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돌봄책임 외면한 ‘사서원’ 예산 전액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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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돌봄책임 외면한 ‘사서원’ 예산 전액삭감 
  • 편집부
  • 승인 2023.10.10 09:30
  • 수정 2023-10-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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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본예산에 사회서비스원(사서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국회의 내년 정부 예산 심의에서마저 정부 상정 안대로 예산 전액 삭감이 확정되면,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돌봄 인프라가 더욱 축소 될 것은 뻔하다. 사서원은 사회서비 스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 아니 든가.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 긴급돌봄을 제공하는 등 공공부문이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2019년 서울·경기·대구·경남 등 4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운영 후 2021년부터 경북을 제외한 광역 시·도에 설립됐다. 중앙정부 재정 지원이 끊기면 사서원 운영이 어떨지를 정부가 모를리 있겠는가. 사회서비스 ‘시장화’와 ‘민영화’에 나선 윤석열 정부의 공공돌봄 축소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내년도 복지부 예산안을 보면, 시·도 사서원 예산이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복지부가 예산 133억 4300만 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지만, 싹둑 잘랐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의 범위에서 시·도 서비스원의 설립·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출연 또는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한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29조를 근거로 사서원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자체와 반씩 분담해왔다. 그런데, 기재부가 ‘사서원은 시·도지사 운영’이란 이유로 재정 지원을 반대했다니 납득할 수 없다. 국회 예산심사에서도 예산 배정이 안 되면 사서원 운영비를 지자체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지자체는 인건비 등 부담으로 돌봄 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하다.

2022년 8월 기준 전국 장기요양기관 2만7065곳 중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가 운영하는 기관은 252곳으로 0.93%에 불과하고, 99% 이상을 민간이 운영한다. 공립시설마저 실제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8만5293개 소가 폐업했다. 2017년~2021년 연평균 5707개소가 개업하고 3995개소가 문을 닫았다. 개업했다가 수익이 없으면 폐업하는 것이 민간 기관 속성이다.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 안전한 국공립 기관을 찾을 수밖에 없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장애인 261만 명 중 ‘일상생활 전반에 타인의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 수가 약 38만 명에 달함에도 장애인활동지원 대상자는 11만여 명에 불과하다. 공공 돌봄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아동·노인·장애인 등에 대 한 ‘공공돌봄 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설립한 사서원의 정체성을 훼손 해선 안 된다. 이들의 돌봄서비스를 공공기관이 회피하고 민간 기관에만 맡겼다가는 경제적 약자일수록 소외되고 배제될 것은 자명하다. 민간 사회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사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조차도 돌봄 서비스 품질과 종사자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려면 공공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공공돌봄이 열악한 데도 정부가 사서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꿍꿍이는 중앙정부가 사회서비스를 더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다가오는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사서원 예산을 확보해 사회서비스 안전망을 강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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