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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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
  • 편집부
  • 승인 2022.05.0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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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 해피링크장애가족단체 복지과장

장애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매 순간마다 현실이 꿈이길 바라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잠에서 깨면 꿈이길 바라는 장애라는 현실에 앞이 캄캄할 때가 많았다. 얼마나 더 견뎌야 할지도 모른 채 많은 시간이 흐르고 짙은 어둠을 헤매고 있다는 답답한 마음은 장애를 만나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슬픔일 것이다. 가족 모두가 지친 눈을 뜨는 것도 긴 한숨을 내쉬는 것조차 힘겨워하며 20년이라는 투병 시간이 흘러갔다. 장애아이를 보살피는 나의 마음은 자신감을 잃고 늘 두렵고 버거웠었다. 꿈도 많았던 젊은 시절을 뒤로 한 채 끝도 보이지 않는 투병 생활로 내 삶이 초라하다고 느껴졌었다. 아이들 보면 더욱더 힘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내 자신을 다그치고 힘을 내려 해보지만, 가슴이 메어 올 때가 너무나도 많았다. 장애자녀 부모도 어느 땐 멋지게 옷도 입고 싶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고도 싶은데 과연 그런 시간들이 살면서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부모의 마음은 장애자녀가 어떻게든 호전될 수 있다면 가능성을 찾아 헤매고 달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평생 동안 이 막연한 목표를 향해 나와 가족 모두는 힘을 낼 수밖에 없었다.

이 현실은 언제쯤 끝이 날까!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사는 동안 서로에 미약한 행복을 위해 뛰고 있을 뿐이다. 장애가족들은 하루하루를 그냥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누가 장애인이 될 것을 예측할 수 있을까! 아픈 가족을 평생 동안 돌보는 일은 겪어보지 못하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건강히 사는 것도 힘든 세상에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일 수밖에 없다.

장애자녀가 어릴 때에는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장애아이가 연령이 증가하고 몸집이 커지니 뇌병변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더욱 감당하기가 어려워진다. 원가족들을 총동원해서 장애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정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윤서가 어릴 때 우리 부부는 막대한 치료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에 조부모님께 위중한 윤서를 맡기고 맞벌이를 했었다. 조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이 장애자녀를 키우고 평생 살아갈 생각을 하면 몸도 마음도 편치 못하니 장애손주를 돌보며 노후를 보내다가 결국 장애를 갖게 된다. 나의 친정 어머님은 치매와 신경질환이 너무나도 심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치료받고 치매가 더욱 악화되고 코로나 확진까지 겹쳐 1년 전에 돌아가셨다. 나를 도와주시던 친정 아버지도 치매 질환이 발병하였고 모시고 산 지가 10년이 넘었다. 20년 전 최중증장애인이 된 딸아이는 올해 20번째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인지기능은 아직도 돌배기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사랑하는 윤서가 벌써 훌쩍 커 나이만 성인이 되어버렸다.

우리 가족은 최중증 뇌병변장애인 딸과 중증치매질환이 있는 친정 아버지를 늘 돌보면서 하루 일과를 보낸다. 장애로 인하여 또 다른 가족이 장애가 되고 이런 악순환의 현실을 살아가는 일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아마도, 다른 장애가족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으리라. 현실을 이겨 내려는 힘은 어디에서 내야 할지 모를 때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젠 나이만 성인이 되어버린 딸을 어떻게 하면 잘 보살필 수 있을까 답답할 뿐이다. 최중증장애인들은 공교육 고등학교(특수학교)를 졸업하면 더욱더 막막해진다. 이 사회에 아무 곳도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장애인 가족 당사자가 뼈저리게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기막힌 현실을 마주하고 앞이 캄캄한 어느 날 학교에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학부모 중 한 분이 매일유업에서 셀렉스를 중증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후원해준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신청을 작성한 후 며칠 뒤 셀렉스 제품 택배를 받고 많은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이렇게 힘든 일을 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우리 윤서한테까지 후원을 주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분(해피링크 대표 김현정)이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마침 만나기로 한 날이 바로 해피링크와 매일유업 연구진이 3차 간담회를 진행한 날이었는데 그날을 잊을 수가 없었다. 간담회 내용은 300명의 장애아동에게 후원을 해 주고, 100명의 최중증 뇌병변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3개월간 근육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단백질 영양음료를 섭취하도록 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큰 감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최중증 장애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든데 우리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분이 있다는 사실에 세상의 희망을 찾은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정말 하루하루가 힘든 최중증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과 장애가족들에게 희망의 끈을 이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피링크 대표를 만난 지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만난 사람 같다. 최중증 뇌병변장애 아이를 키우는 나와 같은 처지의 엄마라서, 나처럼 막막한 어둠 속에서 길을 찾고 있는 장애자녀 부모라는 공통점으로 많은 공감대가 느껴졌다. 나는 해피링크와 인연이 되어 작은 희망의 끈을 잡고 한 발씩 세상 밖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바뀌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차별 없는 편견 없는 세상으로 바뀔 수만 있다면 장애를 갖게 되더라도 힘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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