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⓶ 조현성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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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⓶ 조현성 성격장애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7.25 17:35
  • 수정 2023-08-07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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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은 성격에도 장애가 있음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형성되어, 성인기에 성격으로 굳어진 행동과 마음 특성으로 인해 계속 삶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들을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라고 하지만, 어감 때문에 성격장애라고 바꿔 말한다. 다수의 성격장애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못 느끼지만 주위 사람들을 매우 괴롭게 하며, 대인관계나 생활에 문제가 생겨 우울·불안장애 등 여러 심각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격장애의 예방과 치료는 중요하며, 성격장애를 이해하는 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각 성격장애들의 특징과 주요 원인을 알리고자 총 10회에 걸친 시리즈를 연재한다.
본 시리즈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성격심리학, 이상·임상심리학, 심리검사 해석 및 성격장애 관련 연수, 정신의학 문헌 분석, DSM-5와 ICD-10, 성격장애학술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_편집국

조현성 성격장애의 진단은 조심스럽다

‘조현성'(Schizoid)’이라는 말뜻을 정신의 역동을 살피는 이론들의 관점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자기가 분열되었음을 의미한다. 자기 정체성이 희미해져 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으며, 사고와 감정, 소망, 충동의 심각한 갈등에 의하여 괴로움을 받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정체성이 희미해짐으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에 문제를 갖게 된다. 조현성 성격장애의 특징적인 양상은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현성 성격장애(Schizoid personality disorder)와 조현병(Schizophrenia spectrum)과는 다른데, 조현성 성격장애였다가 조현병이 발병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조현병 환자의 가족에서 조현성 성격장애의 유병률이 높을 수 있다. 또한 ‘외톨이’, ‘은둔형 외톨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조현성 성격장애의 성격 특질을 보이지만, 진단은 조심스럽다. 이러한 특질이 경직되고 지속적이고, 현저하게 기능 손상과 고통을 유발할 때만 조현성 성격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다.

이민자처럼 타 문화권에서 와서 의사소통과 적응이 어려워 정서적으로 얼어붙어서 종종 차갑고 적대적이고 무심하다고 오해받는 사람들에게 ‘조현성’이란 판단을 잘못 내릴 수도 있다. 이외에 조현성 성격장애와 경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감별하는 것이 어렵다고 DSM-5 연구자들은 말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 관계 맺기를 더 못 하며, 상동적 행동이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있다.

 

조현성 성격장애의 핵심 특징

대표적인 특징은 사회적 관계 형성에 무관심하고, 정서적 경험과 표현의 범위가 전반적으로 한정되어 있는 경향이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어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조현병이나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한 양극성 장애 또는 우울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나타난 경우나, 신경학적(예, 측두엽 뇌전증) 문제 및 다른 신체상태가 직접적인 원인인 경우에는 조현성 성격장애로 진단하지 않는다.

소아기나 청소년기에 갖게 된 생각·행동들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굳어져서, 성인기에 직업현장과 사회생활의 다양한 상황에서 현저하게, 계속 부적응과 고통을 유발하는 모습이 된 경우이면서, 체크리스트에 제시된 특징들이 있으면 조현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감별진단 등을 거쳐 최종 진단은 전문가와 함께 한다.

 

조현성 성격장애의 발달과정 모습

DSM-5 연구자들에 의하면, 조현성 성격장애로 진단된 이들이 흔히 아동기와 청소년기에는 외톨이 또는 원만하지 못한 또래 관계이거나, 사회불안 또는 학습부진 등의 모습을 분명하게 보인다. 아동기의 모습은 차갑고, 공감을 못 하며, 공상과학 같은 환상에 몰두하는 특징을 보인다. 현실 세계에서 대인관계를 맺고 지속하는 데 드는 노력과 불편을 피해 환상 속으로 도망가는 것인데, 이를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분열성 환상’이라는 미성숙한 방어기제의 한 종류로 설명한다. 이들은 남과 다르다고 쉽게 낙인찍히며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주위에 이러한 아동이나 청소년이 있다면, 치료될 수 있도록 성인기가 되기 전에 빨리 도와야 한다.

조현성 성격장애인 경우에 주요 우울장애가 발병하기도 하며, 이상한 감각을 느끼거나 때로는 망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일이 적은 직업에서는 성공적인 작업을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조현성 성격장애가 보이는 고립된 모습을 보면서 애처롭게 여기고 다가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의 저항을 보며 포기하게 되고, 가족은 이러한 모습에 화가 나서 치료를 위해 강제로 정신과에 데려오기도 한다. 때로는 조현성 성격장애 본인이 외로움에 고통스러워서 스스로 치료실로 오기도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상당한 정도의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위축이 주된 증상인 조현성 성격장애, 이들은 어떤 어린 시절을 겪었을까? 자녀에게 정서적인 지지를 주지 못하며 무관심한 부모의 자녀들에서 조현성 성격장애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생 동안 모든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되는 모습으로 되어 간 것, 근본적으로 대인관계를 맺는 능력이 결핍된 것은 영아기에 받아야 할 양육 경험, 부모와의 최초 관계가 불충분했던 결과라는 것이 널리 알려진 설명이다. 부모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자녀의 소망이나 욕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는 부정적인 대답을 들음이 두려워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다른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도 살펴주는 부모가 없을 때 아이는 불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조현성 성격장애의 마음 세계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중 많은 부분은 대상관계를 연구한 영국 학자들 덕분이다. 정신분석을 한 학자들에 의하면, 조현성 성격장애 마음 속에있는 어떤 독특한 딜레마로 인해 모든 관계를 위험하고 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딜레마란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를 바라는 마음과 자기가 빈곤하여 타인을 파괴할 것이라는 두려움 간의 갈등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자기의 빈곤으로 인해 다른 이를 파괴할 것이라고 두려워하지만, 곧바로 남에 의해 자기가 파괴됨을 두려워한다. 이러한 특이한 내면은 영아기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어머니에게 받지 못했던 경험과 관련이 있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회피해간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는 복잡다단한 마음을 만든다는 것이다.

조현성 성격장애로 되어가는 과정에서는 대인관계의 형성이나 경력상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을 하는 것을 돕는 ‘좋은 자신에 대한 느낌’, ‘다른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 등이 없다. 그래서 이러한 작업을 그냥 지나치고, 과대망상적인 환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전지전능하다는 환상을 키워간다. 전지전능의 환상은 자신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이나 자존심이 약해지는 상태와 관련이 있다. 조현성 성격장애는 때때로 자신의 환상에 대해 매우 큰 수치심을 느끼고, 자신이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는 치료자에게 이러한 환상을 나누기를 꺼린다.

조현성 성격장애 마음의 세계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상당히 다르다. 겉으로는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초연한 듯 보이고, 특히 지나치게 도덕적으로 성적 경험을 멀리하는 금욕주의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상관계의 지나친 결핍으로 인해서, 대인관계에 대한 강렬한 환상을 품으며, 은밀하게 도착적인 성적 행동이나 노출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아 홀로 공허하게 남아있게 되기 때문에, 타인을 거부하면서도 동시에 사람에게 매달리는 분열성이 있다. 즉 이들에게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갈망에 얽힌 마음의 딜레마, 갈등을 다루는 치료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며, 성공하는 사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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