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법원, 무소득자 일실이익 장애인과 비장애인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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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법원, 무소득자 일실이익 장애인과 비장애인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2.06.10 11:10
  • 수정 2022.06.10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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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2022년도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선정 보고회(사진=장애인권익연구소 유튜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021년 한 해 동안 선고된 장애 관련 판결 총 240여 개 중 장애·인권·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 8명이 세 차례 회의를 거쳐 디딤돌 판결 5건, 걸림돌 판결 2건 등을 선정하고 그 결과를 5월 23일 ‘2022년도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를 통해 공개했다. 이에 <장애인생활신문>은 한정된 지면 관계로 선정 판결 중 일부를 소개한다.

미신고 시설 학대 사망사건 
지적장애 피해자, 도시일용
노임 상당 수입 얻을 거라고 
단정 어렵고 인정증거 없다
손배소송 일실이익 부정

소득 낮거나 없는 장애인도 
최소한 규범적 손해인 일용
노임 상당 일실이익 인정해야

 

김남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는 “소득이 낮거나 없는 장애인이라도 최소한의 규범적 손해인 일용노임 상당의 일실이익을 인정하거나 수급하는 사회보장급여 등도 일실이익으로 판단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면서 미신고 시설에서 사망한 장애인의 유족이 정부와 지자체, 시설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서울중앙지법 판결을 소개했다.


 지난 2020년 3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소재 미신고 시설 ‘평강타운’에서 거주하던 중증지적장애인 김 모 씨가 새벽예배 참석을 거부하고 커피를 바닥에 쏟았다는 등의 이유로 활동지원사로부터 머리를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인 활동지원사 정 씨는 형사재판을 통해 2021년 4월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시설은 폐쇄됐다.


 당초 김 씨는 신고 시설에 입소했지만, 시설장 A 씨가 건물을 개조해 같은 부지 위에 신고 시설과 미신고 시설을 나란히 운영하면서 김 씨를 미신고 시설로 옮겼으며, 시설이기 때문에 활동지원사를 고용할 수 없음에도 불법적으로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족들은 가해 활동지원사를 감독하는 시설장이자 미신고 시설을 운영한 A 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미신고 시설을 적발하지 못하고 시설을 폐쇄하지 않은 평택시와 대한민국에도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평택시와 A 시설장을 공동불법행위자로 판단하면서도 A 시설장의 책임이 평택시보다 더 크다고 판결했다. 원고가 시설장과 평택시에 청구한 약 2억2000만 원 중 1억4000만 원을 공동책임으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전부 기각됐다.


 김남희 교수는 “이번 판결은 지자체가 장애인거주시설 내 인권침해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최초의 판결이다. 그러나 숨진 중증장애인의 일실이익은 인정하지 않아 항소한 상태”임을 밝혔다.


 ‘일실이익’이란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발생 사실이 없었다면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이익으로, 예를 들어 사고로 생명을 잃었을 때 사고가 없었다면 사망자가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올렸을 것인가를 상정하여 손해액을 산출한다. 


 봉급생활자의 경우 임금, 사고 당시 무직자, 학생, 미성년자, 가정주부 등 일정한 수입이 없는 사람의 경우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종사하여 얻을 수 있는 일반일용노임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판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 사고를 당했음에도 장애인 인신사고의 경우 현재 수입이 없고 향후 노동에 종사할 개연성이 낮다는 이유로 일실이익을 인정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은 또한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제외를 규정한 최저임금법 제7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낮은 노동능력 평가와 비장애인에 비해 낮은 임금 지급은 그 자체로 차별이며 장애인의 생산능력이 낮다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다른 역량을 가지고 참여, 연대 등 공공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보아 공공적 보상을 통해 장애인 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이번 평강타운 피해자 김 씨의 경우에도 재판부는 “경험칙상 망인이 당연히 도시일용노임 상당의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일실이익을 전부 부정했다. 


 김 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무소득자의 일실이익을 인정한 판례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다.”며 “이는 장애인에 대한 보호나 인신사고 억제 및 예방, 가해자에 대한 제재적 기능에 한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헌재, 노인장기요양급여 대상자 
활동지원급여 받을수 없도록 한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
재판관 전원 “헌법불합치” 결정
 

 

표경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어 장기요양급여를 받는 65세 미만의 장애인은 활동지원 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한 장애인활동지원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디딤돌 판결로 소개했다.


 헌재는 노인장기요양급여 대상자에게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한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인활동지원법)이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제기된 위헌법률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이 조항을 개정하라며 입법개선 시한을 못박았다.


 뇌병변장애 1급인 원고 A 씨는 50대로 다발성경화증, 하반신 경직 등을 앓고 있는 노인성 질병 환자로, 함께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로부터 노인장기요양을 추천받아 2010년부터 하루 4시간에 불과한 노인장기요양을 받아왔다. 당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2016년 9월경 자신이 받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를 ‘노인장기요양급여’에서 ‘장애인활동지원급여’로 변경해 줄 것을 관할 구청에 신청했지만 B 구청은 노인장기요양법에 따른 장기요양급여 중 재가급여(방문요양)를 받고 있어 활동지원급여와 비슷한 급여를 받고 있다며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에 의해 활동지원급여 제외 대상임을 이유로 거부처분을 했다. 결국 A 씨는 2016년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A 씨 측은 소송 중 법원에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2호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관할 광주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65세 미만의 나이인 경우 자립 욕구나 자립지원의 필요성이 높아 장기요양의 욕구?필요성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평가할 것은 아니다. 활동지원급여와 장기요양급여는 급여량 편차가 매우 크고 사회활동 지원 여부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면서 “65세 미만의 장애인 가운데 일정한 노인성 질병이 있는 사람을 일률적으로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을 제한한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조항으로 발생하는 차별은 잠정적이라거나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원의 필요성 내지 수요에 맞는 급여, 공급이 이뤄지도록 제도 전반에 걸쳐 합리적 체계를 구축한다면 제도 개선에 따른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단순위헌을 선언해 즉시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경우 중복급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자립지원의 필요성과 간병·요양의 필요성을 기준으로 한 장애인활동지원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급여의 구분체계에 법적 공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며 2022년 12월 31을 시한으로 개선 입법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용을 명했다.


 “저는 노인이 아닙니다. 장애인입니다. 저는 요양이 아니라 자립이 필요합니다.” 65세 이상의 노인, 뇌출혈 등 노인성 질환으로 노인장기요양급여 수급자가 된 장애인들의 외침이었다. 노인장기요양제도의 지원서비스보다 더 나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로 전환을 아예 법으로 틀어막은 비합리적인 제도를 폐지하라는 외침에 대해 정부는 “예산상의 부족”을 이유로 거부하였고, 결국 장애 당사자들은 소송과 헌법소원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표 변호사는 “이 판례는 이런 장애인들의 투쟁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법과 제도를 바꾸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되기에 올해의 디딤돌 판결로 선정됐다.”고 했다.

 

기왕의 장애로 인해 사고에 
의한 손해 보는 부분 적어 
사고 책임성도 비례해 피고 
책임 50%로 제한…장애인을 
무능력자나 불완전한 삶의 
소유자란 부정적 인식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 초래 우려

 
표경민 변호사는 또한 걸림돌 판결로 선정된 방문요양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요양보호사의 부주의와 과실로 발생된 편마비 보행 장애인의 낙상으로 인한 상해에 대해 요양보호사와 서비스 제공기관, 직업배상책임보험회사의 책임을 제한적으로 일부만 인정한 서울중앙지법 판결을 소개했다.


 원고 A 씨는 뇌경색에 의한 좌측 팔다리의 편마비로 보행장애를 겪는 장애인으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B 기관이 파견한 요양보호사 C 씨에 의해 외출을 위한 보행보조를 받는 과정에서 부주의로 인한 낙상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초점성 뇌손상, 외상성 뇌내출혈,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등의 상해가 발생했다. 


 피해자 A 씨 등은 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을 요양보호사, 서비스 제공기관, 직업배상책임보험회사에 청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 A 씨는 보행장애가 있어 타인의 부축을 받아야 하는 상태로 혼자 서 있을 경우 순간적으로 몸의 균형을 잃어 넘어지는 낙상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던 바, 전문적인 요양보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인 피고 C 씨는 원고가 넘어지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고 A 씨의 기왕증(이미 존재하는 장애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점, 원고의 연령, 사고 제반상황,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감안해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표 변호사는 “이 판례는 피해자가 기왕의 장애로 인해 사고에 의한 손해를 보는 부분이 적으므로 사고 책임성도 비례해 제한을 두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장애인을 단순하게 무능력자나 불완전한 삶의 소유자라는 전통적인 부정적 인식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나아가 장애인의 권리 실현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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