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여행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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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여행을 마치고
  • 편집부
  • 승인 2010.02.19 00:00
  • 수정 2013-02-05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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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장애인부모휴식지원프로그램 참가자

 60해가 넘게 살아온 나에게도 행운이 왔다. 갑자기 제주도에 다녀오라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 회장의 말에 장애자녀를 둔 23명의 엄마들과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의 싱그러운 바람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나를 반기며 찌든 심장을 깨끗이 씻어 준다. 처음 찾아간 자연사박물관은 제주의 고유민속 유물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점심을 먹고 찾아간 성박물관은 고정관념을 깨고 공개된 장소에서 노골적인 조형물들을 보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였다 하여도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해피타운에서의 쇼는 그야말로 가슴조이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오토바이가 곡예를 부리며 얼마나 잘 달리는지 눈을 의심하게 된다. 저녁은 하얏트호텔에서 베풀어 준 만찬에 감사하며 맛있게 잘 먹었다. 대표님 이하 임원들까지 깍듯이 반겨주심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들었고 선물까지 잘 받았다. 저녁을 먹고 나니 피로가 몰려와 쉬고 싶었으나 집단 무용 동작치료라는 프로그램의 순서대로 우리는 함께 모여 동작과 어울림으로 3시간을 보냈다. 동작치료도 좋았으나 1시간정도 하고 2시간은 찜질방에서 쉬며 도란도란 아이들 키우는 어려움이나 고민들을 나눌 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둘째 날 아침은 유리의 성에 도착하여 여러 가지 유리조형물과 초대형 유리작품들을 감상하였다. 훌륭한 예술작품들이 멋스러웠다. 다음에 간 곳은 용머리 해안가이다. 마치 외국의 어느 바닷가에 있는 듯   한 착각과 놀라움으로 황홀하였고 우리 국토도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 많다고 새삼 느꼈다. 올레길은 공기도 맑고 정말 아름답고 낭만이 넘치는 곳이었다. 아이 생각이 났다. 다음에 아이와 함께 이 멋진 길을 걸어야겠다. 천제연 폭포를 바라볼 때는 한과 서러움을 다 흘려보내고 싶었다. 제트보트 타기는 내게 하나의 모험이었다. 무서워서 한 번도 탈 생각을 못하였다. 그러나 기관사의 친절한 안내와 설명에 난 안심하였다. 그리고 무사히 큰 시험이라도 치른 듯 손을 흔들고 함박웃음으로 하늘에 소리쳤다.


  멋진 하루를 보낸 느낌이다. 저녁 후에 일행은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님의 강의에 경청하였다. 꼭 듣고 싶었던 성년후견인제도에 대한 말씀이었다.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누구를 후견인으로 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고 싶다.


  떠나야 하는 날 아침 산굼부리에 억새가 가득한 길을 올랐다. 하늘과 맞닿아 하늘거리는 억새가 장관이었다. 넓은 허공에 내 아픈 마음을 다 날려 보내고 싶었다. 일행은 승마체험장으로 향했다. 눈으로 보기만한 말을 타 볼 기회가 나에게도 왔다. 막상 말 위에 올라보니 그리 무섭지도 않고 오히려 고삐 묶인 순한 말이 애처롭고 왠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다음은 성읍민속마을에 들렀다. 제주인의 삶을 보며 지혜롭게 살아온 섬사람들의 모습에 놀랐다.


  이번 여행에 제주의 특산품인 감귤체험장에 가서 귤도 따보고 실컷 먹고 싸게 살 수 있는 체험행사도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많은 체험과 넉넉한 대접을 받았다. 아주그룹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점점 번창해가는 훌륭한 기업이 되길 기원한다. 2박3일의 여행은 내 몸에 진한 윤활유를 준 듯 한 기분이고 또한 함께 아파하고 위로해주는 여러분과 단체가 있다는 것에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하며 이 특별한 여행을 마친다.

※ 장애인부모휴식지원프로그램 '아주 특별한 여행'은 아주복지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난 2009년 11월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간 진행됐다. 한국장애인부모회에서 주최한 이 프로그램에는 서울 및 수도권, 제주 지역 내 거주하는 장애자녀를 둔 어머니 25명이 참여해 제주관광을 비롯한 집단무용동작치료, 부모역할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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