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협 선거파행, 아직도 자유당시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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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협 선거파행, 아직도 자유당시절인가
  • 편집부
  • 승인 2009.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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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난달 21일 치러진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중앙회장 선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종잡을 수 없게 됐다. 이번 선거에 입후보했던 두 후보측이 서로가 당선자임을 공표하고 나서는가 하면 상대방의 선거부정을 주장하는 등 선거파행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경찰이 개입하는 형사사건으로 비화되는 등 양측 후보의 대립이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서 장기화 조짐마저 보인다.


 지장협은 선거에 앞서 스스로 선거규정을 제정하고 선관위를 구성하는 한편, 부정선거감시단을 운영하는 등 이번 선거를 지장협 최초 민주적 방식의 선거가 될 것임을 자부했었다.  그러나 지장협 중앙회장 선거는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막상 뚜껑이 열리고 개표가 진행되면서 지장협 당사자들은 물론 장애계 모두에게 큰 좌절을 안겼다.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 예상된 후보가 개표진행 과정에서 불법선거를 이유로 지지세력을 동원해서 개표장을 봉쇄하고, 부정선거로 규정하여 투표용지를 훼손했다는 게 선관위측 주장이다. 이 주장의 사실여부야 어떻든 선거부정에 항의한다면서 스스로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반민주적 행태를 보였다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선거판이 욕설과 폭력으로 얼룩진 난장판이 됐으니 장애계의 참담함이야 오죽하겠는가.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이번 선거파행으로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는 장애계 민주화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상 최초의 민주적 선거를 부르짓던 지장협이 스스로 최악의 반민주적 선거행태를 보여준 초유의 사태 앞에서 누구하나 책임지는 일 없는 진흙탕공방은 점입가경이다. 국내 최대이자 대표적 장애인단체임을 자임해온 지장협이 대표자 하나 민주적으로 뽑지 못하는 단체가 무슨 장애인당사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인권을 신장하겠다는 지 묻고 싶다. 수신제가도 못하면서 어떻게 치국은 하고 평천하할 수 있겠는가.


 이번 지장협 선거파행 사태를 보면서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자유당정권 시절로 회귀하지  않았나 의심할 정도다. 자유당은 1960년 정부통령의 선거에서 민심이 등을 돌려 선거에 승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는 정권연장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던가. 치밀한 사전계획에 따라 부정선거 공작을 기도한 결과가 치욕스런 3.15부정선거이자 정권의 몰락으로까지 치닫게 한 일대사건이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이번 지장협 사태가 보여준 행태는 자유당시절 주먹세력의 패권다툼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장애계 민주화와 권위는 여지없이 나락으로 추락했고 장애계 모두는 심한 모멸감과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지장협은 지난 시도협회장 인선과정에서도 협회장 입후보자가 인사위에 포함되어 선정작업을 하는 등 협회장 선임이 비민주적이라는 말이 무성했었다. 이번 선거파행을 지켜보면서 장애계가 참담함을 느끼는 이유도 일부의 탐욕으로 전 장애계가 매도되는 그릇된 관행과 오랜 사회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번 지장협 사태는 지장협은 물론 장애계 내부의 문제들을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동안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부터 뜯어고쳐야 할지 생각해볼 때다. 장애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이를 통해 학습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야만적인 반민주적 후진문화로부터 장애계의 자존심을 되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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