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병동 환자, 선거권 침해돼선 안돼…투표편의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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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병동 환자, 선거권 침해돼선 안돼…투표편의 지원 필요”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2.02.23 16:18
  • 수정 2022-02-23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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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의사 지시로
환자의 선거권 제한은
법률유보 원칙 위반한
기본권 침해행위” 판단
“선관위장-복지부장관,
지도·감독-철저한 안내
편의지원” 의견표명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월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및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선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 및 안내를 철저히 하고, 교통지원 등 입원환자의 투표에 필요한 편의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진정인은 정신장애인으로 제20대 대통령선거에 투표하기를 희망하나,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어 선거권이 제한될 위기에 처했다며 2월 9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결과 진정인을 수용하고 있던 정신의료기관의 장(이하 ‘피진정인’)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거소투표 관련 절차를 안내받지 못해 거소투표 신고기간에 입원환자에 대한 거소투표를 신청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또한 피진정인은 진정인의 경우 주치의 허락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하고,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모든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외출·외박이 금지되어 있어 사전투표나 당일투표(이하 ‘현장투표’)도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진정인은 해당 정신의료기관을 퇴원하게 되어 인권위에 제기한 진정을 취하해 해당 진정사건은 관련 규정에 따라 각하됐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이 진정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일부 정신의료기관을 상대로 기초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헌법에 보장된 입원환자의 선거권이 정신의료기관의 장 및 의사의 재량에 따라 지나치게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에 따라 의견표명을 결정했다.

일부 정신의료기관은 입원환자가 투표소에 가는 행위를 일반적인 외출로 간주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허락을 받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74조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제한할 수 있는 기본권 영역은 통신 및 면회의 자유에 한정된다. 따라서 의사 지시로 환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한 기본권 침해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일부 정신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입원환자의 외출 등이 제한되므로 현장투표를 허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정신의료기관이 법원 출석, 기초수급비 신청을 위한 행정기관 방문, 외진 등과 관련한 외출은 대부분 허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상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인 선거권이 그에 비해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방역을 목적으로 한 현장투표 제한은 비교형량의 측면에서도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미 거소투표 기간을 도과해 입원한 환자의 상황을 감안하면 거소투표만을 수용시설 내 유일한 투표방법으로 간주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에 인권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및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선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 및 안내를 철저히 하고, 교통지원 등 입원환자의 투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이번 의견표명을 계기로,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를 비롯한 정신장애인이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정당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헀다.

배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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