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정신건강 돌봄...정신약물치료 어떻게 할 것인가?
상태바
[기획특집] 정신건강 돌봄...정신약물치료 어떻게 할 것인가?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6.23 10:55
  • 수정 2023-06-23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신약물치료를 권유받았지만 부작용이 걱정됩니다.” “자녀에게 정신약물치료가 필요할까요?” 선택과 치료를 위한 과정에서의 여러 고민들은 약물 자체에 대한 정보와 치료과정에서 의료진과 대화 부족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창선 전문기자는 치료약학 박사학위를 받고 복지관, 학교와 특수교육센터에서 정신과 약물 복용자들, 관련된 학부모와 교사들을 만나면서, 정신약물에 관련된 다양한 고민들이 해결되려면 ‘약물복용이 필요한 자녀의 양육자(또는 당사자)-학교-의료진 협력’이 매우 중요함을 확인해 왔다. 이창선 전문기자는 인천시교육청 장애학생 정서·행동 지원 전문가단 위원이며, 정신약물의 특성에 대한 안내와 함께 치료 효과를 위해 무슨 대화를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 협력과 소통에 대한 강의를 개발해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특강 내용 일부를 이 기사로 공유한다. _편집국

 

약물치료의 과정: 첫 시작은 부작용보다 효과가 큰지 가늠해 보는 치밀한 대화

정신약물치료의 첫 시작은 정말 약물치료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치밀한 대화’이다. 자녀의 정신약물치료를 권유받았다면, 보호자는 진단이 정확하다는 근거를 확인하고,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얻어야 할 효과가 더 크고 중요한지 또는 확실한지 판단하는 대화를 의료진과 나누어야만 한다.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여러 문제들 중에서도 더 우선적인 치료목표를 적합하게 정하려면, 정신과 의사와 심리평가 및 검사해석의 전문가인 임상심리사의 협력 속에서 환자 가족에게 최대한의 정보를 받아야 한다. 환자에 대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받는 정확한 정보의 수집은 감별진단을 위해서는 더욱 중요하다. 환자가 어린이나 청소년인 경우에는 부모 외에 교사와 다른 양육 관련자들에게도 정보를 받아서 주는 노력이 진단의 정확성과 치료목표 설정에 큰 도움이 된다. 가족이 보는 것과 제삼자의 관찰자가 보는 것과 차이가 있기도 하며, 가정과 학교, 사회 여러 다양한 상황에서의 모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공유 노력은 환자, 또는 아동의 보호자와 의료진 간에 치료방법에 대해 ‘합의’할 때 필수 사항이다.

또한 정신약물치료의 필요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은 반드시 적절한 교육 또는 행동수정 프로그램 병행의 유익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ADHD 약물치료는 더욱 그렇다. 제약회사가 제공하는 ADHD 치료 약품 설명서에서조차도 ‘세심한 치료프로그램의 필요성’이란 제목과 함께 ‘적절한 교육을 통한 대체치료가 필수적이며, 심리사회학적 치료방법도 유익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ADHD 치료방법에서 약물은 보조 역할을 할 뿐임을 의미한다.

 

처방전을 받는 과정에서 의료진과의 필수 대화: 약물의 도움을 그만 받을 시점을 준비하는 대화 포함하기

약물복용 시작 전에 의료진과 필요한 대화, 소통이 있다. 첫째, 약물치료를 의료진에게 제안받는 경우에는 진단의 정확성, 진단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및 왜 특정 약물을 선택했는지, 약물의 기대 효과와 한계에 대해 안내도 함께 받아야 한다. 의료진은 환자와 가족에게 부작용 대처를 위한 교육을 약물복용 이전에 먼저 제공해야 한다. 특히 약물에 따라 유발 가능한 복용을 즉시 중단해야 하는 상황은 알려야 한다. 처방전을 받을 때 약물 정보를 함께 받는 것은 기본 권리이다.

둘째, 약물의 수가 많아질수록 부작용의 부담도 늘어나기에, 치료 동반자인 의료인은 약물 개수를 늘리는 데 매우 신중하며, 최선책을 고민하고 제시할 의무가 있다. 여러 개의 약물을 처방했다면, 약물과 약물의 상호작용 가능성에 대한 확인과 식사 직후 먹는 약의 경우, 식사 때 피해야 할 음식이 있는지 확인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셋째, 약물의 도움을 그만 받을 시점을 준비한다는 인식이 치료 시작부터 필요하다. 왜냐 하면 모든 약물은 효과와 견뎌야 할 불필요한 부작용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점차 약물의 도움을 그만 받을 시점을 준비해 간다는 인식, 배려, 희망을 의료진, 당사자, 가족이 함께 갖고 시작하고 진행하는 것이 약물치료 과정의 이상적인 정석이다. 왜 ‘치료동맹’이란 이름이 의료진과 환자 간에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이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약물의 부작용을 견디고 효과를 얻어내려 정신약물치료를 시작하는 이들의 입장에 함께 선다면, 의료진은 약물의 개수를 줄여갈 수 있도록, 마침내 복용을 멈춰도 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함께 설 것이다. 이렇게 의료진이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환자와 가족도 함께 협조함이 필요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치료를 위해서는 보호자와 치료자 간의 ‘치료동맹’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충분한 상의와 협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협력 속에는 약을 먹는 당사자 환아의 심리도 배려해 줌이 필요하다. 정신과 약물을 복용할 때, 사회적으로 ‘이상한 아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약물복용을 거부할 수 있으니, 이런 우려를 치료 전에 충분히 다루어 줌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는 몸이 다치는 것을 이상하게 보지 않듯, 마음이 다치는 것도 고치는 것이란 인식을 갖고 공동 양육자의 마음으로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약학 전공자가 가족을 위해 만나고 싶은 정신과 의사는?

“저는 약사인데, 제 가족이 정신약물을 복용 중이에요. 처음에 선택한 의사가 증상별로 여러 약을 주면서, 환자에게 설명도 잘 안 하고 부작용 점검도 불성실해 보여 의사를 바꾸었습니다. 새 의사는 약물의 수를 줄이고 부작용 대처 방법도 충분히 설명하고, 무엇보다 장담하지 않고 의사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이 신뢰가 가네요. 요즘엔 환자가 힘들다고 하니 약이 좀 바뀌었는데 전에 없이 토하기도 하고…저런 게 금단 증상인 듯싶어, 20년 넘게 약에 대해 공부해 온 나도 가족인 환자를 지켜보는 것이 어렵네요. 지금은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는 단계입니다. 엉뚱한 현상이 생기면 보호자는 참 혼란스럽죠. 저는 약물 지식이 있어도 불편한데 일반인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는 치료와 관련된 안내에서 임상의가 실천해야 할 의무와 갖추어야 할 태도를 이렇게 알려준다. ‘①임상의는 장기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가족과 환자를 지지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지속해야 한다. ②임상의는 환자와 가족에게 적절하고, 근거 기반의 구조화된 교육적, 행동적 중재를 권고해야 한다. ③임상의는 대체요법/보조요법의 위험성, 유용성에 대해 토의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사를 전국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부작용을 알리는 소통의 중요성

약학, 의학 전공자, 제약회사들이 모르는 부작용들이 있으니 정신약물을 복용하시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부작용 경험을 알려주어야 한다. 효험에 대한 소식도 함께 필요하다. 식약처와 제약회사는 모인 정보를 분석하고 반영하여 필요에 따라 판매 중지 등의 조치를 한다. 특히 어린이의 약물 사용에서는 약물복용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한 적극적인 알림이 강조된다. 약물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에서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의사들은 이 정보를 받아서 약물 처방에 고려하게 된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약물 부작용 신고) 전용 전화 1644-6223가 있다. 제약회사로 직접 전화하는 방법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