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가슴 밀친 ‘자폐 고교생’ 法 “성적인 목적 없어도 교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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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가슴 밀친 ‘자폐 고교생’ 法 “성적인 목적 없어도 교권침해”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2.12.23 11:28
  • 수정 2022-12-23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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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거부의사 표시하기 위한 발달장애인의 흔한 행동”…항소 입장
서울행정법원

자신에게 약을 먹이려는 교사의 가슴을 밀친 자폐 남고생의 행동에 대해 성적인 목적이 없었어도 교권침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3부(고승일 부장판사)는 경기도 모 고교 재학생 A군이 학교장을 상대로 낸 심리치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A군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군은 앞서 지난 2020년 7월 약을 먹이려는 여교사 B씨에게 “먹기 싫다”고 소리지르며 그의 가슴을 손으로 밀쳤다.

A군은 B씨의 팔을 꼬집거나 때리기도 했다. 또한 곁에서 이를 만류하던 사회복무요원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A군은 같은달 활동 보조 교사의 얼굴을 할퀸 적도 있다.

이에 B씨가 학교 측에 신고했고, 학교는 같은해 10월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A군에게 출석정지 5일 처분을 내렸다.

다만 “학생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B씨의 의사에 따라 학교 측은 출석정지 처분을 미뤘다.

그러나 A군은 유보 처분조차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5월 “처분이 불명확해 법적 효과를 확정하기 어렵다”며 처분을 취소했다.

이후 학교 측은 교권보호위원회를 다시 열고 “A군이 강제추행, 상해, 폭행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했다”며, “심리치료를 4차례 받으라.”고 결정했다. 이에 A군은 행정소송을 냈다.

A군의 변호인은 소송을 통해 “자폐증적 발달장애와 부분 뇌전증을 앓는 A군의 인지 능력은 극히 저조하다”며, “발달검사 결과는 4살 수준이어서 성폭력이나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군이 B씨에게 한 행위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한 교권 침해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군의 장애를 고려하면 성적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적 능력이 현저히 낮고 심신장애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도 미약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피해 교사의 가슴을 손으로 밀친 행위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설령 A군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 강제추행이나 폭행까지는 아니었더라도 교원지위법상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 침해행위와 관련해 특수학급 학생을 배제하는 조항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며 “A군이 (심리치료) 처분을 책임질 능력이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군 측의 학부모는 이같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군의 부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밀치는 등의 행동은 발달장애인들이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흔한 행동”이라며 “아들의 지적 수준은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못 쓸 정도이며, 누군가를 성추행한다고 인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이번 판단은 장애의 유형과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원론적인 기준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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