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고 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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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고 가는 사람
  • 편집부
  • 승인 2009.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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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만물이 소생하는 봄, 3월이 왔다. 싸늘하게만 느껴지던 겨울바람이 어느새 따뜻해져 콧등을 간질이니 소생하는 만물 따라 기자도 젊어지는 것 같다. 착각이겠지만.


 난데없이 기자가 봄을 운운하는 것은 진짜 봄이 와서이기도 하지만, 봄 같은 희망을 느끼게 해준 사람을 얘기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청각장애인 사진작가 김영삼 씨. 영삼 씨는 알 수 없는 병 때문에 어려서 청력을 잃었다고 한다. 그리고 30여 년의 시간동안 자신과 싸우고 세상과 싸워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가 됐다. 30여 년이라는 시간을, 기자는 고작 문장 한 마디로 정리해버릴 수 있지만 직접 살아온 영삼 씨에게는 쉽지만은 않았을 터.


꿈을 시작할 때, 생면부지의 뉴욕에서 학업을 시작할 때, 영삼 씨의 장애는 어쩌면 그저 무거운 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영삼 씨는 자신의 약점이 예술가가 되는데, 진정한 전문가가 되는데, 장점이 되었음을 확신한다고 고백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사람들은 세상에 올 때 자신만의 짐(그것이 장애든 환경이든)을 지고 온다고 한다. 각자가 지고 있는 짐은 자신이 질 수 있는 무게만큼 지워졌다고. 그러니 사람의 기준으로 누가 더 무겁고 누가 더 가볍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몇몇 현명한 사람들 덕에 잘 지고 가는 법은 알게 되는 것 같다.


 영삼 씨처럼, 기자도 올 봄에는 불편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내 어깨의 짐을 기쁘게 여기며 한 걸음 나아가고 싶다. 봄바람 같은 따뜻한 희망이 언젠가 내 삶을 통해서도 전해질 수 있기를.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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