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방방곡곡]경기 남양주 다산길_물길, 철길 따라 자연도, 추억도, 역사도 방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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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방방곡곡]경기 남양주 다산길_물길, 철길 따라 자연도, 추억도, 역사도 방울방울
  • 편집부
  • 승인 2023.08.04 09:06
  • 수정 2023-08-04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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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의 폭우가 지나갔다. 곳곳에 비가 할퀴고 간 아픈 흔적이 남았지만 그래도 여름은 물의 계절이다. 이 여름 북한강을, 그리고 그 북한강과 함께 흐르는 다산의 숨결을 만나러 간다. 전철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서 내려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능내역으로 간다. 폐역이 된 간이역은 자전거 마니아들의 쉼터로 거듭나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능내역을 출발해 마재마을로 향한다. 천주교 성지이기도 한 마재마을 탐방은 그대로 다산가(家)의 숨결을 느끼는 순례다. 다산길에서 추억과 역사, 자연을 맘껏 느끼는 여행이다.
전윤선_무장애여행 칼럼니스트

능내역이 있는 남양주시 조안면은 수도권 최초의 슬로시티다. 빠르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 속에 작은 쉼표가 되어주는 곳. 이곳에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한 몸 되어 한강으로 흐른다. 자연의 시간을 존중하고 배려해 얻은 먹거리로 사람들과 나누기도 한다. 슬로시티 조안에서는 느린 삶의 지향이 느껴진다.

 

지금은 폐역이 된 간이역, 추억의 능내역

정약용 삼형제의 신앙을 기리는 마재성지

 

슬로시티 조안면 능내리에 있는 능내역은 숨구멍 같은 곳이다. 능내역은 1956년 처음 생겼고, 지금의 역사는 1967년에 지어졌다. 중앙선의 작은 간이역으로 역할 하다 2008년 중앙선이 광역 전철화되면서 선로가 이설돼 폐역이 됐다. 리모델링을 통해서 여행자들의 쉼터로 새롭게 태어났다. 기찻길 너머로 4대강 국토 종주 남한강 자전거길이 있어 자전거 마니아들에게는 유명한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 지금은 폐역이 된 능내역<br>
▲ 지금은 폐역이 된 능내역

 

“흰둥이가 목을 빼어 배웅해준/마지막 기차는 떠나갔다./그 안에 켜켜이 쌓인 기억만이/녹슨 철로 위에 한숨처럼 길게 누워있고/웅성거리며 주고받던 인사도 사라졌다./역전집 아저씨 까만 얼굴에 옛 이야기가/덧없이 묻어나고, 낡은 사진 속 로맨스는/이제 책상 안에 깊숙이 숨어들었다”.

능내역 앞 나무 안내판에 쓰인 ‘간이역 블루스’라는 글귀다. 누구의 글인지 모를 이 글처럼 능내역은 추억이 켜켜이 쌓여 지나갔다. 능내역 대합실은 추억의 소품들로 가득한 전시관이다. 능내역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사진 속에 박제한다.

▲ 경기도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마재마을에 있는 정약용 생가
▲ 마재성지의 성당에 들어서면 한복을 입은 예수상이 순례객들을 맞는다.

능내역 앞 국숫집 골목으로 쭉 들어가다 보면 마재성지가 나온다. 마재성지는 한국 천주교회의 요람이다. 성당 정원의 한복 입은 예수상이 특별하게 다가와 성지를 찾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마재성지는 다산 정약용, 정약종, 정철상 등 정약용 삼 형제의 모범신앙을 기념하는 성지다. 순교자들의 기록이 남아 있어 순례인들의 요람이다. 마재성지는 한국 천주교회의 창립 주역들의 생활 터전이자 가족 모두가 순교한 성지다.

조안면은 천주교 신자였던 다산 정약용의 업적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을 여행하면서 문득 이 시대의 정약용은 누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약용을 만나려면 마재고개를 넘어야 한다. 말을 타고 넘어가던 고개라 해서 마현이라고도 불린다. 마재고갯길을 넘어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마재마을이다. 마재마을은 다산 정약용이 태어난 곳이자 강진에서 긴 유배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머물던 곳이다.

 

다산의 진면목을 만나다, 다산유적지

북한강 위에 아름다운 섬 같은 생태공원

 

▲ 다산유적지의 정약용 동상

다산유적지에는 실학박물관, 정약용 생가, 다산기념관도 있다. 먼저 다산기념관으로 갔다. 다산기념관에는 정약용의 일대기가 전시되어 있다.

1762년 진사였던 다산의 아버지 정재원은 사도세자의 죽음에 낙담해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남양주 마재마을로 낙향했다. 그해 8월 조선 최고의 실학자 정약용이 태어났다. 4살 때부터 천자문 공부를 시작한 정약용은 일곱 살에 ‘산’이라는 시를 지었다. 어린 정약용의 놀라운 관찰력은 예사롭지 않았다. ‘왕의 남자’가 된 정약용은 정조와 함께 조선을 개혁하는 데 앞장섰다. 정조가 죽은 후 다산은 정치적 박해로 당대에는 펼쳐 보일 수 없었던 개혁의 꿈을 역사를 초월할 수 있는 저술인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에 담아냈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서의 유배생활을 끝내고 고향인 마재마을로 돌아와 생을 마감했다.

정약용 생가는 화려하지 않은 조선시대 가옥이다. 곳곳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휠체어 이용인도 여유당을 둘러보는 데 부담 없다. 생가 위로는 정약용의 묘가 있지만 계단이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실학박물관으로 발길을 이어갔다.

 

▲ 북한강 위의 섬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다산생태공원에서 북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필자

실학박물관은 상설전시와 특별전시, 온라인 전시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전시관 1층에는 장애인화장실과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박물관을 관람하는 데 불편이 없다. 2층 상설전시실은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되는데, 실학 탄생의 기초가 된 세계사적 변화부터 조선사회의 변화를 소개하고, 실학자들을 통해 실학의 전개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_유배지에서 쓴 정약용의 시와 편지’란 제목의 특별전시(~9월 10일)가 열리고 있다. 유배지 강진에서 정약용이 가족과 18년간 주고받은 편지와 시가 전시되어 있는데, 정약용의 가족애를 엿볼 수 있다. 특별전시는 시시때때로 바뀌기 때문에 갈 때마다 색다른 전시를 볼 수 있다.

박물관을 나와 다산생태공원으로 갔다. 생태공원에서는 아름다운 북한강이 손에 잡힐 듯하다. 조경이 매우 아름답고 두물머리 가운데 마치 섬처럼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거대한 물결과 동화된다. 생태공원 곳곳에 쉼터가 마련돼 있고 한가롭게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다.

 

2코스로 구성된 도보길 다산길

자아성찰이 함께한 순례길 여행

 

다산길 중 정약용길, 일명 마재옛길의 안내판

능내역에서 마재마을까지를 잇는 도보길은 다산길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다산길은 한강삼패지구에서 출발해 팔당역과 능내역을 거쳐 운길산역(능내역이 폐역이 된 후 새로 생긴 중앙선 역이다.)까지 16.7km가 1코스, 마재마을에서 다산유적지를 거쳐 다시 마재마을로 돌아오는 3.4km가 2코스다. 강과 옛 철로, 다산의 숨결까지, 그야말로 자연과 역사가 함께 숨 쉬는 길로 다산길에서 좋은 기를 듬뿍 받아 몸속에 쌓인 독소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행복한 여행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충격적이기도 하다. 벌써 여행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여행하는 동안 온몸의 세포는 엔돌핀으로 채워진다. 다산을 만나러 가는 길은 종교나 자아 성찰이 함께한 순례길 여행이기도 하다.

 


<무장애 여행정보> 

◈ 가는 길

-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서 하차하면 바로 남한강 자전거길로 진입할 수 있다. 휠체어 OK.

 

◈ 접근 가능한 식당

- 돌미나리집: 남한강 자전거길 바로 옆에 있는 맛집이다. 미나리전 시그니처 메뉴. 미나리로 만든 미나리주스도 맛볼 수 있다. 등나무 그늘에 앉아 음식을 먹는 분위도 그만이다.(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301번길 2, 월요일 휴무)

- 추억의 역전집: 능내역 앞에 있는 국숫집이다.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맛집으로, 감자전과 비빔국수가 시그니처. 강판에 갈지 않은 감자전은 겉바속촉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526번길 25-74, 031-576-8243)

▲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나온 맛집 추억의 역전집. 능내역 바로 앞에 있다.

 

◈ 접근 가능한 화장실

- 돌미나리집 다산정약용 방향 500미터 장애인화장실

- 정약용 유적지 주차장

- 실학박물관

- 정약용 기념관

- 운길산역, 팔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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