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나는 꿈꾼다…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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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나는 꿈꾼다…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그날을
  • 편집부
  • 승인 2022.09.16 13:59
  • 수정 2022.09.16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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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인천시 장애인육상 필드종목 선수, 영화감독

나는 장애인 영화감독이다. 20대 초반 상업영화 막내부터 시작해 조감독까지 여러 편의 연출팀 현장경험과 예술영화 프로듀서를 했다. 총 10편의 영화를 제작 감독했다. 대다수가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렇게 프로듀서로, 감독으로 제작한 영화들은 유명한 해외 영화제 5곳에 초청도 받았고 또한 국내의 많은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또한 장애인 스포츠인이다. 15년 전 영화를 하는 한편으로 장애인 스포츠를 시작했다. 그리고 14년 동안 전국장애인체전 육상필드 종목에 인천대표로 참가해 왔다.


 올해 나는 장애인 스포츠인으로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전국체전 금메달과 함께 한국 신기록 수립이 1차적 목표이고, 그를 위해 조금 더 전문적으로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목표를 이루면 다음은 국가대표가 될 것이다.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서 서는 것이 내 최종 목표다. 올해 나는 마흔네 살이다. 마흔네 살에 전국체전 금메달, 한국 신기록 수립, 나아가 국가대표로 국제무대에 서겠다는 목표를 밝히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그게 되겠냐? 꿈도 크다. 스물넷에 해도 안 될 일을 마흔넷에, 턱도 없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럴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이니, 장애니 하는 것들은 편견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 영화를 여러분에게 소개하려고 한다. ‘여성이, 그것도 레슬링을’이라는 조소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여성 레슬러로 우뚝 서는 인도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를 통해 나는 내게 쏟아지는 말도 안 된다는 시선 역시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과 그 편견을 결국은 극복해 보이겠다는 나의 의지를 웅변하려 한다. 


 ‘여성 레슬링을 다룬 인도영화’ <당갈(Dangal)>(당갈은 인도말로 레슬링 경기를 뜻한다)이다. 내가 영화 <당갈>을 선정한 이유는 한쪽으로 치우치는 제한적 신념보다는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해줄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당갈> 주인공은 딸(여성) 기타와 아버지(남성) 포갓이다. 주인공인 마하비르 싱 포갓은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레슬링을 포기한 전직 레슬링 선수다. 그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에게 대신 이루게 하고 싶었지만 내리 딸만 4명이 태어나서 좌절하게 된다. 하지만 두 딸이 또래 남자애들을 신나게 패 버리는 모습을 본 후 잠재력과 재능이 있다고 판단한 마하비르는 두 딸에게 레슬링 특훈을 시작하게 된다. 여자가 레슬링을? 따가운 시선 속에도 불구하고 첫째와 둘째 딸은 재능을 발휘하고 승승장구로 승리를 거두며 국가대표 레슬러로까지 성장하게 되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온갖 편견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영화 <당갈>은 인도 최초 여성 레슬러 금메달리스트의 숨겨진 이야기이며, 두 딸을 인도 최초의 국제 대회 여성 레슬링 금메달리스트로 키운 아버지의 성공 신화를 그린 실화다. 또한 인도 사회에서 여성이 부조리한 사회적 현실을 극복하고 불가능에 맞서 정상에 우뚝 서게 된 이야기를 전하는 감동 드라마다. 특히 ‘당갈’의 실제 주인공인 기타 포갓과 바비타 포갓 선수는 2010년 영연방 경기대회에서 금메달(55kg)과 은메달(51kg)을 획득하며 인도에서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레슬링이라는 종목에서 인도 여성 최초로 국제대회 메달을 따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12년 인도 여성 최초 올림픽 출전권을 비롯해 국제대회 29개의 메달을 따내며 인도는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선수들의 뒤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한 아빠이자 코치인 마하비르 싱 포갓의 활약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성 레슬링이 활성화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 남성 우월주의가 특히나 강한 인도에서 따가운 시선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두 딸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낸 것만으로도 놀라움을 전하지만 여기에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금메달까지 딸 수 있도록 도와 인도 여성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들 부녀가 지핀 불꽃은 맹렬한 불길이 되어 인도의 소녀 수천 명이 레슬링을 시작했는데 이는 마치 박세리, 김연아 키즈와 다를 바 없다. 


 자, 어떤가? ‘너라서 안 된다’는 식의 편견은 얼마나 부당하고,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이 영화만으로도 알 수 있지 않나. 국가대표를 꿈꾸는 40대 장애인육상선수로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 부탁한다. “장애인 영화와 비인기 종목인 장애인 육상필드 종목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나의 꿈을 응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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