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정신장애 바리스타 4명이 함께하는 두산산업차량 사내 카페 ‘ONE 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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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정신장애 바리스타 4명이 함께하는 두산산업차량 사내 카페 ‘ONE DOO’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3.08.21 12:00
  • 수정 2023-08-21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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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2020년 15개 장애유형별 고용률’ 결과에 따르면 15세 이상 장애인 취업률은 전체 34.9%였으며, 그중 정신장애인의 취업률은 9.9%로 15가지 장애유형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낸다. 정신장애인의 취업률이 낮은 이유는 ‘편견’이라는 벽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에 비치는 일부 정신장애인의 사건·사고 이야기 등으로 빚어진 그릇된 인식과 편견으로 자립의 기회를 좀처럼 잡기 힘든 그들, 하지만 그런데도 자신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바리스타’의 꿈을 이룬 사람들이 있다. 바로 두산산업차량 사내 카페 ‘ONE DOO’에서 근무하는 ‘아담’, ‘올리비아’, ‘루나’, ‘크리스탈’이다. 편견이라는 단단한 벽을 부드러운 커피 향으로 한번, 친절한 미소로 한번 녹여버리는 그들의 오늘을 들여다보자._차미경 기자

향긋한 커피로 한 번, 미소로 한 번 더 편견의 벽을 녹인다

▲ 카페 ‘ONEDOO’ 식구들 (왼쪽부터) 조민지 매니저, 올리비아, 김영훈 팀장, 아담

인천시 동구 인중로에 있는 두산산업차량은 두산그룹 계열사로 지게차를 제조하는 회사다. 공장부지는 지게차 부품과 부품을 실어 나르는 지게차 등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468 Lounge’이라고 쓰여 있는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고소한 원두 향이 코끝을 스치며,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두산산업차량의 휴게공간인 건물 1층에는 카페 ‘ONE DOO’가 자리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가 된다는 ‘ONE’과 DOOSAN(두산)의 ‘DOO’를 합한 카페에는 지난 4월부터 정신장애인 바리스타 4명이 근무하고 있다.

▲ 카페 ‘ONE DOO’는 정신장애바리스타들에게는 희망의 공간이자 두산산업차량 직원들의 소중한 휴식공간이다.

 

취업환경 사각지대 높은 정신장애인들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 ‘두산산업차량’

 

두산산업차량은 사내 카페를 조성하면서 ‘장애인 채용’을 계획했다. 발달장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었던 정신장애인 채용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관련 기관 및 업체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카페 ‘ONE DOO’에 4명의 정신장애인을 채용하기로 한 것.

김영훈 두산산업차량 관리지원팀 팀장은 “정신장애인을 채용하기로 하고 그들이 일하는 다른 사업장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지 않으면 장애인이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각자의 업무를 성실히 해내고,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도 여느 카페의 직원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네 분의 근로자들을 면접과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불안하거나, 걱정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페 ‘ONE DOO’는 공장 내에 있다 보니 근무를 시작하기 전인 이른 아침과 점심시간에 고객이 몰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루 300잔 정도가 판매된다고 하니 적지 않은 숫자다. 그런데도 4명의 바리스타는 실수 없이 능숙하게 자기 일을 해내고 있다.

두산산업차량 직원들은 카페 ‘ONE DOO’ 바리스타들의 장애 유무와 유형에 대해 알고 있기도, 또 모르기도 한다. 회사 측이 공식적으로 이에 대해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영훈 팀장은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리스타들이 정신장애인이라고 알릴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바리스타로 면접을 봐서 정식으로 채용됐고, 매뉴얼에 따라 응대를 하고 메뉴를 제조하는 일을 하는 분들인데 그분들의 개인 이력을 굳이 알릴 필요가 있을까요? 반대로 생산직 근로자의 질병 유무를 우리가 입사할 때마다 다른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잖아요.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그 정보를 알리는 밑면에 오히려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등의 차별이 섞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 카페 ‘ONE DOO’의 핵심 멤버인 ‘아담’(왼쪽)과 올리비아(오른쪽)

 

3년차 베테랑부터 새내기 바리스타까지

‘자립’이란 꿈을 위한 즐거운 도전 이야기

 

카페 ‘ONE DOO’에서 근무하는 4명의 장애인은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본명이 아닌 ‘아담’, ‘올리비아’, ‘루나’, ‘크리스탈’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중 ‘크리스탈’은 이미 인천시청 1층에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바리스타 카페 ‘아이갓에브리씽’에서 2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아담’ 역시 같은 카페에서 1년의 경험을 쌓은 경력자다. ‘올리비아’는 바리스타로는 첫 직장이지만 이전에 급식실 보조와 조립 근무를 한 경험이 있어 어렵지 않게 회사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루나’는 생애 첫 직장을 경험하고 있지만, 집중력과 성실함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또한, 이들의 능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2명의 매니저가 함께 근무하며 서로의 자립과 꿈을 응원하고 있다.

올해 54세 ‘아담’은 “인천시청에서 근무할 때는 정부 소속 카페에서 일한다는 생각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또 대기업 직원이 된 거잖아요. 기분이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청에 있을 때 주로 주문과 계산을 하는 담당이었지만, 여기서는 음료 제조는 물론 자기를 필요로 하는 업무는 그게 무엇이든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본인 자신을 ‘팔방미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올리비아 핫세에서 닉네임을 따왔다는 ‘올리비아’(31살)는 두산산업차량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바리스타를 하기 전에 급식실 보조와 조립을 하는 작업장에서 근무하기도 했는데, 혼자서 조용히 일만 하는 분위기가 조금 심심하기도 하고 답답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함께 어울리면서 즐겁게 근무하는 게 너무 좋다. 음료를 만드는 일도 재미있고 손님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것도 내게 잘 맞는 것 같다.”

아담과 올리비아는 현재 자신들의 삶에 너무 만족한다며, 자신들과 같은 정신장애인들이 용기를 내고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아담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회생활 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다. 그것을 하지 못할 때 오는 심적 아픔이 더 크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시선과 자신감이 부족해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만 용기를 더 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는 이웃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도 했다다. 올리비아 역시 한 번 용기를 내는 것이 어렵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응원과 함께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주변 분들도 우리를 선입견 없는 눈으로 봐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아담’의 사물함 문에 붙어있는 가족들의 응원메시지

 

그들 도전 응원하는 따뜻한 사람들

모두가 모여 ‘ONE’이 되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와 사회적 시선이라는 무게를 덜어내고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에는 그들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4명의 바리스타와 함께 근무하며 힘을 북돋아 주는 2명의 매니저는 동료이자 가족, 친구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조민지 매니저에 따르면, 아담은 항상 출근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고, 잠깐 손님이 뜸한 시간에도 빗자루를 들고 와 청소를 하는 등 성실한 모습이 가장 큰 장점이며, 올리비아는 꼼꼼함과 손님을 대할 때 항상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임하는 모습을 보면 서비스직이 천직인 것 같다. 또한, 크리스탈은 3년 차 베테랑답게 말없이 묵묵히 다른 분들을 이끌어 주고, 루나는 첫 사회생활이다 보니 작은 실수를 보이기도 하지만, 집중력이 좋아 바쁜 시간에 일 처리 속도가 빠르고, 뒤끝 없이 쿨한 성격으로 모두와 충돌 없이 지내는 장점이 있다.

“사실 저도 처음 정신장애인분들과 함께할 때는 걱정되는 부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가까이 보면 모두 예쁘다’는 말처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장점도 너무 크고, 무엇보다 자립과 사회생활에 대한 의지와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은 오히려 그분들에게 배울 점이 너무 많음을 느껴요.”

또한, 이들의 도전을 누구보다 기뻐하는 사람을 꼽자면 바로 ‘가족’이다. 두산산업차량은 지난 8월 8일 4명의 바리스타의 가족들을 초대해 근로 공간을 소개하고, 그간 그들이 근무하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여줬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바리스타들은 손편지를 부모님과 가족에게 전달했고, 가족들 역시 응원의 쪽지를 전하기도 했다. 가족들이 쓴 쪽지는 4명의 바리스타의 사물함 앞에 붙어 있었다. 특히,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 –엄마가-”라는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당사자의 의지와 노력, 편견 없는 시선, 무엇보다 진심으로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만 있다면 제2, 제3의 아담과 올리비아, 루나, 크리스탈은 우리 가까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카페 ‘ONE DOO’에서 확인했다. 그리고 희망의 불씨가 보다 멀리까지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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