업재활시설(보호작업장)로 만들어지다 보니 법적인 문제나 타 직업재활시설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지원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시에서는 예술단 실정에 맞는 예산 지원이나, 음악전공자 종사자의 경력 인정 및 급여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지금까지 계속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술단원 모집에 대한 상황도 직업재활시설 기준에 맞게 운영하다 보니 근무시간이 길고 프로그램 시간 외 근로시간에 대해 급여가 지급된다. 긴 근무시간에 대한 부분은 그 시간을 급여로 인정해주면 해결되는 부분이지만 현재 수익으로는 보장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실력 있는 장애연주자는 예술단에 지원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실력이 부족한 단원을 뽑아 훈련을 시켜 운영하기도 어렵다. 훈련을 위해서는 악기별 추가 레슨을 진행해야 하고 편곡을 통해 악보를 조정한다고 해도 기존 단원들과의 실력 차이가 커 함께 합주 진행도 쉽지 않다. 다른 장애인 오케스트라와 달리 예술단은 수익을 위한 공연을 하다 보니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야 추가 공연 섭외가 들어오기 때문에 부족한 단원들을 공연에 내보낼 수도 없는 현실이다. 예술단은 물건을 만들거나 사고파는 다른 직업재활시설과 달리 공연에 대한 단가를 일관되게 책정할 수 없으며 지속적인 공급 계약 체결 자체가 어려워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인데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결국, 이런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일 필요한 건 안정적인 예산이다. 그래야 실력 있는 단원도 모집하고 보호자가 원하는 악기별 개인레슨 지원과 예술단원들의 안정적인 급여 제공을 통해 예술단원의 자립을 실현할 수 있다.

예술단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술단원 보호자들은 자녀가 예술단에 출근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근무하면서 달라지고 성장했다고 이야기한다. 분명 현재 기준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의 좋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미 직업재활시설 기준으로 예술단은 만들어졌고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의 강점을 살려 장애자녀를 둔 보호자들의 양육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덜어드리고 장애예술인들이 당당히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응 및 자립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 실력 있는 단원들로 앙상블을 구성하여 공연단가 및 규모에 맞게 앙상블로 공연을 나가고 그에 따른 추가 수당을 지급하여 급여를 보전해주기 시작했다. 예술단 자체 규정이나 별도 지침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기업 및 초·중·고등학생, 공무원, 기업 대상으로 문화체험형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사업을 계획하여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예술단에 제일 중요한 음악의 완성도를 높여 누가 들어도 아름답고 수준 높은 연주를 통해 장애예술인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대기업의 적극적인 후원 요청과 시군구 내 행사 공연 섭외를 위한 영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하루빨리, 지자체 중 전국 최초로 설립된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악기를 연주하는 장애예술인들의 꿈의 직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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