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동물과 상상력이 빚어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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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동물과 상상력이 빚어낸 이야기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0.09.18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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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발달장애청년들의 예술활동을 응원하고 그들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됨으로써 장애인예술의 이해와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특별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에 전시회 ‘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2020 : 보고…다시 보고’에 참여했던 19세부터 34세 발달장애청년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세계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지가 이번 호에 만난 작가는 자연과 동물로 행복을 전달하는 금채민 작가다. - 배재민 기자

금채민 작가
금채민 작가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을 뜻하기에, 간단하게 생각하면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화가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표현하는 방법,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자신만의 개성이다. 금채민 작가는 그림도 잘 그리지만,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하고 그의 주요 화상인 자연과 동물을 이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마음껏 선보인다. 그의 그림들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그림에 디자인의 요소가 강한 일러스트의 느낌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이는 작가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전까지 미술을 배우지 않았기에 나타나는 긍정적인 요소처럼 보인다.

“금채민 작가는 고3 때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그 전부터 늘 그림을 그렸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할 수 없지만, 연필을 손에 쥐기 시작할 때부터 종이와 집 벽에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도배를 해서 안 보이지만 예전에는 온 벽이 그림이었다. 텔레비전도 만화 외에는 보지 않는다. 늘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렸고 지금도 그린다. 아무래도 혼자 꾸준히 그려서 스스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것 같다.”

까꿍 놀자~, 아크릴에 캔버스, 45.5x37.9, 2019
까꿍 놀자~, 아크릴에 캔버스, 45.5x37.9, 2019

 

금채민 작가의 어머니 송원숙 씨의 증언이다. 송원숙 씨는 딸이 그림을 좋아하니 마음껏 그리는 것을 말리지는 않았지만, 취미가 아닌 직업 화가가 되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금채민 작가가 고3이 되고 진로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채민 작가가 뭘 해야지 행복하고 즐겁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지 생각해 보니 그림이었다. 그럼에도 그림을 시키지 않은 이유는 비장애인 미술학도들도 그림으로 살아가기 어려운데 딸이 과연 그림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채민 작가는 끊임없이 홀로 묵묵히 그림을 그려나갔다. 송원숙 씨는 다른 부모들의 조언을 받아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을 사서 금채민 작가에게 건네주었다. 아크릴 물감은 금채민 작가가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도구였다.

“미술을 하는 자녀를 둔 다른 어머니들이 ‘그림 도구를 주었을 때 그림을 그리면 미술로 나아갈 수 있는 아이이며, 만약 그리지 않으면 미술을 할지 안 할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금채민 작가는 처음 사용하는 아크릴 물감을 보고 너무 좋아하고 신기해 하며 혼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 써 보는 도구가 아닌 듯이 너무 잘 그렸다. 그때부터 그림에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런 그네 타 봤니?, 아크릴에 캔버스, 40.9x31.8, 2019
이런 그네 타 봤니?, 아크릴에 캔버스, 40.9x31.8, 2019

 

금채민 작가의 주요 그림 소재는 동물, 꽃, 나무 등 자연에서 받아온다. 소재들은 주말마다 가족끼리 자연이 좋은 강원도 영월에 나들이를 가거나, 식물원이나 동물원에서 사진기로 찍고 눈에 담아온 것들이다. 송원숙 씨는 금채민 작가에게 있어 자연은 “작가만의 세상이다. 자연 속에서 자기가 좋아하고 행복한 것들을 찾아 그리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금채민 작가는 단순 화가를 넘어 동화를 직접 그리고 쓰면서 자신의 세계관을 넓힌다. 작가가 쓴 동화는 세 편으로 애벌레가 나비로 변태하는 ‘배고픈 애벌레’, 토끼들의 이야기를 그린 ‘여섯 잠의 토끼’, ‘구름 여행’이 있다. ‘구름 여행’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동화로 작가가 직접 재구성하기도 했다. 기자는 금채민 작가에게 어떻게 동화를 그리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작가는 ‘구름 여행’을 그리게 된 모티브를 아주 간단히 설명했다. “저는 구름이 좋아요. 구름 안에 무지개 성이 있을 것 같아요.”

동화 ‘구름 여행’의 한 장면
동화 ‘구름 여행’의 한 장면

 

작가의 말은 자연을 보며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토리는 그림이 되거나 동화가 된다. 그의 상상력은 그림을 그리며 바로바로 스토리를 쓰는 것에서 즉흥적으로 무한히 뻗어 나간다. 이런 금채민 작가를 보며 송원숙 씨는 금채민 작가에게 그림이란 “자신만의 세상 속에 있는 것을 그림으로 꺼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더했다. 그는 이어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 금채민 작가 그림을 좋아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이런 말을 하면 작가는 엄청 행복해 한다.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만약 금채민 작가가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저 복지관을 왔다 갔다 하며 단순한 일을 하고 무의미하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딸이 그림을 그리니 딸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도 행복해 한다. 아이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 내가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즐겁게 살아가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세상을 살면 좋겠다.”고 금채민 작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서, 금채민 작가의 어머니로서의 바람을 내비쳤다.

호수가의 수다, 아크릴 캔버스, 100.0x80.3, 2019
호수가의 수다, 아크릴 캔버스, 100.0x80.3, 2019

 

현재 금채민 작가는 10월 개인전을 준비하며 회화나 디자인으로 대학을 들어가려고 준비 중이다. 그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그려서 언젠가 그의 동화들이 서점에서 판매되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림으로 팍팍한 세상에 행복을 나누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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