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충남 예산전통시장, 맛과 ‘갬성’이 살아 있는 SNS 핫플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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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충남 예산전통시장, 맛과 ‘갬성’이 살아 있는 SNS 핫플 여행지
  • 편집부
  • 승인 2023.07.07 17:05
  • 수정 2023-07-06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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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문제를 놓고 상인들과 방송인 백종원의 갈등으로 결국 간판을 내린 ‘백종원의 국밥거리’가 있는 곳, 외식업계의 미다스 손이라고 일컬어지는 백종원이 소멸되는 지방을 살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4월 1일 개장 이후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이래저래 화제의 중심에 있는 에스앤에스(SNS) 핫플 예산전통시장을 찾았다. 국밥거리에서 철거된 백종원의 등신대는 장터광장 한가운데로 옮겨져 있었고, 평일이지만 사람들로 북적이는 게 핫플이란 것을 실감케 한다. 생긴 지 100년이 다 돼 가는 전통시장이 요즘 ‘갬성’을 입고 다시 태어나 시장상인도 여행객도 즐겁다.
전윤선_무장애여행 칼럼니스트

전통시장도 관광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예산전통시장이 그런 곳 중 한 곳이다. 예산 출신이기도 한 방송인 백종원이 예산시와 손잡고 예산전통시장을 새롭게 변신시킨 것이다. 예산시장은 1981년 설립된 전통 상설시장이다. 1926년부터 시작된 예산 오일장과 함께 번영을 누렸으나 예산군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이가 방송인이자 외식산업 경영인인 백종원이다.

 

오랜 전통시장에 ‘갬성’ 입히다

먹방 유튜버 등 통해 입소문 마케팅

 

백종원이 고향 예산의 부흥을 위해 2018년 자신의 회사인 더본코리아를 통해 예산군과 상호 협약을 체결해 예산시장을 중심축으로 하는 ‘예산형 구도심 지역상생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 백종원은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유튜브 채널 ‘백종원 시장 되다’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백종원의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예산시장을 리모델링해 레트로 감성은 살리고 불량했던 위생은 개선했다. 편의성은 높였고 음식의 다양화로 요즘 트렌드 한 맛을 잡아 다양한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요즘 말로 ‘갬성’ 돋는 맛있는 시장이 된 것이다. 첨단 기술 도입과 인력 서비스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소외되는 것을 막은 것도 눈길을 끈다.

백종원의 프로젝트가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올 2월이었다. 물론 유튜브를 통해서는 그보다 앞서 공개됐지만 실제로 예산시장에 적용되어 일반에서 선보인 시점은 2월이었다. 그리고 2월 한 달 동안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한 달 동안 보완해 4월 1일 재개장,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재개장 하루 전날은 국내 유명 먹방 유튜브와 세프, 여행 채널 운영자 등을 초청해 음식 맛과 시설 평가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도 유명 여행 채널에는 예산전통시장 코스가 줄지어 등장한다.

유튜브에서 권장하는 예산여행 코스라니 장애인 여행가도 안 가볼 수 없다. 예산전통시장으로 고고!!

▲ ▲ 예산전통시장의 새 얼굴인 장터광장. 장터광장 가운데 서 있는 백종원의 등신대 모형은 지난 4월 12일 철거된 ‘백종원 국밥거리’의 간판과 함께 있던 것이다.

 

드럼통 테이블 가득한 장터광장

직접 조리해 먹는 재미도 쏠쏠

 

본격적인 재개장 한 달여 만에 찾은 예산전통시장은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그럴 만도 하다. 요즘 대세 여행지가 예산시장이니까. 평일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 천지였다. 상인들과 주민들은 입꼬리가 올라간다. 도심의 큰 시장 못지않게 대박이 난 것이다.

예산시장은 레트로 감성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편의성은 높였다.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메뉴도 개발해 상인들에게 보급하고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했다. 새롭게 거듭난 예산시장은 품목도 다양해졌다. 전통시장을 관광 자원화한 것이 딱 맞아떨어지며 감성도 업그레이드해 여행자의 취향을 저격했다.

시장 벽면과 지붕 등 세월의 흔적은 그대로 남긴 채 감성을 덧입혔다. 시장 안 장터광장에는 드럼통 테이블을 가득 들여 놓았다. 이 테이블은 시장 안 상점에서 파는 음식을 사 갖고 와 즉석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게 세팅해 놓은 거다. 기존의 시장은 조리가 완료된 음식을 사서 일정한 장소에서 먹어야 했지만 예산시장은 조리하지 않은 음식을 사 와서 본인들이 직접 불판 위에 조리할 수 있게 했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식당도 많다. 떡집, 양조장, 통닭바베큐, 만두집, 통갈치구이집, 만둣집, 우동집, 건어물구이집, 정육점까지…,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식당 안에 테이블이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작은 가게여서 음식만 만들어 판매하고 손님은 음식을 사서 장터광장에서 먹는다.

불판 빌려주는 집에서 불판과 쌈채소, 구이야채, 술, 음료수, 공깃밥까지 사 와서 감성 돋는 드럼통 테이블에 세팅하고, 조양정육점과 신광정육점에서 맘에 드는 신선한 고기를 사 갖고 와 굽는다, 고기에 술이 빠질 수 없다. 백술상회에서 예산 전통주를 사와 고기와 함께 먹는 사람들 천지다. 공깃밥과 소주, 맥주 등은 진영상회에서도 판매한다. 이것만으로 부족한 사람들은 시장을 돌며 맘에 드는 음식을 쇼핑해 테이블로 가져가 뷔페처럼 차려놓고 먹는다. 한국 사람이 음식에 진심인 것이 느껴진다.

신선한 식재료를 바로 사서 현장에서 먹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곳 예산시장. 값도 저렴하고 맛도 있으니 시장에 온 재미가 쏠쏠하다. 이 맛에 예산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 같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수제 어묵을 파는 대술어묵집, 파기름 비빔국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선봉국수, 제주산 통갈치구이를 파는 은갈치가게. 생선가게는 계절에 따라 취급하는 품목이 달라진다.
▲ 장터와 레트로 감성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막걸리 주전자

 

생전 처음 맛본 꽈리고추닭볶음탕도 일미

실하고 싸고 덤도 많이 주는 오일장 장보기

 

휠체어를 탄 나는 드럼통 테이블이 높이가 낮아 시장닭볶음집에서 꽈리고추닭볶음을 시켰다. 이곳의 테이블은 낮지 않아 이용하기 편리했다.

꽈리고추를 넣은 닭볶음은 처음 먹어본다. 안동찜닭과 닭강정, 닭볶음탕의 중간 맛 정도다. 맛도 꽤 근사하다. 닭볶음탕만으로 조금 부족한 듯싶어 바로 옆 가게 선봉국수집에서 파기름 비빔국수와 진한 멸치국수를 시켰더니 옆집까지 가져다주는 친절한 서비스까지. 닭볶음탕과 국수의 조합은 국룰로 정해도 손색없는 맛이다. 아니 마음속으로는 국룰로 정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후식이 기다리고 있다. 후식으로는 커피와 음료, 달달한 약과와 예산 사과빵도 있다. 시장표 디저트가 빠지면 섭섭하다. 예산시장에는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디저트 가게도 많다. 마음을 옴팍 훔쳐가는 따듯한 커피와 함께 예산 사과빵도 주문했다. 기분 좋아지는 달달한 디저트에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느긋한 자유로 행복해진다. 행복이 별건가. 배부르고 자유가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최고의 행복한 시간이다.

 

▲시장닭볶음의 꽈리고추닭볶음은 처음 맛보는 근사한 맛이다.

 

물론 음식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옷가게, 신발가게, 철물점, 그릇가게, 뜨개실 가게, 건강원, 한복가게까지, 예산시장도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다. 시장 안 곳곳을 둘러보다 보니 좌판에 널부러진 히프 색이 제발 좀 데려가 달라고 손짓한다. 질 좋고 가격 착한 시장표 물건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히프 색 하나를 3천 원에 얼른 데려왔다. 마침 휠체어 팔걸이 옆에 달 가방이 필요했는데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5일과 10일에 열리는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예산전통시장 주변은 잔치가 벌어진다. 난전에는 예산의 농산물을 가지고 나온 농부들이 많다. 가격도 엄청 싸고 덤도 많이 준다.

육쪽마늘이 실해 보여 가격을 물어봤다. “마늘이 좋아 보이는데 얼마예요?”,“이거 만오천 원.” 대뜸 반말이 날아온다. 이럴 땐 반말로 되돌려주는 센스, “이만 원이니까, 오천 원 거슬러주고 비닐봉지에 단단히 묶어서 줘.” 상인은 민망했는지 거스름돈을 주면서 정중히 존댓말을 한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다 보면 가끔 반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이거나, 어리거나, 피부색이 다르거나, 옷차림이 허름하다고 반말을 하는 사람은 반말로 되돌려주면 민망해서 자리를 뜨거나 다시 존댓말을 한다.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장애나 나이와 상관없이 존댓말을 하는 건 상대를 존중하는 기본적인 예의다. 존중받고 싶은 마음은 본능이기 때문이다.

오일장이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은 곳은 많다. 예산시장도 그런 곳 중 한 곳이다. 예산시장은 상설시장이기도 하지만 장날에 맞춰 가면 오감 만족에 장터 구경을 할 수 있다. 먹거리, 살거리, 눈요기까지 천지라서 자꾸 전통시장을 찾게 된다.

▲ 예산전통시장 지도와 장터광장 이용가이드 표지판

 

 


[무장애 여행 정보]

* 가는 길

- 예산역까지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한다.

- 예산역에서 예산시장까지는 충남광역이동지원차량 이용하면 된다(☎ 1644-5588)

 

* 접근 가능한 식당

- 예산전통시장 광장의 드럼통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고, 시장 내 식당들 중에도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

* 접근 가능한 화장실

- 주차장 광장 다수

 

* 예산장터광장 즐기는 법

⓵ 1번 출입구에 있는 장터광장 테이블 대기접수 장소에서 자리대기를 접수한다.

⓶ 카카오 알림톡 안내에 따라 시장 근처나 시장에서 대기하다 자리를 배정받는다.

⓷ 자리 배정 후 음식을 주문하는데, 구이 메뉴를 먹는다면 △정육점 등 구이류 매장에서 고기를 직접 주문해 갖고 온다. △‘불판빌려주는집’에서 인원수만큼 상차림을 주문하고 불판과 관련 도구를 빌린다. △공깃밥과 음료, 술을 주문해 자리에서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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