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곤마핍, 지도자들에게 달려 있다
상태바
인곤마핍, 지도자들에게 달려 있다
  • 편집부
  • 승인 2022.02.17 09:49
  • 수정 2022-02-17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해영 국제사회복지사

 

2021년 한 해를 보내면서 전문가들이 그 한 해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1위 묘서동처(猫鼠同處)로 뽑았다. 도둑을 잡는 자가 도둑과 한통속이란 뜻이다. 그 뒤로 인곤마핍(人困馬乏)이란 용어를 2위로 꼽았다.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이다. 기독교의 성경에는 ‘묘서동처’하고 ‘인곤마핍’한 시대의 이야기가 나온다. 고국을 떠난 한 남자가 외국 페르시아의 공무원이 되어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고국이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왕에게 부탁하여 자기 민족을 다스리는 총독이 되어 돌아왔다. 하지만, 백성들의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백성들은 자식이 너무 많아 얻어먹고 살든가, 밭과 포도원과 집을 저당 잡혀서 곡식을 빌려 먹고 살든가, 돈을 빚내서 왕에게 세금을 바쳐야 하는 형편이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백성들의 원망 소리는 점점 커지고 급기야 ‘우리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다’고 말한다. 그 남자는 백성의 힘을 빼앗아간 원인이 고관대작들의 높은 고리대금에 있음을 파악한다. 그는 귀족과 부자들을 불러, 백성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일을 금하도록 신 앞에서 맹세하도록 했다.

이 이야기는 기원전 445년 전 이스라엘 땅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 비유하여 보아도 그리 다르지 않은 형편이다. 현대인들은 집과 자동차, 소유물을 유지하기 위해 사채를 쓰고, 은행에 담보 잡히고,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아서 살고 있다. 게다가 세계를 덮친 감염병은 변이를 계속하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의 취약계층은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은 인곤마핍의 시대이다. 사람들의 힘을 빼앗아가고 말까지 지쳐서 더는 무엇을 할 수 없게 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필자는 국제사회복지사로 아프리카권역에서 만 20년을 살면서 ‘묘서동처’의 사회와 ‘인곤마핍’의 삶을 대면했다. 도둑을 잡는 자와 도둑이 한통속으로 백성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사회는 결국 모두를 패망으로 이끈다. 어느 시대나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약자가 늘 있다. 그 사회적 약자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사회의 지도층, 엘리트, 유전된 부, 종속된 계급적 지위 등으로 인한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때이다. 사회적 약자의 말을 원망이자 불평의 말로 듣는 지도자가 있다면, 앞에서 언급한 유대 지도자의 태도를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는 귀족들과 부자들을 불러다, 나와 내 형제와 종자들까지 약자를 착취하거나 억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한다. 그는 민족이 다 함께 살아나갈 방도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억압하지 않아야 함을 분명히 했다.

필자는 이번 달에, 문화 인류학적 관점에 기반하여 케냐 빈민 지역의 취약계층 현황을 고찰한 ‘케냐 무허가 정착지 취약계층 선교 방안’으로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이 연구의 결과는 매우 뚜렷하다. 필자는 전염병이 가라앉고 여행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면 아프리카로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묘서동처와 인곤마핍의 원인은 백성들이 아닌, 부의 불평등한 분배와 지도자의 정치 행위에 기반한 사회 제도적 문제임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가 필자의 고향은 아니지만, 다시 돌아가서, 그 땅의 힘 있는 사람들과 부자들에게 해 줄 말과 해야 할 일이 있다. 물론 필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힘을 찾고 힘을 모으는 길을 함께 찾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사회의 혼란과 어수선함이 가라앉고, 모두 피곤했던 일들과 마음을 내려놓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올해 2022년은 모두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고진감래(苦盡甘來)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