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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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
  • 편집부
  • 승인 2022.05.20 10:04
  • 수정 2022-05-20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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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일 인천광역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서울에서 출근길에 ‘장애인권리와 관련한 예산을 보장하라’라며 투쟁 중인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굳이 시민들의 출근길을 볼모로 이런 시위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극히 일부의 시민이기는 하지만 아예 노골적으로 시위대를 향해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온갖 거친 욕설과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그래도 오죽하면 그러겠나 공감하며 지지와 격려를 보내는 시민들이 있기에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그들은 왜 시민들의 출근길에 오체투지 지하철 탑승으로 때로는 삭발 투쟁을 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달라고 할까? 두 차례에 걸친 여당 대표와 장애인 대표의 1:1 방송토론은 많은 국민에게 장애인들의 문제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음이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우는 아이 젖 준다.’라는 속담이 새삼 떠오르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은 264만4700명(2021.12 기준, KOSIS)으로 전체 인구의 약 5.1%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또한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에 당연히 포함되고 있으며 후반부에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한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20여 년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지켜지고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보장해 달라고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의 주장을 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한 것을 새삼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스스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하겠기에 장애인 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권리와 관련된 예산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교통약자 편의 증진법’에 따라 보장받아야 할 장애인 특별운송수단인 장애인콜택시의 보급률(국토교통부 자료)은 경기(112.8%)와 경남(105.9%)을 제외한 모든 광역시·도가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천의 경우는 57.3%로 부산(56.4%) 다음으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장애인들이 택시를 호출하면 거의 즉시 이용할 수 있지만, 장애인들은 평균 31분 이상 소요되고 있는데 현재 인천에서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실제 운영률이 60%~70%밖에 안 되고 있어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운수종사자들의 노동여건 준수 등을 이유로 그렇게 운영한다고 하지만 상식적인 측면에서 운영 중인 차량 대수 대비 운수종사자를 더 많이 채용해야 실제 운영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예산 부족 문제로 귀결된다. 저상버스 또한 마찬가지로 장애인들의 요구는 물론 법적 기준마저 전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2,325대 버스 가운데 528대가 운영(22.7%)되고 있다고 하지만 폐차 등을 제외한 실제 운영 대수는 339대로 14.6% 수준이다. 여기에 본인의 생활권역 외의 장소로 이동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는 현실이 장애인들이 차별받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 운동으로 그 열기가 무더운 날씨만큼 뜨겁다. 광역, 기초 지자체장과 의원들이 제각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약들을 내어놓고 있는데 혹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시민들이 각자에 눈높이로 잘 살펴봐야 할 일이다.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하철 시위가 왜 일어나고 있는지 그들은 오체투지를 통해 우리 사회에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귀담아들어야 한다. 아울러 언론들도 이를 한낱 가십거리로 치부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그에 따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심도 있는 취재와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생활신문>은 22년 전 창간한 이래 끊임없이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장애인 특수전문주간신문으로서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고 당사자 관점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창사이념을 실천하며 장애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이러한 노력이 이제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이라는 큰 선물을 받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쁨으로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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