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⑦ 자기애성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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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⑦ 자기애성 성격장애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10.11 15:00
  • 수정 2023-11-16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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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은 성격에도 장애가 있음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형성되어, 성인기에 성격으로 굳어진 행동과 마음 특성으로 인해 계속 삶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들을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라고 하지만, 어감 때문에 성격장애라고 바꿔 말한다. 다수의 성격장애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못 느끼지만 주위 사람들을 매우 괴롭게 하며, 대인관계나 생활에 문제가 생겨 우울·불안장애 등 여러 심각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격장애의 예방과 치료는 중요하며, 성격장애를 이해하는 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각 성격장애들의 특징과 주요 원인을 알리고자 총 10회에 걸친 시리즈를 연재한다. 본 시리즈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성격심리학, 이상·임상심리학, 심리검사 해석 및 성격장애 관련 연수, 정신의학 문헌 분석, DSM-5와 ICD-10, 성격장애 학술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 [편집국]

 

‘나는 나’라는 기쁨에서 병으로

‘자기 능력을 믿고, 자신이 독특하고 특별한 존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하면, 이것이 왜 문제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기 확신을 가진 성격유형의 주요 특징은 언제나 남이 자신에게 잘 해주기를 기대하고, 자신의 포부와 가능성에 대해 뻔뻔할 정도로 솔직하게 야심찬 모습이다. 또한 자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남의 강점을 이용할 수 있고 타인을 다룸에 빈틈이 없기도 하다. 이런 태도는 ‘세상이 곧 나’라는 신념과 연결되어 있다.

이런 모습은 자기애성 성격장애에서도 보이는데, 결을 다르게 하는 것이 있다. 자기 확신과 다르게 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핵심 특성은 무엇일까?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비현실적인 웅대한 자아상’, ‘칭찬에 대한 욕구, 평가에 대한 과도한 예민성’, ‘공감의 결여’로 본다. 이 세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웅대한 자아상과 허세’를 키우는 이유

‘웅대한 자아상’을 정신분석학자 코헛은 유아가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갖는 것으로 소개했다. 부모의 전폭적인 애정을 받는 유아에게 생기는 ‘웅대한 자아상’은 아기다운 모습이다. 코헛이 들려주는 가설은 현실의 모습이 아닌 ‘웅대한 자아상’에 빠지지 않고 ‘현실적인 자기애’를 갖기까지 건강하게 자라려면 좌절 경험이 필수란 것이다. 자라는 동안 부모에게 규제받는 과정에서, 아기에게 자기 한계를 보고,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며 자신이 대단한 존재가 아님을 느끼는 좌절이 없다면, 유아기의 자기애가 지속되어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경고이다.

적절한 좌절 경험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꼽히는 것은 부모의 과잉보호이다. 이 외에 웅대한 자기상에 대한 좌절 경험이 너무 커 마음의 충격으로만 지속되면, 오히려 더욱 집착하게 되어 주변 사람에게 칭찬을 강렬하게 추구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발전될 수도 있다고 코헛은 알려준다.

 

자존감의 뿌리가 문제야

‘자기애는 자존감의 장애’라는 말이 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은 자존감이 언제나 매우 연약해서, 남에게 잘 보이는 것, 칭찬과 인정에 몰두한다. 왜 이들의 자존감이 약할까? DSM-5 연구자들, 성격장애 진단 연구자들은 그 원인을 자신이 어울리는 사람들에게 부여한 이상화된 가치에 의해서 강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현상을 전문용어로 ‘거울화’라고 부른다. 이는 자신이 끊임없이 관심받고자 하는 숭배를 요구하는 것으로 뻗쳐 나간다. 한편, 자존감이 취약하기에 비판이나 패배의 상처를 잊지 못하고 수치심이 지속되어 우울장애로도 이어지는 경우들이 알려져 왔다.

 

‘공감’을 놓쳐가는 마음의 문제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은 DSM-5의 묘사에 의하면,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상처를 입히는지 잘 모르는 정도로 공감, 감정이입의 능력이 없다. 이들을 만나 본 이들은 정서적으로 냉담하고 관심의 상호 교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DSM-5의 성격 기능 연구에 의하면, 공감은 성격 기능에서 핵심 요소로 알려져 왔다. 공감의 정의는 ‘타인의 경험과 동기에 대한 이해와 인식, 관심이 다른 것을 포용하는 능력,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사회의 영향도?

흔히 어린 시절을 성격장애와 연관시키는데, 부모의 과잉보호 안에서 자녀가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되어갈 위험을 알리는 대상관계이론, 정신분석, 정신의학 등의 가설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신동’으로 불리는 아이들이 ‘무엇을 잘해야 부모의 사랑을 받는’ 사례가 되지 않길 정신의학에서는 바라고 있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할 때만 사랑을 주고, 아니면 비난과 무관심으로 응징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성취가 있어야 존재할 가치도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된다. 이런 믿음이 자아의 일부가 되고, 최고가 되어 세상의 관심을 빨아들이고 싶어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자녀를 남과 비교하는 대화가 잦은 가정에서도 일어난다. 친구는 시험 점수 몇 점 받았냐고 꼭 묻는 부모처럼, 자녀가 이룬 것은 보지 않고 남과 비교하는 경우가 일상이 되면, 자녀들은 남보다 더 잘할 때만 사랑받는다고 배우는 경험이 배어들게 된다. 이런 과정은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특징들을 키울 위험성을 키운다.

한편, ‘자기애의 문화’라는 책을 쓴 사회역사가 라쉬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증가가 ‘자기중심 세대’가 상승됨과 관련 있다고 보았다. 정신분석가 컨버그 또한 성격장애에 미치는 사회의 영향을 언급했다. 급속한 사회변화와 전통적인 사회구조 붕괴가 일어날 때 성격장애가 출현하기가 쉬운 이유를 사회구조에 있는 보완 기능이 상실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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