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유엔 “한국정부, 장애인 탄압 우려” 어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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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 유엔 “한국정부, 장애인 탄압 우려” 어쩔 건가
  • 편집부
  • 승인 2023.07.06 12:46
  • 수정 2023-07-0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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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보장 촉구를 위한 지하철 타기 행동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과잉진압 등과 관련해 유엔(UN)이 한국 정부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 ‘선진국(?) 한국’에서 벌어졌다. 유엔이 “과도한 탄압”으로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 것. 유엔은 각국의 국민들이 자국 내 인권침해 사안에 유엔의 개입을 요청하도록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번 유엔의 우려 표명은, 법무부가 지난 1월 ‘제4차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심의’에서 “대한민국이 그동안 다양한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하는 등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는 자화자찬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나온 일이라서 더욱 민망하다. 정부가 어떤 입장 표명과 어떤 조치를 취할지 지켜볼 일이다.

지난 4월 클레망 불레 유엔 집회결사특별보고관은 에스앤에스(SNS)를 통해 장애인권리특별보고관,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인권옹호자특별보고관, 노인인권 향유 독립 전문가 명의로 한국 정부에 보낸 서신 내용을 공개했다. 2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시민사회단체가 유엔에 ‘장애인 권리보장 촉구 활동에 대한 한국 정부의 중대한 탄압에 관한 긴급진정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결과다. 이 서신에는 법적 근거가 충분치 않은 과도한 진압으로 인한 평화로운 집회시위 권리침해, 장애인권 활동가들에 대한 부당한 소송, 집회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인들의 발언,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 부족, 장애인단체와 진정성 있는 협의 부재 등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한국 정부의 민낯을 드러낸 지적 일색이다.

클레망 불레 특별보고관은 “당국에 협박과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운 모든 사람을 위한 시위 공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음을 알렸다.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서신 발송 후 60일 이내(4월 26일~6월 25일) 정부의 의견과 질의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고, 이 기간 동안에도 “보고된 인권침해를 중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공식적인 답변이나 입장을 밝혔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와중에도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 지하철 타기 행동에 대해 1억2천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는 사실이다. 유엔 특별보고관들의 요청마저 대놓고 무시했다. 한국 정부가 스스로 약속한 국제 규약을 묵살한 것이다.

유엔의 이번 개입은 특별절차에 따른 것으로, 한국 시민사회단체가 주제별 인권전문가들에게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진정을 보내 개입을 요청한 결과이다. 이는 관련 국제인권규약 가입 유무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정당한 수단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국가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국제조약(유엔 장애인권리협약, CRPD)에는 서명해 놓고 차별할 경우 조사받고 책임지겠다는 부속문서(선택의정서) 서명을 미뤄 오다 작년 12월에야 선택의정서를 비준했다. 선택의정서에 규정된 ‘개인진정제도’와 ‘직권조사’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이번 유엔 우려 표명은 한국 정부가 선택의정서 비준 이후 첫 진정 사례인 셈이다. 한국은 국가로서뿐만 아니라 ‘자유’와 ‘법치’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로서도 불명예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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