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7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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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7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 편집부
  • 승인 2009.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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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희/ 인천곰두리봉사회 사무국장

 나는 곰두리봉사회의 사무국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 늘 봉사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용기를 내어 찾아 간 곳이 곰두리봉사회다. 사무실을 방문해 인사를 하는데 모두가 장애인이라는 것에 당황했다. 잘못 찾아간 것이 아닌가하고 잠시 생각했다.


 장애인들을 가까이서 만나보기는 처음이었다. 어찌해야 하나 망설였지만 그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움을 받아야 할 그들이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대화를 하면서 장애가 있는 몸으로 봉사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고충을 듣게 됐고 그 일이 계기가 돼 나는 함께 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특별한 인연이 되어 봉사를 했고 점점 내 시야는 장애인에 관련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길을 가다가도 턱이 높으면 휠체어가 어느 길로 돌아서 가는 가 둘러보게 된다. 한번은 휴게소에서 장애인 주차구역으로 하얀 자가용이 들어왔는데 차문만 열어놓고 앉아 있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비상벨은 차와의 거리가 멀었다. 지나는 사람도 많이 있었고 군인들도 곁에 있었지만 운전자는 차문만 열어 놓은 채 앉아있기에 내가 다가갔다. 도울 일이 있냐고 하자 미안하지만 트렁크에 휠체어를 꺼내 달라고 했다. 먼저 도움을 청하기에는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이럴 때 내 마음은 뿌듯함에 젖어든다.


 얼마 전 회원 중 한사람이 다리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두 다리로 잘 걷던 사람이 다리 한쪽을 없앴으니 얼마나 상심이 클까? 병문안을 가면서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까 많은 생각을 했지만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조심스레 노크를 하고 들어서며 병실분위기에 눈치를 살폈는데 의외로 그들의 모습은 너무 밝아 나를 비롯해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부창부수라고 그의 아내의 밝은 모습에 얼마나 다행인지……그렇게 그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고맙고 아름다웠다.


 이제 그들과의 생활화된 내 모습은 오히려 그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산다. 걷지 못하여도, 보지를 못하여도, 들을 수 없어도 그들은 늘 밝고 활기차 있다. 그들은 내게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닌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사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내 생활이 긍정적이게 변했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인해 내 삶에 얼마나 큰 에너지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


 오늘도 반갑게 윤의 씨는 사무실을 방문했다. 윤의 씨는 척추 장애인이다. 홀로 사는 그녀는 생활이 어렵다보니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힘들지만 늘 높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고 무엇이든 혼자 해결해야 한다. 일을 하고 싶어도 사회가 인정해주지 않는 게 원망스럽다고 했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 취직을 의뢰하러 간다며 웃으며 사무실을 나가는 뒷모습이 안쓰러웠다. 나는 윤의 씨의 뒷모습을 보며 사회로 통할 수 있는 낮은 계단과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 희망찬 내일이 빨리 열리기를 기원해 본다.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장애인들이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인천시사회복지관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언젠가 장애인 풍물단 공연을 본적이 있다. 그들에게 몸은 불편하지만 감수성은 뛰어난 것 같았다. 흥이 넘치는 열정적인 모습에 한쪽 팔만으로도 신명나게 북을 치는 모습에 가슴이 찡해오는 것을 느꼈던 적이 있다. 사무실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취미활동도 함께 한다면 더 없이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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