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없는 세상에서 해후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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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없는 세상에서 해후하는 그날까지…”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05.01 16:41
  • 수정 2023-05-01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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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순직산재노동자합동추모제,
노동자의 날 맞아 인천대공원서 개최
▲ 5월 1일 열린 제16회 인천광역시순직산재노동자합동추모제에서 민동식 인천시산업재해인협회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그대들 흘린 땀의 힘으로/이 땅 곳곳에 길이 놓이고/그대들 뿌린 그 피의 뜨거움으로/공장이 서고 기계가 도네.”

5월 1일 노동절 정오, 인천대공원 문화마당에 울려퍼진 ‘산재 희생자를 위한 추모의 노래’의 한 구절이다. 노동자의 날을 맞아 3년 만에 순직산재노동자합동추모제가 열렸다.

순직산재노동자합동추모제는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다 재해를 입고 목숨을 잃은 순직근로자를 추모하고,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아들을, 남편을 잃은 산재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자리다. (사)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와 전국산재노동조합이 주최하고, (사)인천광역시산업재해인협회(이하 협회)에서 주관해 지난 2005년부터 해마다 5월 1일 노동자의 날에 개최돼 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2020년 이후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열린 이 날 추모제는 500여 명의 산재장애인들 및 산재 순직근로자들의 유가족들과, 이행숙 인천시 문화복지부시장, 박판순 인천시의회의원,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 등의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5월 1일 11시 인천대공원 문화마당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국민의례와 순직 산재 노동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된 추모제는 산재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증 장애를 입었음에도 불굴의 의지로 재활한 유지호, 황하정, 김선묵, 천광우, 최용식 5인에 대한 인천광역시장 표창을 비롯해 인천광역시의회의장상 표창(이병헌, 서진송), 인천광역시산업재해인협회장 감사패 수여(임현자, 최승원, 김국희) 등의 유공자 표창이 뒤를 이었다.

▲  이 날 합동추모제에는 순직 산재노동자의 유가족과 산재 장애인 등 5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어 민동식 협회장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추모사에서 민동식 협회장은 2022년도 한 해 222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와 질병으로 유명을 달리하고, 13만여 명의 노동자가 장애인이 되는 현실을 지적하고, 2022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대기업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기업주들은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해 처벌 면하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상황이 매우 위축된 상황에서도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6.9%, 재해자 수 6.2% 증가한 것이 대해 정부와 기업주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산재 관련 제 급여의 정상화도 요구했다.

민 협회장은 “부당한 제도 개선만이 유명을 달리한 산재 노동자들의 혼을 달래는 길이며, 또한 더이상 산재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여망에 부흥하는 길일 것”임을 분명히 하며 정부 당국의 정책 개혁을 강하게 촉구했다. 추모사 마무리에서 민 협회장은 “산재 없는 세상에서 해후하는 그날까지” 앞선 영령들의 영면을 기원했다.

▲ 앞서 간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의식. '거리의 춤꾼'으로 유명한 이삼헌 무용가가 산재로 인한 고통을 절절한 몸짓으로 표현했다. 

이어 이행숙 부시장이 대독한 추념사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산재 순직 노동자와 산재 장애인들이 “현장에서 흘린 땀방울에 대한 보상과 예방 노력이 부족했다.”고 반성하며, 향후 “인천시는 산업재해의 예방과 협회 차원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할 것을 약속했다.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은 “노동자들의 생명 앞에서 이윤 계산기를 두드리는 기업, 이를 방치한 정치권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집에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길 바란다. 노동자들이 ‘저녁 있는 삶’은커녕 ‘삶이 있는 저녁’이 되길 바라는 이 비정상적인 사회를 근절할 수 있도록 산업재해가 없는 그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 추모제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헌화 및 분향. 이행숙 인천시 문화복지 정무부시장이 분향하고 있다. 

추모사와 추념사에 이어 모든 참석자들이 입을 모아 산재 희생자를 위한 추모의 노래가 제창되고, 진혼의식에 이어졌다. 진혼의식은 ‘거리의 춤꾼’으로 유명한 이삼헌 무용가가 진행했는데, 맨발에 흰 셔츠를 입고 등장한 그는 산재 희생자들의 고통을 처절한 몸짓으로 표현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추모제는 산재 노동자 대표의 결의문 낭독과 헌화로 이어져 엄숙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

추모제가 마무리된 후 참석자들은 3년 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주최 측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청명한 봄 날씨의 공원에서 나누며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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