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너진 농교육과 농학생 교육권 바로 세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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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너진 농교육과 농학생 교육권 바로 세워 달라”
  • 편집부
  • 승인 2023.10.05 09:05
  • 수정 2023-10-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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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아인협회가 “우리 사회는 청각장애학생에게 수어보다는 듣고 말하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무너진 농교육을 바로 세울 것을 촉구하는 농인과 가족 등 3만 명의 ‘서명서’와 ‘정책제안서’를 9월 19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대학생인 농인 A 씨는 “선생님들은 수어를 쓰지 않고 주로 칠판에 판서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했으며, “수어를 하는 선생님의 경우 알 수 없는 수지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해 못 알아들은 내용을 다시 설명을 요청하면 화를 내고, 알아듣지 못한다고 혼을 내 다시는 질문을 할 수 없었다.”고 학교생활의 고충을 토로했다.

직장인인 농인 B 씨는 학창시절 선생님이 “너희들이 말을 잘 하면 나도 수어를 잘 할게, 너희들이 먼저 말을 잘해 봐.”라는 황당한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구화를 하는 친구는 마치 모범생인 것처럼 취급하며 은연중에 구화를 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농인의 제1언어인 수어가 청각장애 교육 현장에서 사라지고, 학교에서는 음성언어와 구어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청각장애학생들의 차별 없는 교육권과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는 수어통역, 문자 등 정당한 교육 편의가 제공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날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무너진 농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농인들은 “그동안 정부에서 발표한 특수교육 정책은 발달장애 정책이라 할 정도로 청각장애 등 소수 유형의 특수교육 대상자는 소외되어 왔다. 청각장애학생들이 또래와 동등하게 교육받고 학교생활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혼란에 빠진 청각장애 교육 현장을 시급히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의 통합교육 정책에 따라 청각장애 학생의 80.3%는 일반학교에 재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음성언어 중심의 교육환경에서 수어통역, 문자 등의 교육 편의를 지원받지 못하고, 또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또래학생과의 교류나 상호작용 할 수 있는 프로그램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청각장애학교의 환경 역시 열악하다. 전국의 14개 국·공·사립학교는 수도권에 절반인 7개교가 집중되어 있고, 구화 중심 교육과 수어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거나 수어로 볼 수 없는 수지한국어를 사용하는 교사들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한국수어가 사라지고 있다.

청각장애학생의 경우 인공와우와 보청기 등 청력보조장치를 사용하지만 음성언어 구사에는 한계가 있다. 이들의 원활한 사회활동을 위해서는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고, 한국어를 제2언어로 읽고 쓰는 능력을 키우는 이중언어 교육이 중요하다.

미국은 장애인교육법에 근거해 학교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되고, 수어를 제2외국어로 인정해 수어 교과목을 신설했으며, 영국과 일본의 경우 일부 농학교는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 중이다.

우리나라도 초·중·고교에 수어가 제2국어로 지정되고, 교육통역 제공과 전문 교육통역사 제도를 도입해 청각장애학생의 교육권과 농문화의 이해, 수어 전문성 등을 강화해야 한다.

청각장애인교육 붕괴의 원인에는 교사의 전문성 부족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현재 특수교사 양성체계는 2001년 개편돼 장애영역별 교사 자격제도가 아닌 특수교육의 보편성에 기반한 교사 양성체계다. 그 결과 수어 등 청각장애와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교사도 청각장애학교에 배치가 가능해진 것. 농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는 시급히 현 교사 양성체계와 방식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농아인협회는 △농교육의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농학교와 일반학교(통합교육)의 농(청각장애)교육 실태조사 △수어중심의 농교육 환경 조성 △특수교사 양성체계를 개편하여 전문성 갖춘 교사 배출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국립 한국수어학교’ 설립 등 청각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등이 담긴 정책제안서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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