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⓵ 편집성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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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⓵ 편집성 성격장애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7.08 15:00
  • 수정 2023-07-10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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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은 성격에도 장애가 있음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형성되어, 성인기에 성격으로 굳어진 행동과 마음 특성으로 인해 계속 삶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들을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라고 하지만, 어감 때문에 성격장애라고 바꿔 말한다. 다수의 성격장애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못 느끼지만 주위 사람들을 매우 괴롭게 하며, 대인관계나 생활에 문제가 생겨 우울·불안장애 등 여러 심각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격장애의 예방과 치료는 중요하며, 성격장애를 이해하는 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각 성격장애들의 특징과 주요 원인을 알리고자 총 10회에 걸친 시리즈를 연재한다.
본 시리즈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성격심리학, 이상 및 임상심리학, 성격장애 관련 수업과 심리검사 해석 수련 경험 및 정신의학 문헌들, DSM-5, ICD-10, 성격장애에 대한 학술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_편집국

 

성격장애가 될 위험은 ‘어린 시절 경험’에 있다

성격장애라는 진단은 매우 조심스럽게 결정된다. DSM-5에서 제시된 성격장애 진단기준에 의하면, 문제 원인이 뇌손상이나 다른 정신과 장애로 인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오직 소아기나 청소년기에 갖게 된 생각·행동들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굳어져서, 성인기에 직업현장과 사회생활의 다양한 상황에서 현저하게, 계속 부적응과 고통을 유발하는 모습이 된 경우만 해당한다. 또한 성격장애는 주위 사람들이 심각한 고통을 겪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성격장애를 기질성 정신장애와 비교하면, 성격장애는 의식이 명료하고, 지능, 기억, 상식의 양, 계산 능력이 정상이다. 성격장애에서 이상을 보이는 것은 인지기능이 아니라, ‘자신과 환경을 이해하는 관점’(인지구조)이다.

성격장애의 특징인 모습은 흔히 청소년기나 성인기 초기에 보인다. 아동기에 보이는 성격장애 특질 모습은 최소 1년간은 관찰하며 지속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성인기까지 계속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편집성 성격장애의 핵심 특징

위와 같은 일반적 성격장애의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체크리스트에 제시된 특징들이 함께 있으면 편집성 성격장애(Paranoid personality disorder)로 진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감별진단 등을 거쳐야 하므로 최종 진단은 전문가와 함께 하지만, 이 기사에서 해당 진단기준은 볼 수 있다. 대표적인 특징은 타인을 ‘전반적으로’ 불신하고 의심하는 양상이다. 드러난 상황에 숨겨진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단서를 끊임없이 조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타인의 동기를 악의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 이들은 “이 사람이 나를 해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식의 생각 대신에 “이 사람이 나에게 악의를 갖고 있다.”고 알 뿐이다. 이로 인해 적대적인 태도를 나타내며 주변 사람들과 지속적인 갈등과 불화를 일으킨다. 이들은 자신의 환경에 대해서는 매우 정확하게 지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각에 대한 판단은 전반적으로 손상되어 있다.

편집성 성격장애는 자신의 성격적인 문제로 임상가를 찾아가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문제로 치료를 원하게 된다. 또는 이들에게 지친 주변 사람에게 떠밀려 올 때도 있다. 특히 이들의 특징인 ‘지속적인 근거 없는 비난과 의심’에 시달려온 배우자가 이혼하겠다고 위협하며 강제로 치료를 받게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들이 스스로 치료실에 온 경우에도,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는 믿지 않고,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학대하고 배신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고 문제시한다.

편집증의 핵심에는 자신을 열등하고 약하며 무능하다고 느끼는 낮은 자존감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계급이나 권력 문제에 예리하고 민감하다. 편집성 성격장애에서 대인관계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자신들이 외부의 통제에 굴복하고 말 것이란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편집성 성격장애의 발달과정 모습

DSM-5 연구자들에 의하면, 편집성 성격장애로 진단된 이들은 흔히 아동기와 청소년기에는 외톨이였거나,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학교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고, 과민성도 보인다. 남들이 보기에 독특한 생각과 특이한 공상을 하며 말도 독특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많다. 괴상하고 편벽되어 보이고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아동이나 청소년을 주위에서 보고 있다면, 방관하지 않고 이들의 모습, 성격이 성인기까지 유지되어 확고해지기 전에,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편집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지속적인 갈등을 경험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고 우울증, 공포증, 강박장애, 알코올 남용 등의 정신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짧은 기간에 심리적 혼란이 일어나면서 망상장애나 조현병으로 발전되는 경우도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성격장애 원인으로 많이 적용되는 이론은 빌헬름 라이히(Reich) ‘성격 갑옷’ 이론이다.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안을 느낄 때, 내적 충동을 느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으로 특정 성격 양식이 발달되었다는 것이다. 어릴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성인기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반복된다는 정신분석이론도 오랫동안 임상에서 유용한 것으로 확인되어 왔다.

편집성 성격장애에는 왜 온 세상이 나쁘고 악하다는 생각이 심어졌을까? 어린 시절 부모에게 사랑을 부족하게 받았거나 거부당했을 가능성 및 이로 인해 기본적 신뢰가 결여되었다는 것이 가장 강력한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의 부모는 눈에 보이게 학대하는 부모가 아니었을 수 있다. ‘완벽하게 키울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다할 부모’였을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다. 자식을 부모의 욕구를 채워주는 대상, 이웃에게 보여 줄 자랑거리로 여기며,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부모의 판단 중심으로 주는 일관된 양육 태도가 자녀가 장차 편집성 성격장애가 될 위험성을 높인다고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이에게 좋은 물건을 주며, 부모가 생각하기에 맛있는 음식과 비싼 옷과 특별한 좋은 곳을 아이에게 경험시켜 주는 과정에서 부모는 뿌듯하고 즐겁지만 아이는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것을 표현할 때 일관되게 묵살 당한다. 부모가 나가고 싶거나 좋은 부모 노릇을 하고 싶을 때만 가족 외출이 가능한 것도 한 예이다.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기 위해 떼를 쓰면 부모는 ‘고마운 줄 모르네, 까탈스럽게 구네’라고 야단친다.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주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평가를 하면, 겉으로는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넘칠 만큼 많이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의 욕구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서이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다 받는 것처럼 보이기에, 아이는 자기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사람을 찾지 못한다.

문제는 이렇게 아이가 자신의 소망, 욕구가 충족되는 경험을 못 함이 일관성 있게 지속될수록 분노와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무의식 속에 적개심이 서서히, 견고하게 자라면서 결국 분노와 적개심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이 친절하게 다가오면 일단 경계한다. ‘분명히 다른 속셈이 있을 거야. 친절해도 나를 생각해 주는 것이 아니야!’ 이런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 대인관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경험이 깊이 뿌리 박혀 속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싸운다.

성인기를 맞는 과정에서도 타협하는 법을 못 배우고 오직 ‘승리 아니면 항복’이었을 뿐이다. 이들은 쉽게 분쟁을 일으키고, 소송하는 등 법적 수단을 쓰려는 경향을 보인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되풀이되는 동안에 주변 사람들은 이들을 ‘왜 사소한 일에 난리를 치나?’라며,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인지이론가들은 편집성 성격장애에는 3가지 기본적 신념이 있다고 본다. ①사람들은 악의적이고 기만적이다. ②기회만 있으면 나를 공격할 것이다. ③긴장하고 경계해야 나에게 피해가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말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이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왔다면 자라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신념으로 남을 대하기에, 적대적으로 남을 대하게 되고, 결국 타인도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면, 자신의 신념이 맞았구나 생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불신과 의심이란 갑옷 속에서 자신을 계속 지키려 한다. 타인이 자신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여 타인은 믿지 못할 악한 존재라는 생각을 강화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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