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장애인위원회, “‘장애인 차별을 당연히 행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차별인식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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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장애인위원회, “‘장애인 차별을 당연히 행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차별인식을 규탄한다!”
  • 편집부
  • 승인 2020.08.10 14:22
  • 수정 2020-08-10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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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위원회, “‘장애인 차별을 당연히 행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차별인식을 규탄한다!”

지난 2017년 10월,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지체장애인(소아마비) 김모씨(59세, 여)가 뚝방길에서 목발을 짚고 운동하던 도중, 1톤 트럭 운전자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의식불명상태가 된 피해자는 7개월 만에 사망했다. 당시 가해운전자는 합의에 소극적으로 임하여 피해자 유족 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법원은 2019년 10월 1심 판결에서 위자료로 고인에게 기준금액의 절반만을 인정한 5000만원을, 유가족에게는 10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교통사고 사망 위자료 기준 금액을 1억 원으로 정액화 하여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김모씨의 사망사건에서는 기준금액인 1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5천만 원으로 사망 위자료를 판단했다. 그 근거로 법원은 ‘사망한 김모씨의 기존장애(기왕장애)를 감안해 감액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고가 난 지역은 뚝방길로, 보행자와 차량이 모두 이용 가능한 도로였다. 즉, 해당 길을 이용하는 운전자에게는 보행자주의의무가 존재하며, 기본적인 전방주시의무가 존재하는 장소다. 당연 보행자의 장애와 상관없이 주의의무를 이행했어야 함은 물론이며, 소아마비 장애인이 보행 중임을 인지하였다면 운전자는 보행 중인 장애인에 대해 주의의무를 반드시 이행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해당 사고는 운전자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사고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법원은 사고의 원인이나, 인과관계와 전혀 무관한 ‘피해자의 기존장애’를 사고 위자료의 산정근거로 적용해 판단하는 매우 비상식적인 판정을 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민 모두의 평등권이 보장되어, ‘대한민국 국민인 자는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헌법규정은 하위법령의 모든 상황에 적용이 된다. 그러므로 소아마비로 인해 목발이 필요한 장애인이 보행자의 통행이 허용된 뚝방길을 보행하는 중에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해 사고를 당하고 사망한 사건에 ‘장애인의 기존 장애여부’가 위자료 산정의 근거가 된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이번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대로 해석을 한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장애인들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반드시 모든 일상과 모든 사회생활에서 차별을 당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장애인 차별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2심 재판부에서는 더욱더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나왔다. 1심에서의 ‘기존장애’ 문구를 삭제한 채, 아무 근거 없이 위자료 금액을 5천만 원으로 판결을 해버린 것이다. 이는 1심보다도 더 명백히 ‘사법부의 장애인 차별은 매우 당연하다’는 공식입장을 확인해준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장애’가 감액근거라고 명시한 1심의 판결도 심각한 장애인 차별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심의 경우에는 그마저의 근거조차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무조건 장애인은 차별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감액을 판결한 사법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는 장애인을 '당연히 차별받아야 하는 하등동물'로 취급하는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제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행복권과 평등권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적용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더욱이 그러한 헌법과 법률을 집행하는 사법부에서 스스로 헌법을 부정하고 차별과 편견을 공식화한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대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사법부의 위헌적이고 몰상식적인 모습을 바로잡아주기를 기대한다.

장애인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궁극적으로 인간이고 생명이라는 사실을 대한민국 사법부는 명확하게 인지해야 할 것이다.

 

2020년 8월 10일
정의당 장애인위원회(위원장 박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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