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람사는 세상’ 누가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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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람사는 세상’ 누가 꿈꾸나
  • 편집부
  • 승인 2009.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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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늘도 노랗고 땅도 노랗고 온 세상이 노랗던 5월 어느 날 그는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살맛나는 세상,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바보는 이른 새벽 원망도 슬퍼도 하지 말라며 차디찬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내가 부둥켜안을 때, 모순덩어리, 억압과 착취, 저 붉은 태양에 녹아버리네’라고 노래부르던 그는 그가 꿈꿨던 ‘사람사는 세상’을 채 이루지 못하고 한 때 다스리던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좀 없는 세상, 성별, 학력, 지역의 차별 없이 모두가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세상…차별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 그것은 바보 노무현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사회였습니다. 오손 도손 서로 돕고, 더불어 사는 세상, 그가 만들고자 했던 평생의 화두였습니다.


 지역주의에 맞선 그의 무모한 도전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안겨주었고, 지역과 특권을 넘으려 한 상고출신, 우직한 바보는 서민 최초로 대통령의 권좌에까지 올랐습니다.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은 채 권위주의에 맞섰던 너무나 인간적인, 그래서 그는 결점의 대통령으로 놀림당했습니다. 편한 길을 마다하고 가시밭길을 걸어온 그는 진정 바보였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던지던 그 마지막 순간까지,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원망하지 마라’며 나보단 남겨질 사람들을 더 걱정했던 바보. 절벽에 몸을 던져가면서까지 그가 온전히 지키려 했던 그 꿈.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라며 그가 꿈꿨던 ‘사람사는 세상’. 미완의 꿈 남기고 그는 떠났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숙제로 남겼습니다. 그래서 남은 자들의 슬픔은 큽니다.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며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고 외쳐 봐도 님은 침묵뿐입니다. 바보 노무현은 그렇게 웃으며 사람들의 가슴에 묻혔습니다.


 남은 자들은 다시 천고의 뒤에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를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의 평생 가치가 되었던 ‘사람사는 세상’, 정직한 사람이 민주사회 주인이 되는, 그 가치가 존중되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는 백마 타고 오는 바보를 다시 만날 수는 있을까 두렵습니다. 바로 그것 때문에 그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고,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애절해하고 분노하고 눈물을 흘리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약자를 보듬어 안고, 인간적 가치를 지향했던 진정성이 헛되지 않도록 가슴 마다 비석하나 세우고 꿈을 맞을 때입니다. 그리고 바보에게 간청합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고 모든 소외계층이 더불어 사는 세상, 미움이 없는 세상, 반목과 질시가 없는 세상 되게 하소서. 소외된 장애인, 약자, 서민들이 더불어 살만한 세상이 되도록 하소서. 가난한 자들이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세상이 되게 하소서. 정직한 사람들이 살맛나는 세상, 모두에게 희망이 있는 세상이 되게 하소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만한 가치 있는 세상, 바보가 추구하던 ‘사람사는 세상’, 그런 세상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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