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두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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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두 엄마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07.20 09:30
  • 수정 2023-07-18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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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아들을 둔 두 엄마가 있다. 한 엄마(편의상 순이 씨라고 하자)는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노년기에 접어들었고, 다른 엄마(편의상 영희 씨라고 부른다)는 이제 40대 중반이다. 당연히 아들들의 나이도 다르다. 노년에 접어든 순이 씨의 아들은 마흔 살, 영희 씨의 아들은 열다섯 살이다. 두 사람 모두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쌍의 모자 일상은 아주 다르다. 순이 씨 모자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야말로 한 몸처럼 붙어 다닌다. 이부자리 정리, 세수, 식사…, 일상의 행동 하나하나 순이 씨는 아들의 보호자이자 보조자다. 외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밖에 나가 길이라도 잃을까 무서운 엄마는 아들 혼자 나가는 것이 두렵다. 그러다 보니 순이 씨는 백발이 늘어나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서 대할 때마다 아들 걱정이 앞선다.

영희 씨의 아들 철수(라고 하자)는 신나게 집을 나선다. 홈스쿨링을 하는 철수에게 오늘은 자신이 좋아하는 마트 나들이를 하는 날이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야 하는 거리지만 철수는 여유만만이다. 혼자 마트에 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공룡 인형도 실컷 보고, 햄버거 가게에서 맛있는 햄버거도 사 먹을 생각에 어깨가 들썩거린다. 물론 철수가 혼자만의 나들이를 하기까지에는 엄청난 반복 훈련이 필요했다. 처음 철수 혼자 마트를 가라 하고, 엄마 영희 씨는 철수 몰래 뒤를 따랐다. 조마조마한 가슴을 안고. 틱이 심한 아이가 당황해서 길 한가운데 우뚝 서서 틱 발작을 할 땐 그야말로 가슴이 멎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영희 씨는 자신이 영원히 철수 옆에 있어 줄 수 없기 때문에 그 아픈 시간들을 견뎠다고 말한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두 엄마의 이야기다. 이들은 나이도 다르고, 자녀의 양육방식도 다르다. 나이가 다르다는 것은 장애를 대하는 사회의 분위기 체감도 다르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같다. 바로 장애를 가진 내 아이가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식을 돌보며 살아간다. 정답은 없다. 대신 이 엄마들이 좀 더 안심하고 자식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해답은 있지 않을까.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장애’라는 말을 붙여도 성립된다. 탈시설에 대한 찬반 의견 역시 그 기저에는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의심할 수 없는 전제가 숨어 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시설에 들어갈 수도, 자립해서 살 수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그 장애인의 엄마가 안심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비 오는 출근길, 덩치 큰 발달장애 아들에게 우비를 입혀 학교로 향하는 동네 엄마를 보면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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