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능력주의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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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능력주의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 최성남
  • 승인 2022.01.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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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남 / 인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한국사회에서 누구는 연봉 1억 원 이상의 급여를 받고, 누구는 최저임금을 받아야 할까요? 능력 차이라고 합니다. 어떤 능력일까요? 한국사회에서 높은 소득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의사가 되거나 로스쿨에 진학하거나 고시에 합격하거나 대기업에 취업해야 합니다. 그 관문은 1차적으로 대입수능시험으로 시작해서 시험을 잘 봐야 합니다. 즉, 한국사회에서 상위 10%에 포함되려면 국어, 수학, 영어 시험을 잘 봐야 합니다. 그리고 시험의 결과는 개인들의 피나는 노오력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공정한 것이고 그 결과는 아무리 불평등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는 지난 40년간 세계 사회과학자들이 발표해온 ‘세계가치관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선진국과는 다르게 한국의 경우만 ‘소득의 평등보다’는 ‘(노력 등에 따라) 차이가 나야 한다’는 불평등 찬성 비율이 64.8%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겨레 2021, 10.1)

이러한 조사결과는 한국인들의 내면이 능력주의에 뿌리 깊게 물들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과연 한국사회는 개인들이 죽을 듯이 시험 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오오력을 하면 상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요? 가령 서울의 경우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가 강북3구(도봉, 중랑, 강북)에 비해 서울대 진학비율이 10배가 넘습니다. 서울과 지방은 그 격차가 더욱 커집니다. 강남구 고교생이 강북고교생보다 10배를 더 노력한 걸까요. 개인의 노력의 동기는 달성 가능성 즉 희망이 있을 때 높아지고 지속되는 것이 아닐까요?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이 명문대 입학을 위한 가족의 조건이라는 세간의 냉소는 그냥 퍼진 것일까요. 개천에 용 나는 세상은 이제는 없다는 것이 사람들의 믿음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러한 한국사회를,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의 저자)은 이를 ‘위장된 신분제도’라고 하고 조귀동(『세습중산층사회』)은 ‘중산(상)층 세습사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느 지역 어떤 계층의 집안에 태어나느냐는 전적인 운이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회가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만약에 사람들의 능력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것이 공정하다면, 보살핌 없이는 잠시도 생존할 수 없는 무능력한 아기는 왜 보살펴야 할까요? 노인과 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것이 중요한 능력이고 어떤 것이 무시해도 되는 능력일까요. 수학 문제를 잘 풀고, 영어를 잘하는 것만이 중요한 능력일까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노래(‘풀꽃’)로 마른 우리 가슴을 적셔준 나태주 시인의 능력은 얼마짜리일까요? 급한 일로 외출해야 할 때 내 아이를 돌봐준 이웃의 능력, 지구환경을 지키는 위해 개인의 안녕을 포기하고 싸우는 이들의 열정과 헌신은 우리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능력들입니다. 각자가 자기만의 색깔과 향기를 가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꽃’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사회야말로 무능력한 사회가 아닐까요? 오로지 시험 잘 보는 능력만으로 높은 지위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무한경쟁 사회에는 99%를 루저로 만든다는 점에서 실패한 사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서울시 등에서 시행하는 장애인공공일자리 사업에 주목받고 있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은 한국사회의 일방획일적 능력주의 관점에 신선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장애인 접근권 모니터링 및 접근권 어플 제작에서부터, 차별적 제도 규탄 피케팅, 기자회견 구성 및 참여, UN장애인권리협약 서명전, 문화공연 및 강의를 통한 장애인권리협약 홍보 등의 사회적으로 필요한 가치를 전파하는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이 노동에 고용시장에서 배제되었던 중증장애인들이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 급여는 공공에서 마련합니다.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수백 명의 탈시설 중증장애인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모두를 능력 있는 사람으로 환대하는 멋진 세상을 위한 멋진 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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