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들지 않는 장애인학대, 법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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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들지 않는 장애인학대, 법원이 문제다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0.11.0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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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학대 관련 범죄 처벌 이대로 괜찮은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발제자인 재단법인 ‘동천’ 송시현 변호사는 법원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장애인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문제로 지적했다.

2017년 지적장애인 A 씨의 어머니 B 씨와 동거남 C 씨가 A 씨를 대나무 막대로 수십 차례 때려 숨지게 한 사건에서 법원은 B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 C 씨에겐 5년을 선고했다. 동일한 상해치사 사건이지만 피해자가 장애인에서 아동으로 바뀐 2013년 칠곡 아동학대 사망사건 가해자에겐 징역 18년이 확정됐다.

상해치사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이고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는 것은 지적장애인이나 아동이나 마찬가지임에도 지적장애인을 훈육, 행동교정 등의 이유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법원은 장애인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스스로 드러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최근 3년간 장애인학대 형사사건 775건의 판결문 1210개를 분석한 결과 장애인학대 가해자 중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절반도 안 되는 48.1%에 불과했다.

신체적 학대의 경우 형법 적용 사건은 평균 10개월, 장애인복지법 적용 사건은 평균 1년 5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는 형법상 폭행죄의 2년, 장애인복지법상 5년이라는 법정 상한 형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

신체적 학대 가해자 중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31.6%에 불과했으며 집행유예로 풀려난 경우가 42.1%로 훨씬 많았다. 이는 ‘피해자의 처벌 불원’이 재판부의 주요 참작 사유로 작용했기 때문.

경제적 착취의 경우 장애인에게 대출을 유도하거나 휴대폰을 개통토록 하고 이윤을 챙기는 행위 등 전형적 착취행위가 장애인복지법상의 금지행위에 포함되지 않아 형법을 적용한 결과 피고인의 40.5%만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염전노예 사건에서 보듯 지적장애인들은 처벌 불원이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다수였으며 부모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법원은 엄중한 처벌을 통해 장애인학대 피해를 줄여달라는 모든 장애인들의 바람을 외면했다.

장애인학대 범죄가 집계된 이후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장애인학대는 하루 평균 약 3건꼴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돌봐준 것이 아닌가. 오죽하면 그랬겠는가’라는 식의 법원의 인식 개선 없이 장애인의 학대 피해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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