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행정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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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행정복지센터’
  • 마한얼/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 승인 2019.10.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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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주최로 행정복지센터에 대한 장애인접근성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토론회가 열렸다. 이 실태조사는 지난여름 40일간 무려 전국 1,794곳의 행정복지센터를 시각, 청각 장애인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직접 방문한 땀의 결과이다. 결과를 받아 보니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경사로나 점자안내도 같은 편의시설이 없는 곳이 여전히 있긴 하지만, 더 시급한 문제는 있는 시설조차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장 민원담당 공무원들이 장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하여 시각, 청각 장애인이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인 주민은 간단한 민원사무를 보는 것도 어려웠다.

있는 편의시설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경사가 급한 경사로나 기둥으로 가린 화장실처럼 애초에 설계와 설치부터 잘못된 경우였고, 둘째는 짐이나 청소도구를 쌓아둔 장애인화장실이나 창고 속 영상전화기처럼 제대로 설치 또는 제작했으나 관리 소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였다. 이런 편의제공은 장애인을 비롯해 이용자에게는 없는 시설과 마찬가지이고, 행정복지센터 입장에서는 낭비이다. 전자의 경우 애초에 장애인과 고령자, 아동, 여성을 설계 단계부터 참여시켜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마련하여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후자에 대해서는 설비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중앙이나 광역 자치단체에서 지침이나 조례를 만들어 일선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눈에 보이는 행정복지센터라는 건물을 조사했지만, 사실 행정복지센터는 건물이 아니라 기관이다. 그 안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그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행정복지센터를 이루는 요소이다. 따라서 장애인이 건물에 접근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야 기관으로서 정당한 편의제공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민원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라면, 적어도 민원인의 수요와 욕구를 파악해 이에 응할 수 있어야 하고, 편의제공은 업무의 일부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현장 공무원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과 편의제공에 관한 훈련을 강화하고, 업무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와 모니터링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기 때문에 즉각 개선해야 한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도 일반논평 제6호를 통해 정당한 편의제공은 즉각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1998년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 2년 내에 읍ㆍ면ㆍ동사무소를 정비하기로 정한 바 있다. 그런데 20년이 지나도 아직 편의시설을 못 갖춘 곳이 있다면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의 이행과 준법을 마냥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할 일이 많다.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결과를 가지고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민원제기, 국민신문고, 예산참여, 소송, 입법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이 상황을 개선해 가야 한다. 무엇보다 베리어프리는 건물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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