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의 ‘덕분이라며’ 챌린지 ‘수어 비하’…인권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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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의 ‘덕분이라며’ 챌린지 ‘수어 비하’…인권위 진정
  • 편집부
  • 승인 2020.09.04 09:05
  • 수정 2020-09-04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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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정책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일명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 인권단체 등이 이는 ‘수어’를 비하하는 행위라며 항의하고 나섰다.

지난 8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인권단체인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벌인 대한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했다.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정부의 의료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서 ‘덕분에’ 챌린지에 사용된 ‘존경’이라는 뜻의 수어 손 모양을 뒤집어 사용해왔다.

이에 한국농아인협회와 장애벽허물기에서 성명서를 통해 농인들의 모어인 수어를 모독했다고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차별 진정 참여 농인인 유정아 씨는 “의과 대학생들이 정부를 향해 주장하는 챌린지 활동은 이해하지만 자기주장을 위해 농인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수어는 농인들의 국어다. 이런 수어를 망가뜨린 것 자체에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과대학생들은 미래의 의료인이다. 의료현장에서 장애인을 만나고 사회소외층을 만날 것이다. 그때 가서 지금처럼 사회적 약자에게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김여수 씨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저 역시 아이들이 유사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은 일이 있었다. 의사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입 모양을 볼 수 없었고 간략하게 필담만으로 진료를 받다 보니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의사들이 수어 한두 단어만 알았더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던 중 의대생들이 ‘존경하다’라는 수어를 뒤집어 챌린지를 한다는 것을 보게 되었고, 순간 화가 치밀었다. 병원에서 농인과 제대로 소통도 못 하면서 수어를 멸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사들은 일반인과 다르다. 농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함에도 챌린지를 보면서 사회적 약자를 이해하기는커녕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 잠을 못 이루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의과대학생들이 사과했지만, 농인의 눈높이에서 영상으로 사과할 것과 남아 있는 잘못된 챌린지 수어 그림을 빨리 삭제해줄 것을 요청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대협은 앞선 8월 22일 농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안긴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사과문을 공지했지만, 여전히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는 아직도 ‘덕분이라며’ 수어 그림이 삭제되지 않고 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측은 기자회견을 이후 수어 왜곡과 비하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차별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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