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울려퍼진 “어메이징 그레이스”…한국-홍콩 시각장애 음악인들의 하모니
상태바
어둠 속에 울려퍼진 “어메이징 그레이스”…한국-홍콩 시각장애 음악인들의 하모니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10.04 16:23
  • 수정 2023-10-05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홍콩-대만-일본-이스라엘 음악인들 한무대에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국제교류음악회 개최
10월 4일 부평아트센터서
▲ 10월 4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무대에 선 국제교류음악회 참여자들. 이날 무대에서는 한국, 일본, 대만, 홍콩, 이스라엘의 장애인 음악인들이 한 무대에서 감동적인 선율을 만들어냈다.

갑자기 객석은 물론 무대의 조명까지 모두 꺼졌다. 그리고 잔잔히 울려오는 바이올린 소리…….

“놀라운 은총이여! 나 같이 타락한 자에게도/구원의 손길 내리시는 다정한 음성”이란 가사로 시작하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다. 어느 순간 한쪽 파트에 핀 조명이 떨어진다. 보면대도 없이 바이올린 활을 켜는 바이올니스트들이 조명 아래 빛난다. 그 뒤로 깔리는 잔잔하지만 울림 깊은 오케스트라의 선율, 한국과 홍콩의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이 빚어내는 음악이다.

10월 4일 오후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린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국제교류음악회’(이하 국제교류음악회)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다. 극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도 곡이 끝나자 우렁찬 박수로 이들의 연주에 화답했다.

▲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의 시그니처 연주라고 할 수 있는 암전 연주, 이날 공연에서는 홍콩의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했다. 암전 중 하이라이트 조명으로 바이올린 파트를 비추고 있다.

긴 추석 연휴가 끝난 바로 다음날,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센터를 가득 채운 선율을 만들어낸 이들은 한국과 홍콩, 대만, 일본의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이다.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가 주관한 이날 공연의 정식 명칭은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국제교류음악회.’ 교육부의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2011년 창단된 국내 최고 수준의 시각장애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인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지휘자 박기화)를 중심으로, 홍콩시각장애인오케스트라(HKBO, 지휘자 티모시 토), 이스라엘 출신 장애인 밴드 샬바밴드, 대만의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황위시앙, 일본의 시각장애인 바이올리니스트 다카요시 와나미(피아노: 미네코 츠치야)가 무대에 올라 장애를 뛰어넘은 음악으로 하나된 무대를 연출했다.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비제의 <카르멘서곡>으로 막을 올린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두 번째 곡이 끝나고 홍콩 연주자들이 혜광브라이드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이사이에 자리잡으면서 시작됐다. 연주자들이 모두 자리를 잡자 일순 무대와 객석이 암전되고, 티모스 토의 지휘로 두 오케스트라가 합을 맞춰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했다. 어둠 속에서 그야말로 음악의 ‘놀라운 은총(amazing grace)’이 울려퍼진 것이다.

이후로 두 오케스트라 단원의 합주와 유병엽의 트럼펫이 함께한 <마이웨이>가 이어졌다.

▲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홍콩시각장애인오케스트라 그리고 트럼펫주자 유병엽이 <마이 웨이>를 연주하고 있다.

이후 팔순에 가까운 고령임에도 시각장애인들의 국제 음악 교류라는 대의에 흔쾌히 동참한 일본 다카요시 와나미의 바이올린 독주와 대만에서 피아노 연주자이자 배우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황위시앙의 피아노 솔로가 이어졌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스라엘 샬바밴드는 비틀즈, 샤이먼 앤 가펑클 등 친숙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밴드 특유의 비트로 연출해 무대의 흥을 더했다. 샬바밴드는 시각, 지체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연주자 및 가수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무대는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가 <아바 메들리>와 <라데츠키행진곡>으로 장식했다.

이 공연을 기획하고 주최한 광명복지재단 명선목 이사장은 “작년까지 3회째 이어온 전국장애인뮤직페스티벌이 올해부터 열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이 무대로 대신한다.”고 전하며, “인천국제장애인페스티벌은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를 처음 만들 때부터 키워온 꿈이다. 오늘의 이 음악회가 그 꿈에 한 발 다가서는 발판이 되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 무대에 올라준 3개국의 연주자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를 교육부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에 추천해준 인천시교육청에도 감사한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