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감정을 동물에 투영하는 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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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감정을 동물에 투영하는 파스텔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0.08.20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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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훈 작가

본지는 발달장애청년들의 예술활동을 응원하고 그들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됨으로써 장애인예술의 이해와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특별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에 전시회 ‘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2020 : 보고…다시 보고’에 참여했던 19세부터 34세 발달장애청년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세계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지가 이번 호에 만난 작가는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동물로 표현하는 홍영훈 작가다. - 배재민 기자

 

홍영훈 작가의 그림은 작가의 개성이 두드러지지만 과하지 않고 소박하다. 파스텔의 정감 가는 색은 그림을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또한, 아기자기한 그의 동물 그림들은 관람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홍 작가의 어머니 오정숙 씨는 홍영훈 작가의 가장 확실한 해설가다. 그는 홍 작가에게 있어 동물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주었다. “영훈이는 그림을 시작한 지 이제 3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영훈이가 동물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 생각해 보니 어릴 때부터 영훈이는 동물을 좋아했어요. 어릴 때 어린이공원을 갔었는데 그때 보았던, 자신의 기억에 남는 동물의 모습을 그리는 거예요.”

홍 작가는 여행을 가면 늘 동물원을 간다. 지금도 일주일에 네다섯 번씩은 동물원에서 동물을 구경한다. 혹은 여행지의 동물엽서를 사서 오거나, 인터넷으로 동물을 검색해 그림을 그린다. 그는 동물박사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동물들의 이름도 다 외우고 있다. 오정숙 씨는 인터뷰 전 새끼 호랑이와 어미 호랑이의 그림을 그리던 홍영훈 작가에게 호랑이가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물어봤다. 홍영훈 작가는 “어릴 때 엄마와 동물원을 가서 호랑이를 봤을 때의 기억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답했다.

그에게 동물은 자기 자신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느낌을 투영하는 도구이다. 홍 작가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기에 그의 작품을 본 관람객들은 “그림에 영훈이가 있다.”는 평을 자주 한다. “동물들의 얼굴에서 영훈이가 보인다.”는 말도 많이 한다.

나무늘보, Oil Pastel on Canvas, 45.5x52.5cm, 2019

“영훈이가 처음에 나무늘보 그림을 그렸는데 나무늘보의 얼굴이 영훈이랑 정말 닮았어요. 정말 영훈이 같아요. 그러고 보니 나무늘보는 영훈이와 닮은 점이 많아요. 느리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요. 우리 영훈이도 그래요.” 오정숙 씨의 설명을 들으니 그림들이 다시 보인다. 동물들에게서 홍 작가의 기분들과 감정이 기분 좋게 다가온다.

오정숙 씨는 그를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가는 나무늘보 같다고 표현했지만 그림을 시작하고 3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단체전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는 그림은 아무나 그릴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는 나무늘보에게 가장 큰 장점은 끈기와 느린 걸음 뒤에 올 미래에 대한 즐거움이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운동을 했어요. 스페셜올림픽에 인라인으로 출전해 미국도 갔었고 스케이트로 동계체전도 나갔었어요. 미술을 시작하고 나서 운동은 그만뒀지만, 그때의 활동들이 다 지금 그림을 그릴 때 장점으로 이어져요.”

홍 작가는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정숙 씨는 엄마만이 알 수 있는 표정이 있다고 웃음지으며 설명했다. “그림을 그릴 때 영훈이가 보여주는 행복한 표정이 있어요. 운동할 때는 보지 못한 표정이에요.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힘드니까 꾀를 부리더라고요. 하지만 그림은 자신이 좋아하니까 힘들면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다시 그려요. 자신이 즐거우니, 그림작업을 해야 한다는 걸 아는 거예요.”

고래상어 ‘고요한 바다’, Oil Pastel on Canvas,  120x60cm, 2020
고래상어 ‘고요한 바다’, Oil Pastel on Canvas, 120x60cm, 2020

 

작품을 완성하는 데 가장 필요한 건 끈기, 지구력, 집중력이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몇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릴지는 작가 자신도 모른다. 오정숙 씨는 “운동했을 때의 경험이 영훈이가 작품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홍 작가는 현재의 그림도 좋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작가다. 그림을 시작한 지 3년, 그가 미래에 그릴 그림은 훨씬 더 많다. 홍 작가의 미술 선생님은 그에게 정물화를 권했다고 한다. 오정숙 씨도 그의 그림에서 약간의 변화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갤러리에서 단체전을 하고 유리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했어요. 동물도 그렸지만, 꽃도 그렸어요. 아무래도 영훈이가 작품을 하면서 새롭게 폭을 넓혀가는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오리 ‘발장구’, Oil Pastel on Canvas, 45.3x53cm, 2020
오리 ‘발장구’, Oil Pastel on Canvas, 45.3x53cm, 2020

 

인터뷰를 하며 홍 작가가 얼마나 그림에 열정이 있는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오정숙 씨는 홍 작가에게 있어 그림이란 영혼의 존재이자 그가 살아온 모습, 일기 같은 것이라고 묘사했다. 오정숙 씨는 “영훈이가 그림을 늦게 시작했지만, 자신만의 추억과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참 행복해 보여요. 영훈이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계속 그림을 그릴 거예요. 영훈이는 계속 이렇게 노력하며 그림으로 행복한 삶을 살지 않을까 싶어요.”

홍 작가는 현재 개인전을 준비하는 중이다. 그의 작업실은 서울시 중구장애인종합복지관에 있는데, 현재 코로나 때문에 문을 열지 않아 그림을 수월하게 그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 또 개인전을 하게 될지는 미정이나 그의 왕성한 작업량을 보면 코로나가 끝나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그의 신작들을 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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