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해야 하는 것은 마사회의 적폐와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 넣는 노동환경이지, 열사를 추모하는 농성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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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해야 하는 것은 마사회의 적폐와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 넣는 노동환경이지, 열사를 추모하는 농성장이 아니다
  • 편집부
  • 승인 2020.02.28 17:01
  • 수정 2020-02-2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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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원 기수의 죽음 100일이 되기 전, 문재인 정부의 추모공간 철거를 규탄하며

2020년 2월 27일은 한국의 노동·인권 역사에서 가장 수치로운 날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19를 이유로 문재인 정부는 고 문중원 기수의 추모공간을 용역과 경찰을 동원해 잔인하게 철거했다. 고 문중원 기수의 주검과 함께 정부청사 옆에서 겨울내내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유가족과 대책위에 정부는 추모공간 철거로 화답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한국마사회에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추모공간 철거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왜 추모공간에서 나오는 절규는 왜 적극적으로 들으려 하지 않는가?

고 문중원 기수는 작년 11월 29일 개탄스런 현실을 비관하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열사가 남긴 유서에는 마사회 내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정경마와 승부조작 지시가 고발되었고,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는 기수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폭로됐으며 조교사 면허 취득 이후에도 마사회의 편파적인 마방대부심사와 부당한 갑질로 조교사 개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좌절이 담겨 있었다. 따라서 이 죽음은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마사회의 다단계 갑질 구조에서 발생한 괴롭힘과 부조리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다. 연간 7~8조원 매출을 내면서 일하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공기업 한국마사회와 이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문재인 정부는 이 비극적인 죽음에 제대로 답해야 했다.

어제 문중원 기수 추모공간의 철거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는 제대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죽음에 몰리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열약하고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김용균은 목숨을 잃어야 했고, 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잔혹한 노동 강도 속에서 설요한은 목숨을 잃어야 했고, 마사회의 부폐하고 폭력적인 노동 구조 속에서 문중원 기수는 목숨을 잃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의 죽음을 침묵이나 철거로 지우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노동자가 죽지 않고 노동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대로 된 대책과 응답을 해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폭력적인 추모공간 철거 이후에도 계속해서 투쟁하고 있는 고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과 대책위에 앞으로도 함께 연대할 것이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노동에서 배제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 함께 투쟁하자!

- 정부는 폭력적인 빈소 강제철거에 대해 사과하라!

- 정부는 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나서라!

- 마사회 적폐를 청산하고 기수와 말관리사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제도를 개선하라!

 

2020. 2.28.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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