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처음으로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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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처음으로 한 일
  • 편집부
  • 승인 2009.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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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립생활학교 MT를 진행하면서 생긴 일

하지영/ 인천시 계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IL지원 자립생활지원팀

 나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뒤 5월에 계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입사하여 자립생활지원팀에서 자립생활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자립생활학교란 장애인 당사자의 역량을 확대함으로써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생활 및 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 1차 자립생활학교는 지난 5월부터 7월 초까지 진행되었고 종강식 즈음에 소장님께서 2차 자립생활학교 개강하기 전 다 같이 모여서 MT를 다녀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다. 나는 장애인이 특히 휠체어 장애인이 외부로 놀러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립생활학교 종강식 날 참석자를 대상으로 MT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았다. 역시 다들 MT에 대해 굉장한 기대감에 부풀었고 그 기대감을 져버리지 않기 위해 8월 11일 을왕리해수욕장(용유도 해변)으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처음엔 장소를 선정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과연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데리고 어느 곳으로 MT를 가면 좋아할까? 수없이 고민한 끝에 여름철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바다, 을왕리해수욕장으로 장소를 결정했다. 휠체어를 타고 바다를 가다니…. 휠체어 장애인들은 모래사장 때문에 바다에 가는 일이 흔하지 않는 일이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중증장애인들에게 바다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을왕리해수욕장으로 장소를 정하게 되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립생활학교 MT를 가는 날! 부푼 기대감을 안고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떴는데 이게 웬 일인가! 아침부터 많은 양의 비가 오기 시작하는 게 아니던가. 폭우로 인해서 기대하던 을왕리해수욕장을 갈 수 없게 되었지만 나와 같이 MT에 기대감이 부푼 참석자들에게 일정을 취소하겠다는 실망감을 줄 수 없었다. 따라서 폭우로 인해 을왕리해수욕장은 못 가게 되었지만 장소를 옮기어 강화에 있는 강화평화전망대에 들렀다가 아르미에월드에 가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강화평화전망대에 들러 드라이브를 한 후 아르미에월드에 도착하여 식당을 찾았다. 아르미에월드에서 식당까지는 최소 2~3분 정도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한벗회관에서 대여한 리프트 차량 덕분에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장애인이 외출을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도보의 단차나 혹은 계단만 있는 출입구 때문이다. 나 또한 밖에서 식사를 하거나 혹은 문화생활을 하게 되면 상점의 경사로가 없는 곳은 가고 싶어도 이용할 수 없고 도보의 단차 때문에 인도로 다니지 못해 차도로 이용한 적이 많다. 그래서 자립생활학교 MT를 계획하면서 이동식 경사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고 미리 준비한 이동식 경사로 덕분에 참여자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서 센터에서 준비한 고기와 백숙 그리고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넉넉하게 준비한 채소와 과일을 함께 나눠 먹으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눈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맛있게 점심식사를 한 뒤 도자기 체험과 족욕을 하였다.


 그런데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손이 불편한 분이 계셔서 도자기 체험이 어려우신 참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정이 갑작스럽게 수정되면서 그런 분들을 좀 더 배려하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가족 단위로 온 장애인분들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도자기 체험을 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으셨고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없는 참여자들은 족욕 체험을 하면서 심신의 편안함을 만끽하였다. 또 사장님께서 족욕 체험을 하신 분들께 특별 서비스로 쑥차 원액을 주셔서 따뜻한 쑥차 원액을 마실 수 있었고 다들 사장님의 작은 배려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프로그램의 담당자로서 매우 흐뭇해지고 아침부터 폭우로 인해 정신없던 하루가 정돈되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일정이 끝난 후 센터에 도착하여 아쉬운 작별인사를 한 뒤 2차 자립생활학교 개강 때 만남을 기약하며 각자 헤어졌다.


 자립생활학교 MT 프로그램에 대해 평가서를 작성하면서 먼저는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치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었고 하나님께 감사함을 기도드렸다. 센터에 입사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결과에 대한 평가까지 내 혼자의 힘으로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기도를 했는지 모른다.


 미흡한 점이 많이 있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가 쌓이면 나중에는 이보다 더 멋진 성공작품으로 남는다는 것을 몸소 겪을 수 있어서 좋았다. 더 멋진 성공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계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익혀서 그것들을 재구성하고 나만의 것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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