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안의 통일성’ TOKYO 2020과 탈시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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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안의 통일성’ TOKYO 2020과 탈시설화
  • 편집부
  • 승인 2021.08.20 10:42
  • 수정 2021-09-09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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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장애인법연구소장, 법학박사

2021년의 여름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유래를 찾아볼 수 없던 코비드19 팬데믹의 장기화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지구적 기후재앙과 폭염이 지구 곳곳의 많은 이들의 평화로운 생존을 위협했다.

며칠 전 끝난 도쿄 2020 하계올림픽은 크고 작은 잡음이 다소 있었지만 지친 전 세계 시민들에게 큰 위로와 감동을 선사했다. 평화와 안전으로부터 소외된 난민 선수단의 입장이 그랬고, 여성 참가종목을 늘리고 남녀 혼성전을 확대하는 등 평화, 연대 그리고 스포츠에서의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와 노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정한 도쿄 2020의 핵심가치는 ‘다양성 안의 통일성’ 즉 모든 차별적 요소의 배제였으며 이를 올림픽 정신에 투영하고자 하는 의지가 잘 표현되었다고 본다. 다행히 축제를 관람하는 우리의 자세도 –차별적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는 일부 중계방송들도 있었지만-과거와 비교해 볼 때 맹목적 애국주의와 메달 순위에 대한 집착에서 약간은 자유로운 모습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는 8월 24일에 개막되는 도쿄 2020 패럴림픽(Paralympic-본래 척수장애를 의미하던 paraplegic과 올림픽의 합성어였으나 이후 나란히, 함께를 의미하는 para로 바뀌게 되었다. )에도 눈여겨볼 장면들이 많다.

난민 장애인선수단이 참가하며, 인간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로봇을 착용한 로봇걷기, 뇌파를 이용한 게임 이른바 ‘사이배슬론’ 경기도 펼쳐진다. 로봇 기술이 모든 사람에게 이동의 자유를 제공할 내일의 모습을 예상하는 일은 매우 가슴 벅찬 일이다.

올림픽 기간 중 한 국가대표 여자선수의 짧은 머리를 두고 ‘젠더’ 논쟁이 불거졌으며 국립교대에서 지속적으로 장애를 이유로 입시점수를 조작해 입학을 막았다는 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다양한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을 그대로 존중하지 않고 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언제나 후진 행동이다. 결론적으로 외모로 성 정체성을 예단하려던 그릇된 시도는 사상의 시장에서 패퇴했지만 장애를 이유로 이루어지는 분리 배제 그리고 왕따는 여전히 국지적 대유행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들의 주요 요구사항인 탈시설화 역시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신체적, 지적장애인 약 3만여 명이 집단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탈시설화 정책은 2017년 문재인정부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며칠 전 2025년부터 한번 시작해 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공약을 냈던 정부의 정책이 이 정도라면 다음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대통령 예비후보 대부분에게 있어서 ‘탈시설화’의 의미는 검색을 통해서야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단어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상상하건대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의 올림픽 경기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뛰는 계주경기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이 가장 인간다운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결코 지나갈 것 같지 않았던 무더위가 조금씩 잦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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