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세상 바꾸기 위해 나는 오늘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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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세상 바꾸기 위해 나는 오늘도 걷는다”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2.05.24 13:39
  • 수정 2022.05.24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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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교/두리함께(주) 대표, 무장애 여행 전문가

 

노란 점퍼를 입은 여성이 킥보드를 타고 초록이 싱그러운 제주의 길을 달린다. 그리고 그 뒤를 뛰어 쫓아가는 꽃분홍 상의에 하얀 모자를 쓴 여인. 최근 두리함께(주) 에스앤에스(SNS)에 올라온 짧은 영상이다. 제목은 ‘뛰는 대표님 앞 나는 직원’. 두리함께(주)는 무장애 전문 여행사다. 그리고 이보교 대표는 그 여행사의 대표이자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무장애 여행 전문가다. 이들은 지금 상품개발을 위한 답사를 하고 있다. 이보교 대표와 두리함께 직원들이 무장애 여행상품 개발을 위해 걷는 거리는 마을여행 콘텐츠 개발에 주력한 지난해 한 해만 3만5000km.

 

무장애 여행상품 개발에는 발품이 최고!

“무장애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죠. 비단 물리적 접근성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정보접근성과 서비스접근성도 아주 중요해요. 그런데 이것들은 현지에 가서 걸어보고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몰라요. 길, 그리고 화장실, 식당 같은 편의시설이 휠체어로 갈 수 있는지, 우리 고객들 눈높이에 맞는 정보가 제공되는지, 어떤 서비스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발품이 최고죠!”

이보교 대표가 굳이 현지답사를 고집하는 이유다. 그가 말하는 무장애 여행은 장애인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다. 장애인은 물론이고 노인, 임산부, 일시적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위한, 다시 말해 영구적이든 일시적이든 특별한 접근이 필요한 사람들이 물리적·사회적 장벽 없이 자유롭게 관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행이다.

이 대표가 무장애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일시적 장애 때문이었다.

“여행업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89년 탑항공에서였어요. 그런데 2011년 회사가 무너지고 사회복지법인 엘린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요. 그때 기관에서 여행사 경력을 살려 장애인 여행을 맡아보라는 거예요. 정말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여행업에 몸담은 지 20년 만에 장애인 고객을 만난 게.”

그렇게 장애인 관광객을 마주치고 나서야 장애인 ‘고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무장애 여행을 자신의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고로 무릎을 다쳤고, 일시적이지만 한동안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야만 했다. 그때서야 장애인들의 불편이 뼈저리게 공감됐다.

“한번은 옷을 사러 갔는데, 가게 유리문이 너무 무거운 거예요. 목발을 짚고 그 문을 겨우겨우 여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가게 주인은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고…. 딱 ‘저 장애인이 왜 우리 가게에 들어오지’ 하는 표정이었어요.”

처음엔 분했다. 다음엔 슬펐다. 그리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자신이 장애인을 소비자로 보지 않고 장애인으로만 바라보지는 않았는지 반성을 하게 됐다. 그리고 다짐했다. ‘같이 살아보자. 장애, 비장애가 공존하는 세상을 여행으로 만들어 보자.’고.

무장애 여행을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이후 이보교 대표는 공부를 시작했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대학원에서 관광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트래블 헬퍼는 무장애 관광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트래블 헬퍼 교육 현장.
환하게 웃는 두리함께(주)의 직원들. 장애인 직원 개개인의 강점을 활용해 직무를 개발해 만족도가 높다.

 

무장애 여행의 질 결정짓는 건 인적서비스

두리함께(주)를 시작한 것은 2014년이다. 처음에는 소셜벤처로 출발했고, 2015년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6월에 법인으로 전환했다. 2016년에는 현대정몽구재단에서 주최하는 ‘H-온드림 오디션’(현재는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로 개칭)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타트업으로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두리함께(주)는 2018년 인증받은 사회적기업이며, 2021년부터는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어려움이요? 말로 할 수 없었죠.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창업 당시에는 장애에 대한 인식이 엉망이었어요. 무장애 여행객들을 소비자로 인정하지도 않았어요. 우리 손님들을 모시고 식사를 하러 들어가면 거부당하기 일쑤였죠.”

그래도 버텼다. 사회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니 인적서비스로 보완했다. ‘트래블 헬퍼’라고 불리는 여행지원가들이 그간의 난관들을 극복하는 핵심 열쇠였다. 이동이 어려운 고객들의 이동은 물론 갖가지 불편함을 해소하고 관광활동에 따른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래블 헬퍼는 무장애 여행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아직은 인적서비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이 무장애 여행의 질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중증발달장애인 손님을 모시고 일정에 들어 있는 공연장엘 갔는데 장애인 배려석이 맨 앞줄에 있더랍니다. 우리 손님들에게 고개를 쳐들고 오랜 시간 공연을 보라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헬퍼가 휠체어를 빼 맨 뒷자리로 옮겼답니다. 그랬더니 공연장 관계자가 와서 아주 심하게 뭐라 하더랍니다. 이 광경을 본 우리 손님이 ‘우리 선생님한테 왜 뭐라고 그러냐’고 항의를 했다지요. 그런데 이 소란이 큰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얼마 후 그 공연장을 다시 찾았더니 아예 통로 자체를 다시 만들었더라는 것이다. 휠체어 이동을 위해 턱을 없애고, 장애인 배려석도 뒷줄에 널찍하게 만들어 놓았던 것. 이렇게 순간순간 편견과 장애물에 부딪치며 무장애 여행서비스를 끌어온 것이 근 10년이다. 그 사이 무장애 여행에 대한 인식이 점차 좋아지면서 두리함께(주)는 신중년을 대상으로 ‘무장애 여행 전문 기획자(트래블 헬퍼)’ 과정 교육도 하고 있다.

두리함께(주)에는 상근직으로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트래블 헬퍼도 2명이나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다소 두려움을 갖고 현장에 나가지만 손님들이 오히려 더 좋아하고 열렬하게 반응해 주어 고양된 자존감으로 비장애인 못지않은 활약을 한다고 한다.

“장애인은 우리 회사의 내부고객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우리 회사 곳곳에서 자신들의 적성을 살려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어요.” 이보교 대표가 말하는 눈부신 활약은 이렇다. 이 회사의 장애인 직원은 전체 직원의 반. 그중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블로그 등 무장애 여행 콘텐츠를 개발한다. 인터넷 검색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웹툰을 그린다. 그리고 네일아트를 멋지게 하는 직원은 고객과 직원들에게 네일아트를 해주어 힐링을 선사한다. 즉, 직무에 맞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 개개인의 강점을 활용해 직무를 개발한 것이다. 누구나 차별 없는 여행을 넘어 누구나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두리함께(주)가 일일이 발품을 팔아 제작한 무장애지도. 사진은 제주항일기념관 무장애지도다.
해변 휠체어를 타고 바다를 체험할 수도 있다.

 

여행 플러스 치유를 제공하는 게 무장애 여행

무장애 여행을 업으로 삼은 지 근 10년, 그간 2만7000여 명의 무장애 고객이 다녀갔고, 그중 휠체어 이용인들은 45%를 차지했다. 그 많은 손님들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이들을 묻자 ‘병원생활을 함께 하는 청년 중증근육장애인들’을 꼽았다.

“근육장애로 호흡이 어려워 산소호흡기를 해야 하는 분들이었어요. 비행기 타는 것부터 쉽지 않은 상태였죠. 그런데 제주에서 보내는 2박 3일 동안 얼마나 밝고 행복하게 여행하시는지…. 엄마들은 그런 자식들을 보고 눈물을 훔치시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너무 행복하다’고 하시는데 아프면서도 감사했습니다.” 지금도 그 청년들의 선한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는 이보교 대표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입니다.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누구나 즐기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 오늘도 걸어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다시 모자를 찾아 쓰고 회사 문을 나서는 이보교 대표. 그녀는 오늘도 제주 구석구석을 누빈다. 그리고 앞으로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무장애 여행지를 개발할 거라며 손을 흔들며 멀어져 갔다. <정은경 기자>

 

제주의 진수, 휠체어로도 OK!

두리함께 온드림패키지

 수국길 체험도 할 수 있다.
온드림 패키지에 참가 중인 휠체어 이용자들

 

 

 

 

 

 

 

무장애 전문 여행사 두리함께(주)의 대표적인 여행상품이 온드림패키지다. 2016년 현대정몽구재단에서 운영하는 ‘H-온드림 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한 상품이다. 온드림패키지는 휠체어 채 타고내릴 수 있는 특장버스가 제공돼 여행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여행이 가능하다. 주로 단체여행으로 이루어진다.

전체 일정은 2박3일로 계절에 따라 여행지와 콘셉트는 변경된다. 6~7월에는 수국과 바다 올레길이 어우러진 일정이 제공된다.

1일 차에는 공항 도착 후 수국길을 체험하고 제주의 숨겨진 마을길인 볼레낭길을 간다. 볼레낭길은 휠체어가 갈 수 있는 올레길로 모두 다함께 올레길을 체험할 수 있다. 2일 차에는 서귀포 치유의 숲과 제주 바다를 찾는다. 특히 제주 바다에서는 해변용 휠체어

를 타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다를 즐길 수 있다. 마지막 날인 3일 차에는 제주 어촌마을의 향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포구마을을 둘러보고 공항으로 향한다.

모든 일정에 특장버스와 트래블 헬퍼가 함께하며 숙식이 제공된다. 문의는 전화 (064-742-0078), 이메일( jeju@jejudoori.com)로 하면 된다. <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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