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공무원의 횡령은 빙산의 일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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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공무원의 횡령은 빙산의 일각이다
  • 편집부
  • 승인 2009.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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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양천구청 기능직 8급 공무원이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복지예산 26억여 원을 횡령한 사건이 터져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의 공무원사회에 초비상이 걸렸다. 2005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0개월 동안 거액을 횡령했음에도 서울시와 양천구청 측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에 파장이 크다.

여느 때 같으면 자체감사 결과 밖으로 샐까 쉬쉬하고 덮었을 법 한데 워낙 큰 거액이다 보니 그럴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부랴부랴 해당 구청장은 사과문을 내는가 하면 행정안전부까지 나서고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뒤늦게 자체 감사를 벌이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부산하다.


 이런 와중에서도 서울시와 양천구청은 이번 사건을 적발해낸 자신들의 공적 자랑에 열을 올리는 등 책임회피에 급급한 꼴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적발은 지난달 부산 기초수급자 생계비 횡령사건 보도 이후 서울시의 지시에 따라 자치구가 자체감사를 실시해 밝혀낸 것으로 결국은 서울시의 공적이다.

그러나 양천구에 따르면 부산시 공무원의 공금횡령 보도를 접한 구청장이 곧바로 특별지시를 한 결과, 자체감사를 통해 적발한 것으로 양천구의 치적인 샘이다. 자신들의 치부를 적발해놓고 서로가 자기 공적(?)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어느 쪽이 진실이든 면피성 자기합리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실 사회복지분야에서 정부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어제오늘에 있었던 것만도 아니다.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라서 지원 대상자 선정부터 공무원의 재량행위가 끼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관리감독이 허술한 시스템에서는 이를 주무르는 과정에서 비리가 개입될 개연성은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양천구청 측은 거액의 보조금 지급업무를 기능직 직원 한 사람에게만 맡겨놓고서도 관리감독은 물론, 감사 또한  겉핥기식으로 해온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 셈이다. 허나 서울시와 양천구청은 문제의 공무원이 전체 보조급 지급인원과 총액만 결재서류에 올리는 바람에 횡령사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거액의 복지예산을 공무원 한 명이 주무르도록 한 관리감독의 소홀과 시스템의 허점에 대한 반성은 없다. 구멍난 예산집행체계와 겉핥기식의 감사시스템 등 공무원제도의 총체적인 부실이 아닌가.


 장애인의 생존이 달린 지원금을 빼돌려 고급차를 끌고 다니는 공무원의 도덕불감증도 문제지만 국민의 혈세가 도둑맞았는데도 피해 장애인이 없다고 해명하는 개념 없는 공무원도 문제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금횡령과 회계질서 문란행위를 강력하게 뿌리 뽑겠다고 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발표를 하지만 달라질게 없는 겉치레행정에다 뒷북행정으론 안된다. 무엇보다도 이번과 같은 공무원 내부의 도둑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 큰 도둑은 수혜대상도 아니면서 갖가지 구실로 나랏돈을 착복하는 외부에 있다는 것이다.


 차제에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새나가지 않도록 행정업무의 문제점을 보강하고 공무원 채용제도의 보완과 자기식구 감싸기식의 유명무실한 내부감사제도의 획기적인 개혁 등 종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비리는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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