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수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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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수상자들
  • 권다운 기자, 전유정 기자
  • 승인 2021.10.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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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후원한 ‘제31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대상에 강성재(청각) 씨의 △‘가죽’(운문부, 시)이 문학상에서, 이정옥(지체) 씨의 △‘비밀의 화원’(서양화)이 미술대전에서 각각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문학상에서는 운문부 강경순(지체) 씨가 △‘날마다 탑을 쌓는 할아버지’로, 산문부 김효정(지체) 씨가 △‘하얀 모래’로 수상했으며 미술대전에서는 서은정(지적) 씨의 △‘엄마의 정원’(서양화), 강호찬(지체) 씨의 △‘파꽃’(한국화)이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9월 29일 오후 4시 30분에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에서 시상식과 함께 수상작 전시회가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개최됐다. 이날 시상식에서 이들의 수상 소감을 들었다. <권다운·전유정 기자>

“시행착오 겪지 않도록 장애인 작가들의 길잡이가 되는 것이 목표”

미술대전 대상 이정옥 씨

미술대전 대상을 받은 이정옥 씨는 10년 전 우연히 소울음아트센터와 인연이 되어 처음 붓을 잡았는데, 그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소울음아트센터 회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정옥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권위의 장애인미술대전 공모전답게 수많은 열정과 노력이 보이는 대회에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 앞으로도 성실히 작품활동을 해나가겠다. 그리고 가족들과 지인들, 고 최진섭 원장님, 박숙희 총무님, 헌신적인 김옥규 대표님, 국장님, 선생님들과 소울음아트센터 회원들 등 모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 그림의 주제는 대단하고 심오하기보다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을 두서없이 또는 나열하듯이 표현한다. 시간의 손때가 묻는 고가구, 친구 같은 고양이, 이름 모를 잡풀들과 나비와 텃새들, 소박하고 꾸밈없는 이 친구들은 편안함과 따스함을 준다.”며, “이번 ‘비밀의 화원’은 모두가 힘겹게 견디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한 일상에 위안을 주고자 어우러지면서 개성 있는 색채를 사용해 단순하고 재밌게 표현해 웃음을 주고 싶었다.”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보고 행복하게 미소를 짓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한 이정옥 씨는 반대로 “장애인 작가라는 선입견을 느꼈을 때, 작품에 대한 상상력이 고갈될 때, 소재가 빈곤해질 때, 작품의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 때”가 작가로서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도 했다.

이정옥 씨는 “색감을 다채롭게 표현하고자 다양한 색을 사용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작품과 대화하며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작품활동에 임하는 것이 나의 강점”이라며, 작품이 막힐 때마다 조언해주고 힘을 모아준 동료들이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그림은 자신에게 자연치유제가 되었다는 이정옥 씨는 “내가 겪었던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다른 장애인 작가들이 겪지 않도록 길잡이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소박하게 작품활동 이어가며 후배들에게 모범 보이고 싶다”

미술대전 최우수상 강호찬 씨

동국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후 노원구에서 한국화 채색화를 하는 전업 작가 강호찬 씨는 5년 주기로 개인전과 초대전 국내외 단체전을 약 200여 회나 열었다.

고교시절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집 근처 개인화실을 다니며 미술작가로 입문하게 됐다는 그는 데생과 수묵화에 입문하며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한때는 입시 미술학원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작업에 대한 미련으로 전업 작가로만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장애인 작가들에게 많은 용기와 희망을 주는 전시회라고 소감을 밝힌 그는 최우수상 수상에 대해 짧은 준비기간 동안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큰 상을 주셔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강호찬 씨는 어린 시절 평택 외갓집 뒷마당에 할머니께서 식사 준비 시간마다 캐시던 파밭에서 이번 출품작의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당시 아름다웠던 주변 풍경이 항상 기억에 있어 커피의 따뜻한 색감과 자연을 더해 구상해 봤다.”

이번 작품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들과 지인들이라며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장애인 작가들은 그림을 그릴 때 붓을 빠는 물부터 화판이동, 하나부터 열까지 무수한 도움이 필요하다.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작품들의 절반은 그분들의 희생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강호찬 씨는 작가로서 20대부터 국내외 스케치를 많이 다니며 자연을 많이 접하다 보니 자연 색감에 익숙해지고 상상화에 가까운 풍경묘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장애예술인들이 예술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각 장애인단체의 지원이 매우 아쉽다. 주변에 비장애 예술단체나 협회 등을 포함해서 보면 상생 차원에서 많은 기획 전시 등의 후원들이 있었다.”며, “아직 규모가 작아서일 수 있지만, 장애예술단체는 상대적으로 서로 연계되지 않은 부분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강호찬 씨는 “미술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펼쳐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 소박한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후배들에게 항상 모범을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땅의 몸 아픈 사람과 따뜻한 영혼을 가진 이에게 시를 바친다”

문학상 대상 강성재 씨

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은 강성재 씨는 1984년 LG화학에 입사해 현재 만 37년을 근속 중이며, 올해 말에는 정년퇴직을 준비하고 있다.

강성재 씨는 “1980년 광주에서 5·18 민주화 항쟁을 몸소 겪을 때 금남로에 나갔다가 귀환하던 도중 이면도로에서 계엄군 수색조와 맞닥뜨렸으나 천운으로 제가 먼저 발견하고 신축 중인 건물로 피신해 살았다. 고향에 돌아와 늘 생의 무력감에 젖어 있었는데 ‘글은 총칼보다도 강하다.’는 글귀가 뇌리에 떠나지 않았다. 무작정 유명 시인의 시집과 이론서를 서점에서 사서 독학으로 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말로 문학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소개했다.

“그러다 지역의 20대들로 구성된 문학단체 신입회원 모집 공고를 보고 가입했다. 12년 정도 활동하는 과정에서 모 문예지 신인상에 도전했지만, 본심 심사평 한 줄을 받아 들고 낙담하는 일이 생겼다. ‘넘치고 모자라기 때문에’ 당선에 들지 못했다는 평은 평생 화두가 됐다.”

“30대 초반에 도전한 신춘문예, 그러나 새해 벽두 신문을 통해 읽게 되는 낙선된 심사평 한 줄의 쓰라림…. 좋은 시인이 되고 싶은 꿈을 꿨지만, 재능 없음을 인정하고 그만 펜을 놓았다. 그리고는 15년간 절필하며 온전한 생활인으로 살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루지 못한 나의 꿈,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회한이 일어 다시 시를 시작했다.”

강성재 씨는 미술 부분은 입상작품들이 잘 전시되어 있어 보기 좋았지만, 문학작품 수상작은 모니터 활자로만 볼 수 있어 아쉬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시와 그림이 어우러지는 시화작품으로 전시가 된다면 수상작 전시회가 더욱 빛날 것”이라 말하며, “저는 그동안 직장에서,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오랫동안 장애를 감추고 살았다. 그 아픔을 누가 다 헤아린다 하겠나? 이 땅의 몸 아픈 사람과 따뜻한 영혼을 가진 이에게 제 시를 바친다.”고 말하며 이번 전시회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작품 ‘가죽’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가죽 세공법을 소재로 ‘생’과 ‘몰’에 대한 관점과 생각을 담아낸 작품이라 설명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접하는 가죽 제품이 한때는 거룩한 생명을 담고 있었던 몸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단지 어떤 짐승의 가죽이었는지를 알아내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 생각의 깨달음에 이르렀을 때만이 제 작품을 제대로 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종이나 펜이 없어도 손에 쥐고 기록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평상시 자료 수집과 메모의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문명의 이기를 잘 이용한 것이 성공적인 작품 준비의 원동력임을 상기했다.

“작품을 구상한 후 실행을 통해 초고를 쓰고 나서 통풍과 같은 극심한 퇴고 과정을 거쳐 완성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즉, 나 자신이 작품에 문학성을 확보했다고 판단될 때 수상했을 때보다 더 큰 기쁨과 환희를 느꼈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맡은 일과 작품을 창조해내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일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파도처럼 일어난 좋은 시상을 붙잡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바다에 일어난 파도와도 같고, 강물과도 같다. 뒤돌아보면 어느새 생각 밖으로 흘러가 버리기 때문”이라면서 작가로서 어려운 점을 내비쳤다.

평상시는 심사숙고하지만 한번 결정한 일은 어떤 난관이 닥치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장을 보는 강점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시인으로서 단 한 편의 시라도 오랜 세월 독자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을 남기는 일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입니다만, 남은 생이 다하는 날까지 시와 시조와 동시 분야까지 작품 영역을 넓히는 공부를 더 하고 싶다. 처음의 꿈이자 마지막 꿈을 위해 만학도로 힘든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도 수료한 만큼, 마지막으로 논문 통과를 위해 모든 역량을 바쳐서 꼭 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싶다.”는 목표도 전했다.

 

“작품에 어른에 대한 공경과 휴머니즘 담아”

문학상 최우수상 강경순 씨

 

경기도 화성시 복지관에서 근무하며 시, 수필, 동시와 동화를 창작하고 있는 강경순 씨는 이번 최우수상 수상을 통해 삶의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게 된 계기가 됐다고 운을 뗐다.

강경순 씨의 수상작 ‘탑을 쌓는 할아버지’는 명절 연휴를 맞아 요양원에 계신 할아버지를 찾아뵌 후 아이의 관점에서 쓴 동시이다. “궂은일을 많이 하셨던 할아버지는 다 굽은 손으로 아이의 손을 어루만지며 꼭 잡고 놓질 않으셨다. 손자들이 반가워 눈물을 보이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내내 잊히지 않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치매를 앓고부터 뭐든지 다 쌓으려고 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사실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강경순 씨는 한국작가회 공모전에 당선이 되며 문학 작가로 입문하게 됐다. 우편으로 당선통지서를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그 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신문사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이 되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는 강경순 씨는, 중도장애의 아픔도 글로써 치유하고 있다고 했다.

작가로서 자신의 장점에 대해 ‘휴머니즘’을 꼽으며, “제 글에는 여지없이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어르신들에 대한 공경의 마음과 휴머니즘이 제일 큰 장점이자 강점인 것 같다.”고 했다.

강경순 씨는 장애예술 모든 분야에 좀 더 적극적 국가지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했지만, 장애예술인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전시관,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장애문화예술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조속히 대책 마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꿈이자 내년도 목표로 문화예술위원회 또는 문화재단을 통해 제3 동시집을 출간하는 것”이 목표라며, “많은 분의 응원과 박수, 호응을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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